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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국 재생에너지 제조망 무기화 우려 커져, "한국 'K-GX'로 녹색산업 육성해야"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6-06-10 1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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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국 재생에너지 제조망 무기화 우려 커져, "한국 'K-GX'로 녹색산업 육성해야"
▲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이 10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재생에너지 제조공급망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최근 세계 각국이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글로벌 공급망을 대부분 중국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이 한국형 녹색전환(K-GX) 전략을 통해 친환경산업 육성에 나선다면 중국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 "중국의 재생에너지 공급망 무기화 가능성 커져"

10일 녹색전환연구소, 플랜1.5 등 국내 기후 싱크탱크들이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개최한 ‘중동발 에너지 위기와 분기점에 선 K-GX' 토론회에서 중국의 재생에너지 공급망 무기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석유나 가스와 달리 태양광과 풍력은 에너지를 생산할 때마다 매번 원료를 수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에너지 전환의 길목에서 중국이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무기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태양광 셀, 배터리 등 친환경 제품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는 에너지 체계의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재생에너지로 전환에 속도를 내려는 국가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국의 태양광 셀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0% 증가했다.

배터리 수출량은 정확한 월별 집계가 나오지 않았으나 시장조사기관 리스타드 에너지에 따르면 올해 수출량은 전년 대비 30%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이런 중국 중심의 공급망 구조가 친환경 공급망을 무기화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도 올해 3월 발간한 ‘2026년 에너지 기술 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친환경 제조업 독점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글로벌 공급망에 공급된 태양광 제품의 약 85%, 배터리의 80%는 중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는 중국이 공급망에서 전면 배제되는 상황을 가정한 ‘N-1' 시나리오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중국외 지역의 친환경 제품 공급이 사실상 마비되며 월 약 10억 달러(약 1조5천억 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보고서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 세계 경제의 주류로 올라섰다”며 “하지만 특정 국가에 관련 제품의 제조 공장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어 전 세계는 공급망 쇼크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 "재생에너지 공급망에서 중국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한국"

중국의 재생에너지 공급망 독점 분위기 속에서 한국의 녹색 산업 제조능력은 윤석열 정부 당시까지는 크게 후퇴한 것으로 분석된다.

녹색전환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까지만 해도 한국산 태양광 셀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0%였으나 2024년에는 4%로 급락했다.

배터리도 2020년 기준 한국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3.5%였으나 2025년에는 15.4%로 후퇴했다.

김병권 소장은 “중국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에 한국의 녹색산업 제조업이 완전히 밀려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며 “하지만 최근에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독점을 경계하는 서구권의 안보 심리를 활용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다소 밀리더라도 한국산 제품이 국제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김 소장은 “한국의 녹색 제조 경쟁력은 지난 4~5년 동안 계속 약화돼 왔으나 글로벌 가치사슬 전체로 확대해서 보면 한국의 잠재력은 여전히 살아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실제로 녹색 산업 분야의 가치사슬(원료 조달에서 생산, 유통, 판매, 사후 서비스에 걸친 모든 활동)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국, 독일, 미국, 일본, 이탈리아 바로 다음에 한국이 위치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중국 재생에너지 제조망 무기화 우려 커져, "한국 'K-GX'로 녹색산업 육성해야"
▲ 이현석 에너지 정의행동 정책위원이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한국 녹색 산업 육성에 'K-GX' 전략 역할 중요해"

이런 상황에서 국내 녹색 산업 육성을 직접적으로 지원할 K-GX 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현석 에너지 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현재 재생에너지 분야에 관한 논의를 보면 아직은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이를 관련 제조업까지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자연스럽게 정부가 약속한 정의로운 전환, 신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확대까지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이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처럼 세액공제를 통한 재정적 지원과 유럽연합의 탄소중립산업법(NZIA)과 같은 인허가 간소화를 통한 행정 부담 경감 방안 등이 언급됐다.

현재 K-GX 담당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구체적인 시행안을 이번 달 말까지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관련 부처와 협의가 더 필요해져 발표를 7월로 연기했다.

김병권 소장은 “녹색 산업 육성은 현재 반도체 의존 일변도의 한국 경제의 리스크를 줄인다는 의미에서도 필요하다”며 “중국을 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의 약 3분의1이 녹색산업에 기반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최근 보도를 보면 한국, 일본, 대만의 경제지표에서 반도체 산업의 성과를 아예 제거한 결과 동아시아 3국의 경제성장은 2010년대 이후 정체된 상황으로 나타났다.

김 소장은 “한국은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27%나 되는 만큼 녹색 산업 육성을 통한 산업 전환이 특히 중요하다”며 “이제는 산업 정책의 초점을 온실가스 감축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전략적 경쟁력을 갖추는 부분에 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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