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인수에 참여해 지분확보에 성공하면 어떤 효과를 거두게 될까?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과 도시바 경영진, 일본정부의 이해관계가 모두 엇갈리고 있어 SK하이닉스가 실제로 거둘 효과를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2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를 결정한 한미일 연합은 향후 사업운영과 경영정상화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에 3조 원 정도를 대여한 뒤 향후 이를 도시바 지분 15% 정도로 전환해 의결권을 확보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반도체의 지분을 확보하면 도시바 반도체와 기술협력을 통해 도시바 반도체의 앞선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또 나중에 베인캐피탈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단계적으로 늘려 궁극적으로 도시바 메모리의 경영권을 인수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인수협상과정에서 SK하이닉스가 이런 권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지고 있다.
도시바의 경영난과 회계분식의혹을 이끈 기존 경영진의 대대적 쇄신이 불가피한 데다 인수가 마무리된 뒤 도시바 반도체의 경영권을 누가 확보할지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펀드와 금융기관은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애플, SK하이닉스 등의 자금지원을 받으면서도 경영권은 일본 측에서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도시바의 반도체기술이 해외기업에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인수에 참여한 기업들이 모두 의결권을 확보하면 도시바의 생산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과정이 길어질 수도 있다며 경영권을 둘러싼 논의가 쉽게 결론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SK하이닉스의 인수 참여가 세계 정부당국의 독점금지규제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워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도시바와 인수참여자들이 독점규제에 부딪히거나 인수 뒤 마찰을 빚을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제한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컨소시엄에 포함된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 SK하이닉스가 얻을 실익이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이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협상과정에서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인수참여자와 비교해 다소 불리한 입장에 놓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때문에 남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효과의 기대를 낮추고 내년부터 자체 낸드플래시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물론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인수에 참여한 다른 업체들과 시너지를 낼 가능성은 존재한다. 애플은 물론이고 서버업체인 델과 하드디스크업체인 씨게이트 등이 모두 SK하이닉스로부터 D램이나 낸드플래시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투자를 통해 최소한 도시바 반도체가 중국 등 경쟁기업으로 넘어가 시장이 재편되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도시바 반도체와 공동 마케팅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번 인수전에 공동투자한 업체들도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물량확보를 노릴 뿐 SK하이닉스와 협력방안을 찾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거의 없어진다. 자칫 도시바반도체의 생존을 위해 대규모 자금만 투입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바반도체 인수전이 끝나도 SK하이닉스가 당장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애플 등에 협력관계 구축을 시도해야 전략적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