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행연합회 이사회가 다음 회장의 선임절차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회장후보들의 하마평도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민간금융인 출신들이 주로 거명되지만 관료출신이 선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최근 힘을 얻고 있다.
▲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왼쪽)과 김창록 전 KDB산업은행 총재. |
은행연합회는 다음 회장후보의 선임과정에서 이사회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역할을 수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현직 회장과 주요 은행의 CEO 10명이 참여한다.
이사회가 다음 회장후보를 모집해 1차 후보군을 구성한 뒤 회의를 두세 차례 열어 후보들을 심사한 결과를 토대로 사원총회에 올릴 최종후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은행연합회는 보도자료를 내 “이사회가 회추위 역할을 맡아 이전에 지적돼 왔던 절차적 투명성과 정당성을 보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본래 회추위 도입을 검토했지만 하영구 현 회장의 남은 임기가 1개월가량으로 짧아 새 조직을 만드는 데 부담이 있었다”며 “일부 은행장들도 외부인사를 회추위원으로 선임하는 데 난색을 나타내 이사회가 회추위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10월 말 회의에서 다음 회장후보의 모집과 심사기준 등 세부적인 방안을 결정한 뒤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은행연합회가 낙하산인사 논란을 막기 위해 회추위 도입을 검토했던 점을 감안하면 민간금융인 출신 인사가 다음 회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있다.
민간금융인 출신으로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민병덕 전 KB국민은행장,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신 전 사장은 1967년 산업은행에 입사한 뒤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신한금융 사장까지 지냈다. 2009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부딪쳤던 ‘신한사태’의 여파로 물러났지만 올해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돼 금융권에 복귀했다.
민 전 행장은 1981년 국민은행에 입사해 승진을 거듭한 끝에 2010~2013년 행장을 지냈다. 이 전 행장은 1970년 한일은행에 입사한 뒤 2008년 우리은행장을 지냈고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과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관료출신이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역대 은행연합회장들 가운데 하 현 회장을 비롯한 3명만 민간금융인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관료출신이기도 했다.
김창록 전 KDB산업은행 총재가 관료출신 가운데 가장 유력한 회장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김 전 총재는 행정고시 13회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산업은행 총재를 지냈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 가까운 사이로 평가되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산고등학교를 함께 나오기도 했다.
윤 전 행장은 행정고시 21회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일했다. 경제관료 출신이지만 IBK기업은행장을 거쳐 민간은행인 외환은행장으로도 일한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