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메타의 클라우드 사업 진출과 애플의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구입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미나이 나노 바나나 2> |
[비즈니스포스트] 메타가 남아도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연산능력을 활용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또다시 'AI 버블 붕괴' 우려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조만간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메모리 가격 인상을 이끌어왔지만, 메타의 이번 움직임이 빅테크의 AI 투자 과잉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애플이 중국 CXMT, YMTC로부터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받는 것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일부 완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현지시각 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는 내부적으로 '메타 컴퓨트' 계획을 세우고 자사의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활용해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 구축한 컴퓨팅 자원에서 남는 부분을 외부에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컴퓨팅 파워를 사오던 메타가 이제는 파는 쪽으로 변하는 것으로, 미국 빅테크가 AI 인프라에 대규모로 투자한 것에 비해 AI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AI 연산 자원이 공급 과잉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메타의 클라우드 사업 진출 소식에 1일 마이크론(-10.57%), 샌디스크(-10.62%) 등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급락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메타의 내부 AI 인프라 가동률은 65%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나머지 35%를 외부에 판매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현금흐름을 개선시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이는 AI 인프라 과잉 투자의 신호로도 볼 수 있으며, 향후 설비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타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속도 조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수요 증가 둔화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메모리 가격은 'AI 수요는 무한한데, 메모리 반도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논리를 전제로 급등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빅테크의 유휴 AI 인프라를 임대해 사용하기 시작하면, 신규 데이터센터 증설이나 자체 서버용 D램과 낸드 구매를 일시적으로 뒤로 미룰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타는 그동안 AI 투자 사이클을 이끌면서 '메모리 가격 상승 → 반도체 기업 실적 개선' 흐름을 이끌었던 하이퍼스케일러(데이터센터 운영 기업) 가운데 하나"라며 "작년 초 중국 딥시크 사태, 올해 초 터보퀀트 사태와 유사하게 AI 투자 내러티브(이야기)에 잡음이 생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중국 메모리 구입 가능성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위협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중국 CXMT로부터 모바일용 D램을, YMTC로부터 낸드플래시를 조달하기 위해 각 기업들과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사용할 메모리를 현지에서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애플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으로부터 메모리를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용 D램 가격이 최근 급등하자, 공급망 다각화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D램 가격은 1분기보다 58~63% 올랐으며, 낸드도 70~75% 상승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미국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가파른 부품 단가 인상은 처음 봤다"고 토로했으며, 최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을 비롯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중국 메모리 업체와 거래가 불러올 정치적 파장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 중국 CXMT는 2025년 1분기 3%였던 D램 시장점유율을 2026년 1분기 8%까지 끌어올리며 글로벌 4위 D램 업체로 자리 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
향후 CXMT와 YMTC가 애플 공급망에 진입한다면 기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D램 3사 과점체제 대비 메모리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CXMT는 2028년까지 3년 동안 D램 생산량을 월 23만5천 장(웨이퍼 기준)까지 늘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삼성전자(월 17만5천 장)와 SK하이닉스(월 21만 장)의 증설 예정 규모를 뛰어넘는 것이다.
CXMT는 이미 2025년 1분기 3%였던 D램 시장점유율을 2026년 1분기 8%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미국 정부의 안보 문제를 고려하면 애플이 중국 메모리를 활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CXMT와 YMTC는 미국 국방부가 중국 인민해방군 지원 기업으로 지정한 '1260H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또 메모리 품질과 수율(완성품 비율) 문제도 중국 메모리를 탑재하는 데 걸림돌로 꼽힌다. CXMT의 DDR5 D램 생산 수율은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미애널리시스 측은 "CXMT는 이제 명백히 글로벌 4위 D램 업체로 자리 잡았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같은 선도적 메모리 공급 업체들에 점점 더 큰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다만 중국 외 지역에서의 메모리 채택 여부는 제품 품질, 지정학적 사항,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고객사 의지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메타의 클라우드 사업 진출을 두고도 곧바로 메모리 수요 둔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메타의 움직임은 빅테크가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시장에 진입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데이터센터 연산 자원을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 역할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빅테크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만큼, 메모리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AI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빅테크들은 에이전트, 피지컬 AI 시장이 개화할수록 서비스 사업자로서 역할보다 데이터센터 연산 제공자로서의 역할이 부각될 것"이라며 "돈 때문에 빅테크 투자가 줄어들 것이란 걱정은 AI 산업 과도기에 발생한 오해로, 메모리 반도체의 전방 수요 지속성에 관한 우려는 현재 시점에서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