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언급한 '롯데 10년 정체' 깰 무기는, 유통·식품 '성과'에도 바이오 '시험대' 오른다
조성근 기자 josg@businesspost.co.kr2026-07-16 10: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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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언급한 '10년 정체'가 극복되려면 롯데그룹이 유통·식품의 실적 개선을 넘어 바이오사업에서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사진은 신동빈 회장(왼쪽)이 2025년 5월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7회 한일경제인회의 개회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을 모아 놓고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그룹의 사업 경쟁력이 정체됐다고 진단하면서 각 계열사 최고경영진의 부담도 커지게 됐다.
사업군별 상황을 살펴보면 롯데그룹의 주력으로 여겨지는 유통과 식품 쪽 계열사는 그나마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신사업에 투자할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단계로 평가된다.
다만 신 회장이 언급한 '10년 정체'를 끊기 위한 무기가 되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은데 조 단위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바이오사업의 성패가 롯데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16일 롯데그룹 안팎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롯데그룹이 유통과 식품, 화학 등 기존 핵심사업과 관련해 그룹의 새 수익원을 발굴하는 데 아직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실적 흐름만 보면 롯데그룹이 당장 돈을 못 버는 부정적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다.
식품(롯데웰푸드·롯데칠성음료)과 유통(롯데쇼핑), 화학(롯데케미칼), 호텔(호텔롯데) 등 핵심 사업군의 2026년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7876억 원으로 2025년 1분기보다 181% 늘었다. 비용 효율화와 저수익 사업 정리, 핵심 점포와 브랜드 집중 전략 등이 이익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다만 현재 실적 개선은 새로운 성장축이 부상했다기보다 기존 핵심사업이 다시 제몫을 하기 시작한 결과에 가깝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지난 수년 동안 부진했던 성과가 이제 정상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 계열사의 맏형인 롯데쇼핑의 2026년 1분기 영업이익은 2529억 원으로 2025년 1분기보다 70.6% 늘었다. 백화점 대형 점포의 성장과 외국인 고객 증가, 할인점의 판촉비와 판매관리비 효율화,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 개선이 함께 작용한 결과지만 아직 한계가 명확하다는 시선도 있다.
▲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해외사업의 실적 개선으로 그룹 수익성 회복을 이끌고 있지만 온라인사업과 국내 유통시장 침체는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정현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 차우철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 겸 슈퍼사업부장(롯데마트·슈퍼 대표), 추대식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롯데온 대표). <롯데쇼핑>
서민호 한국신용평가(KIS)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통합 소싱과 구조조정, 해외사업 개선을 바탕으로 양호한 이익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국내 대형마트 업황 부진과 온라인사업의 낮은 판매이익을 고려하면 본원적 이익창출력이 뚜렷하게 개선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품 계열사들은 그나마 성장동력 발굴에 성과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해외법인의 판매 증가가 실적 개선에 기여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웰푸드는 1분기 해외법인에서 매출 2705억 원, 영업이익 120억 원을 냈다. 2025년 1분기보다 매출은 17.6%, 영업이익은 32.5% 늘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글로벌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1분기 기준으로 글로벌사업 매출은 1년 전보다 11.1% 늘어난 3783억 원을 기록했으며 글로벌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46%까지 높아졌다.
식품 계열사들이 해외사업을 통해 외형과 이익을 함께 키우고 있는 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유통 계열사가 구조조정을 통해 이익을 회복하는 단계라면 식품은 기존 브랜드와 제품을 해외에서 확장하며 성장의 범위를 넓히고 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유통과 식품만으로 롯데그룹의 사업구조를 빠르게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롯데의 재무와 신용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계열사는 롯데케미칼이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3개년 평균 롯데지주 계열 총자산의 43%, 매출의 49%, 총차입금의 34%를 차지했다. 유통과 식품에서 이익이 늘더라도 화학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면 그룹 전체의 이익창출력과 재무구조가 빠르게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2026년 1분기 영업이익 735억 원을 내며 10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효과와 판매가격 상승, 생산 운영 최적화의 영향이 컸고 중국발 공급과잉이라는 근본적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3일 인천 연수구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 1공장을 돌아보고 있다. <롯데지주>
결국 롯데그룹이 직면한 문제는 유통과 식품의 실적을 더 끌어올리는 일과 동시에 화학 의존도를 낮출 새로운 사업축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가운데 그룹의 사업 구성을 바꿀 수 있는 후보로 꼽히는 분야가 바로 바이오다.
바이오사업의 열쇠는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신유열 대표는 2025년 말부터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미국 시러큐스공장을 인수한 뒤 2024년 3월 인천 송도에 12만 리터 규모의 제1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송도 제1공장은 2026년 6월22일 사용승인을 받고 상업생산 준비에 들어갔으며 롯데바이오로직스는 7월6일 시설자금 마련을 위해 최근 255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결정했다.
생산시설 확보 단계가 마무리되면서 바이오사업의 평가기준도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공장을 짓고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글로벌 제약사의 대규모 상업생산 물량을 가져와 공장을 채우는지가 핵심이 됐다.
현재 실적은 바이오사업이 아직 투자 단계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2026년 1분기 매출은 12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3% 줄었고 영업손실은 562억 원으로 확대됐다.
▲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이사 부사장(왼쪽)이 2025년 6월16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USA 2025에 참석해 셀트리온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시러큐스공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2022년 미국 제약회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퀴브(BMS)로부터 인수한 공장이다. 기존 BMS 의약품 생산물량을 이어받아 가동해왔지만 해당 물량이 줄고 시설 고도화 작업까지 겹치면서 공장 가동률은 2025년 74%에서 2026년 1분기 14%로 낮아졌다.
2026년 일본 라쿠텐그룹의 미국 자회사인 라쿠텐메디칼과 미국 항암 전문기업의 물량을 새로 수주하고 기존 고객사인 영국 오티모파마와 추가 생산계약을 맺은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계약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고 상당수 물량이 공정개발이나 임상시료 생산 단계에 있어 송도공장의 대규모 생산능력을 뒷받침할 상업생산 수주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롯데그룹으로서는 바이오사업의 성과를 기다리는 동안 재무부담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의 별도기준 순차입금은 2020년 말 1조8천억 원에서 2026년 3월 말 3조5천억 원으로 늘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신사업 투자와 계열사 지원이 이어지면 재무부담 완화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신 회장이 15일 열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강조한 '선택과 집중'도 이런 사업 사이의 시간차를 조정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과 식품 계열사는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투자재원을 쌓는 역할을 맡고 화학 계열사는 사업재편을 통해 자금 소요를 낮추는 데 주력하는 한편 바이오 계열사는 기존 사업에서 확보한 재원을 장기간 투자 부담으로 소진하기 전에 자체 현금창출력을 갖추는 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아영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롯데바이오로직스 제1공장의 예상 가동 시점이 2027년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롯데지주의 추가 지원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진행 중인 신사업 투자와 금융비용·배당 등 경상적 자금 유출을 고려하면 확대된 재무부담을 완화하는 데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