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랑스 석유 메이저 토탈에너지스가 비영리단체 연합 및 프랑스 파리시에서 제기한 기후소송에 패소했다. 사진은 프랑스 북부 게네슈에 위치한 토탈에너지스 주유소 입간판.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거대 석유 기업인 토탈에너지스가 공급망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을 지고 감축 목표를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프랑스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미국과 네덜란드 등 다른 국가에서도 석유 회사를 상대로 비슷한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 판결은 중요한 선례로 남을 수 있다.
25일(현지시각) 가디언과 로이터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석유 기업 토탈에너지스는 셰르파 협회와 프랑스환경운동 등 비영리단체 연합 및 파리시가 공동으로 제기한 기후소송에서 패소했다.
파리 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회사의 활동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기후 관련 위험 및 영향은 모회사 및 위탁회사의 주의의무에 관한 프랑스 기후법의 적용범위에 속한다”고 결론냈다.
법원은 토탈에너지스가 6개월 안에 자사의 전체 공급망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스코프 3) 정보를 수집해 공개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토탈에너지스는 수집된 스코프 3 정보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계획도 수정해야 한다.
파리 고등법원은 토탈에너지스에서 내놓는 새 계획이 충분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재차 수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앨리스 팀싯 파리 부시장은 가디언에 “이번 판결로 다국적 화석연료 기업이 기후위기에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법적으로 인정받았다”며 “기후위기는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에 중요한 의제인 만큼 파리시도 소송 주체로 직접 참여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 정부와 관련 당국은 그동안 기업들에 스코프 3 감축 의무를 명확하게 부여하지 않았다.
스코프 3은 공급망 전체에 걸쳐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이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이 어려워 기업들에 지나친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리 고등법원의 이번 판결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및 정보 공개 책임과 관련한 여론이 전환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 ▲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가스 관련 콘퍼런스 행사장에 걸려 있는 쉘 로고. <연합뉴스> |
다만 파리 고등법원은 토탈에너지스 측의 입장도 일부 수용하기로 했다.
소송을 제기한 비영리단체연합과 파리시는 토탈에너지스가 2030년까지 석유 생산량을 지금보다 37%, 가스 생산량을 25% 줄이고 신규 화석연료 채굴 프로젝트 추진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리시 고등법원은 “법률상 판사는 기업이 어떻게 사업을 운영할 것인지에 관련해 구체적 방안을 강제할 수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토탈에너지스는 성명을 통해 “오늘 법원 판결에서 신규 석유 및 가스 채굴에 관한 금지가 나오지 않은 것에 만족한다”며 “이는 법원이 토탈에너지스가 기후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지에 관해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른 기후소송들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4년부터 환경단체들이 석유 메이저 쉘을 대상으로 네덜란드에서 진행하고 있는 소송과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지난해 엑손모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등이 예시로 꼽힌다.
두 소송은 모두 석유 회사의 사업이 기후와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실제보다 축소해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키웠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한다.
노아 워커-크로퍼드 그랜텀연구소 박사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은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변화를 유발한다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을 근거로 한 과학적 합의에 따라 법원이 내린 것”이라며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법으로도 뒷받침된다는 점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토탈에너지스를 상대로 소송을 주도한 프랑스 비영리단체 연합은 성명을 내고 ”토탈에너지스는 스코프 3 배출량을 줄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며 “우리는 이번 판결과 같은 변화가 더 활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그랜텀 기후변화환경연구소는 이같은 기후소송들이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198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 기후소송 누적건수는 3600여 건이었는데 2025년에만 249건이 새로 제기됐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