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만 TSMC가 미국에 투자를 대폭 늘려 반도체 공장 증설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정부의 압박을 넘어 AI 산업 성장에 대비하고 경쟁사를 견제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파운드리 제1공장. < TSMC >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미국에 반도체 시설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삼성전자와 인텔 등 경쟁사를 견제하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규모의 경제 효과로 반도체 생산 능력과 고객사 기반 등에서 확실한 우위를 구축해 후발주자들의 추격에 선제적으로 거리를 벌리겠다는 의도로 여겨진다.
◆ TSMC 수익성 악화에도 미국에 투자 확대, “미래 위한 선택” 강조
대만 디지타임스는 21일 “TSMC는 미국 공장 증설이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가운데도 투자 규모를 오히려 더욱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미국에 1650억 달러(약 244조 원)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두고 있었는데 이에 더해 1천억 달러(약 150조 원)를 추가로 지출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16일 발표했다.
미국 애리조나에 첨단 반도체 생산공장 4곳을 추가해 모두 12개를 가동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디지타임스는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비용이 대만보다 4~5배 높은 수준으로 추산되는 만큼 수익성 악화를 두고 시장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TSMC는 실제로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투자 확대가 향후 수 년에 걸쳐 매출총이익이 2~3%포인트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TSMC는 미국 공장 증설이 중장기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라는 태도를 보이며 과감한 투자 전략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황런자오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9일(현지시각)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 증설 가속화는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수혜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공장 증설이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주주들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한 선택이라는 발언도 내놓았다.
황 CFO는 “1천억 달러의 신규 투자는 모두 고객사들의 강력한 수요 기반을 바탕에 두고 있다”며 “오랜 기간에 걸쳐 구조적으로 강한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 대만 가오슝에 위치한 TSMC 반도체 공장 사진. <연합뉴스> |
◆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안정성도 미국 공장 중요성 높여
디지타임스는 모두 2650억 달러(약 392조 원)에 이르는 TSMC의 미국 중장기 투자 계획이 결국 인공지능 산업의 미래를 예측한 움직임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애초 TSMC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압박으로 현지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 시장 성장이 투자 이유를 바꿔내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TSMC와 같이 인공지능 공급망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의 해외 생산 설비가 전략적으로 더욱 중요한 자산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파운드리 주요 고객사인 AI 반도체 설계 업체들이 대부분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어 이들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려면 현지 생산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TSMC의 미국 공장은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추는 데도 매우 효과적 전략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디지타임스는 “TSMC의 해외 투자가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을 키우더라도 이는 차세대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장기 투자 성격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TSMC가 추가로 투자하는 1천억 달러는 2030년 이후로 예상되는 반도체 수요를 겨냥하고 있는 만큼 장기 성장성에 자신감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왔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 TSMC의 주요 경쟁사도 이러한 기조에 맞춰 미국 내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삼성전자가 신설하는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과 인텔이 신설하는 18A 및 14A 첨단 생산라인이 대표적 예시로 제시됐다.
디지타임스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삼성전자와 인텔도 미국 내 공장 건설로 큰 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며 “어떤 기업도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놓여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 ▲ TSMC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는 삼성전자 및 인텔과 경쟁에서 격차를 벌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래픽 챗GPT 제작> |
◆ 삼성전자 인텔과 경쟁도 염두, 미국 정부의 지원이 변수
TSMC가 투자를 크게 늘린 배경에는 삼성전자 및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추격에 선제적으로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판단도 반영되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의 인공지능 및 자율주행 반도체 위탁생산을 수주했다. 인텔은 애플과 엔비디아, 구글 및 테슬라, 스페이스X와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웨이저자 TSMC CEO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고객사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고르듯이 파운드리 협력사를 선택하지 않는다”며 기존 고객사들과 협업을 유지하는 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을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 및 인텔과 경쟁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생산 규모와 수율, 고객사 기반 측면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TSMC와 경쟁에 다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텔은 TSMC에 실질적 위협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인텔의 지분을 인수하고 보조금을 제공하는 등 전폭적 지원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중국시보는 20일 “TSMC는 이제 미국 정부에서 도움을 받는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며 “대만이 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인텔을 통해 자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TSMC가 앞으로도 절대적 우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중국시보는 TSMC가 하루아침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서 유일하게 신뢰를 얻은 공급사라는 위치를 점차 잃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리스크를 안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TSMC가 미국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한 이유도 결국 생산 능력과 원가 경쟁력 등 물리적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해 절대적 선두 지위를 지키겠다는 의도를 깔고 있는 셈이다.
중국시보는 결국 “TSMC가 미국 내 공장 증설을 빠르게 늘려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자급체제 정책에 호응해야 한다”며 “미국의 믿을 만한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