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현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롯데백화점) 대표가 재개발로 배후수요가 커진 청량리 상권에 '롯데몰 청량리'를 더해 40위권까지 밀린 청량리점의 위상 회복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생성형 AI 챗GPT로 만든 이미지. |
새로 여는 공간을 단순한 '백화점 신관'이 아닌 쇼핑몰 '롯데몰'로 열기로 확정했는데 이는 청량리역 주변에 재개발로 형성된 대규모 주거단지를 필두로 한 배후수요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여겨진다.
17일 롯데백화점과 유통업계 동향을 종합하면 회사는 10월23일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신관인 '롯데몰 청량리'를 연다.
롯데몰 청량리는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 200에 매장면적 1만7852.4㎡(약 5400평) 규모로 조성된다. 현장에는 '2026.10.23 롯데몰 청량리 OPENING SOON'이라는 안내가 설치돼 있다.
신관은 기존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바로 옆에 들어선다. 현재 청량리점 영업면적이 3만7328㎡(약 1만1292평)인 점을 고려하면 기존 백화점에 적지 않은 규모의 상업공간이 새로 붙는 셈이다.
정현석 대표에게 청량리점은 쇼핑몰 한 곳을 추가하는 점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롯데쇼핑은 2010년 청량리 민자역사에 개점했을 당시만 해도 이곳을 서울 동북권의 새로운 쇼핑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영화관 등을 한데 묶은 복합쇼핑몰 형태로 출발했고 백화점에만 630여 개 브랜드를 채웠다. 롯데는 개점 당시 백화점 연매출 목표를 3300억 원 이상으로 잡았고 당시 점장은 향후 5천억 원까지도 가능하다는 기대를 내놓기도 했다.
한동안 이런 기대에 가까워지는 모습도 나타났다.
청량리점 매출은 2016년 3445억 원으로 전국 백화점 가운데 33위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2017년 2968억 원으로 3천억 원 아래로 내려왔고 2020년에는 2291억 원으로 줄며 42위까지 밀렸다.
2021년에는 매출 2347억 원으로 전국 48위까지 내려갔다. 이후 매출은 다시 조금씩 늘어 2025년 2654억 원을 기록했지만 순위는 41위에 머물렀다.
10년 전 위상과 비교했을 때 청량리점이 잃어버린 것은 매출 규모만이 아니다. 서울 동북권을 대표하겠다던 점포가 전국 중위권 수준으로 밀리면서 상권 안에서 차지했던 위상도 함께 낮아졌다.
그 사이 청량리점 주변은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오래된 상가와 전통시장 중심이던 청량리역 일대에는 재개발을 통해 초고층 주거단지가 잇달아 들어섰다.
2023년에는 청량리역 인근에서 약 3천 가구 규모의 신축 주택 입주가 몰렸다.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1152가구와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1425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오피스텔 등을 포함하면 당시 청량리역 주변에 유입되는 인구가 1만 명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과거 유동인구와 전통시장에 크게 의존했던 상권에 역세권을 생활권으로 삼는 상주 수요가 새로 들어온 셈이다.
개발은 끝나지 않았다.
청량리역과 가까운 전농12구역은 4월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이 통과돼 기존 297가구보다 많은 548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로 개발된다. 최대 45층까지 높이를 올릴 수 있도록 계획도 바뀌었다.
| ▲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전경. <롯데백화점> |
문제는 이처럼 배후수요가 크게 달라졌는데도 기존 청량리점의 매출이 그만큼 빠르게 따라오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청량리점 매출은 2022년 2605억 원에서 2023년 2626억 원, 2024년 2648억 원, 2025년 2654억 원으로 증가했다. 역세권 대단지 입주가 본격화된 뒤에도 매출 규모가 크게 뛰지는 않았다.
정 대표가 청량리점에 쇼핑몰을 붙이는 의미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백화점만으로 새로 형성된 배후수요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 쇼핑몰이라는 다른 형식의 공간을 더해 청량리역을 생활권으로 삼는 고객이 점포를 찾을 이유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이 2010년 청량리 민자역사를 열 때부터 체류시간 확대를 중요하게 봤다는 점도 눈에 띈다. 당시에도 쇼핑시설뿐 아니라 영화관과 문화홀, 갤러리, 옥상공원 등을 함께 배치해 고객이 오래 머무르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16년이 지난 현재 정 대표는 같은 청량리점을 놓고 복합쇼핑몰 기능을 한 번 더 보강하는 셈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철도 유동인구와 인근 대학가의 젊은 고객을 끌어오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역세권에 새로 자리잡은 대규모 주거단지와 앞으로 이어질 재개발 수요까지 청량리점 고객으로 연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정 대표가 취임 이후 추진하고 있는 점포별 경쟁력 강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정 대표 체제의 롯데백화점은 모든 점포에 같은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보다 핵심 대형점은 대규모 리뉴얼을 통해 광역 상권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지역 점포는 각 상권의 특성에 맞춰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점포 전략을 나누고 있다.
서울 동북권에서도 투자 방식은 점포마다 다르다.
노원점에서는 17개월에 걸쳐 전체 영업면적의 약 80%를 바꾸는 개점 이후 최대 규모 리뉴얼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26년 상반기 매출이 1년 전보다 15% 늘고 신규 고객도 5만 명 이상 증가했다.
청량리점에서는 기존 백화점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는 대신 옆에 롯데몰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정 대표로서는 노원점에서 리뉴얼로 고객을 다시 끌어온 데 이어 청량리에서는 달라진 상권에 맞춰 점포의 외연을 넓히는 방식으로 서울 동북권에서 롯데백화점의 영향력을 키우는 셈이다.
롯데쇼핑 역시 8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노원점 리뉴얼과 청량리점 신관 개점을 하반기 서울 동북권 상권 공략의 핵심 사업으로 제시했다.
본점과 잠실점은 '타운화'를 통해 광역 상권 경쟁력을 키우고 인천점은 세 번째 롯데타운으로 육성하는 한편 동북권에서는 노원과 청량리에 힘을 싣겠다는 구상이다. 조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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