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7-11-05 13: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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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하 한샘 회장이 사내 성폭행 사건으로 불매운동을 걱정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한샘은 회사 내부에서 일어난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를 회유하고 감봉조치를 하는 등 부당한 대응을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 최양하 한샘 회장.
한샘은 5일도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번 사건의 파문이 크게 번지면서 비상체제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양하 회장은 4일 중국출장 도중 급히 돌아와 “중국에서 전화로 모두 (보고를) 받았고 제가 다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실관계를 떠나 이런 일이 회사에서 발생한 것과 직원을 적극적으로 돌보지 못한 점을 뼈아프게 생각한다"며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믿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소통창구를 마련해 모든 제보와 건의를 직접 확인하고 조치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영식 한샘 사장 역시 중국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귀국했다. 이 사장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발표한 입장문에서 “한샘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은폐하거나 축소, 왜곡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며 “필요하다면 공적기관으로부터 조사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으로서는 이번 사건에 따른 한샘의 이미지 훼손 가능성을 가볍게 넘기기 힘들다.
한샘의 주된 고객층이 여성인 데다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부문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샘은 개인소비자를 겨냥한 표준매장, 리하우스 매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더욱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등 부동산 규제로 재건축사업이 향후 몇 년 동안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B2C 인테리어시장은 더욱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됐다.
성정환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샘 주가는 주택거래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돼 최근 6개월 동안 28% 떨어졌다”며 “다만 견고한 B2C매출 성장 등을 바탕으로 주가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둘러싼 비난 여론은 계속 커져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샘 제품을 더 이상 사지 않겠다는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샘 여직원 A씨는 지난해 말 동기 남직원 C씨가 회사 화장실에서 몰래 촬영을 하자 이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신입사원 교육담당자인 남직원 B씨의 도움을 받았다. A씨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가까워진 B씨는 올해 1월 신입사원 회식 뒤 A씨를 성폭행했다.
한샘은 1월 인사위원회를 열고 B씨를 해고했다. 하지만 이틀 뒤 B씨가 재심을 청구하자 A씨가 2월 형사고소를 취하한 점 등을 감안해 해고를 철회하고 정직 3개월을 내렸다.
그런데 한샘이 피해자인 A씨에게도 풍기문란 등을 이유로 6개월 감봉처분을 하고 이를 사내에 공지하자 A씨가 억울하다며 온라인 사이트에 글을 올리면서 이번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한샘 인사팀과 법무팀의 대응방식이 문제가 됐다.
A씨에 따르면 한샘 인사팀장 D씨는 “B씨가 이제 30대 초반인데 평생 성폭행범 꼬리표를 달고 인생이 망가지면 어쩌냐”, “경찰수사가 들어오면 회사도 귀찮아져 남녀 둘다 해고시킨 적도 있다”며 A씨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했다.
A씨가 진술을 번복했다가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하면 어쩌냐고 하자 인사팀장은 “B씨는 네가 회사에서 안 좋은 조치를 받을까 걱정하는데 넌 B씨에게 그 정도 믿음도 없냐”고 되물었다. 인사팀장은 사건을 논의하자며 A씨를 부산의 한 리조트로 불러 성희롱을 시도하기도 했다.
법무팀 관계자 역시 A씨에게 “사람을 많이 봐서 눈빛을 보면 아는데 B씨가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화장실 몰래촬영을 한 남직원과 인사팀장은 해고당했으나 B씨는 다른 부서로 옮겨 아직 근무 중이다.
B씨는 4일 A씨와 성관계가 합의로 이뤄졌고 사건 이후에도 자연스레 대화를 나눴다며 카카오톡 내용 등을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 역시 즉시 글을 써 반박해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