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마이크론이 메모리반도체 고객사들과 장기 계약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는 실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지만 업황 호조에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는 방법인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딜레마를 안기고 있다. 마이크론 기업로고 및 반도체 이미지.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론이 GM에 이어 포드와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메모리반도체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협력사 관련 기반 및 물량 비중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늘린 장기 계약은 반도체 업황 악화의 타격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지만 장기 호황에는 수혜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략에도 변수로 꼽힌다.
6일(현지시각) 미국의 시장 조사기관 트레피스는 보고서를 내고 “마이크론의 자동차업체와 장기 계약은 실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지만 주가에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론은 포드의 차세대 자동차에 첨단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마이크론은 GM과도 유사한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6월 말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마이크론이 모두 16곳의 고객사와 반도체 장기 공급을 약속했다고 전한 만큼 관련된 내용이 앞으로도 꾸준히 공개될 공산이 크다.
마이크론이 메모리반도체 호황기에 대형 고객사들과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일은 앞으로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발생할 수 있는 타격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특성상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업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호황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처럼 마이크론의 협상력이 높을 때 고객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다면 당분간은 정해진 가격에 반도체를 판매할 수 있어 실적 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
트레피스는 “장기 계약은 과거와 같이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폭락해도 수익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라며 “그러나 그만한 대가도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마이크론과 고객사의 대규모 계약은 대부분 가격 상한선을 정해두고 있어 지금보다 메모리반도체 평균 단가가 크게 오른다면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트레피스에 따르면 마이크론이 현재까지 체결한 16건의 장기 계약은 앞으로 수 년 동안 D램 생산량의 약 20%,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33% 안팎으로 추산된다.
마이크론이 여러 고객사와 꾸준히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비중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트레피스는 결국 마이크론이 반도체 호황으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낼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 ▲ SK하이닉스의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전시용 제품. < SK하이닉스 > |
현재 마이크론 주가는 미래 성장성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시장의 눈높이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두기 어려워지면 주가 상승세가 더 이어지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트레피스는 “실적 변동성을 줄이려는 마이크론의 전략은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높은 성장성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며 “장기 계약으로 판매하지 않는 메모리반도체 물량이 어느 정도의 추가 이익을 창출할지가 향후 주가에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론의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유사한 입장에 놓여 있다. 안정적 메모리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고객사들의 장기 계약 문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과 달리 장기 공급 계약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반도체 호황이 앞으로 더 강력해지고 오래 지속될 때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마이크론보다 높은 가격으로 더 많은 물량을 판매하면서 수혜를 극대화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증권사 UBS는 D램 공급 부족이 최소한 2028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당분간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과거 메모리반도체 불황기를 맞아 실적과 주가에 큰 타격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만큼 사업 안정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마이크론과 같은 방식을 이용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이 일제히 장기 계약의 비중을 높인다면 업황을 예측하는 데 실패하고 무리한 생산 투자를 벌여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을 이끌 가능성도 낮아진다.
그러나 장기 공급 물량의 비중이 낮은 기업은 호황기에 훨씬 큰 수혜를 볼 기회가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어느 정도의 딜레마를 안고 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은 6월30일 보고서를 내고 SK하이닉스의 장기 계약이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지 않고 하한선만 설정하는 사례가 파악됐다고 전했다.
마이크론이 상한선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반도체 호황기가 더 강력해지면 SK하이닉스는 실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더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7월 중 2분기 실적 발표 및 콘퍼런스콜을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 고객사와 장기 공급 계약 관련한 내용이 언급될 가능성이 유력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