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전자 노조가 5월 총파업에 들어가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2위 자리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노조가 5월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생산량을 계속 늘리고 있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시장 점유율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조 총파업으로 파운드리 생산라인이 멈춰서면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는 인텔, 중국 SMIC 등에게 파운드리 2위 자리를 내어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2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올해 말까지 3나노 공정의 반도체 웨이퍼 생산량을 월 18만 장 수준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기존 증산 목표였던 15만 장보다 20% 늘어난 수치다.
TSMC의 2나노 공정도 올해 말까지 월 10만 장 수준까지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말까지 2나노 공정 월 생산량은 3~4만 장에 불과했으나, 밀려드는 주문에 생산량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유럽 투자은행 UBS는 TSMC가 향후 수년 동안 2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2나노 공정에서도 TSMC가 주도권을 잡으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 독주 체제는 당분간 더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2025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69.9%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7.2%로 2위에 올랐지만, 두 회사의 점유율 간극은 62.7%포인트로 2024년보다 7.7%포인트 더 벌어졌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주요 파운드리 기업의 월간 생산능력은 2025년 말 12인치 웨이퍼 투입량 환산 기준으로 TSMC가 약 157만 장, 삼성전자가 약 35만 장이다.
| ▲ 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3일 오후 3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
반면 삼성전자는 노조의 5월 총파업으로 파운드리 공장 가동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전자 노조는 5월21일부터 6월17일까지 18일 동안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다.
실제 지난 23일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에서 초기업노조가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한 직후, 야간 교대 근무 시간(23일 22시~24일 06시) 동안 삼성전자의 메모리, 파운드리 가동률은 급락했다.
메모리 생산라인은 평균 15~25% 수준의 가동률 감소를 기록했고, 파운드리 부문은 같은 시간 전체 생산 실적의 58%가 줄어들었다.
파운드리 부문 생산 실적이 크게 감소한 데는 투쟁 결의대회 참여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기준 투쟁 결의대회 사업부별 참여율은 파운드리 74%, 시스템LSI 사업부와 메모리 사업부는 각각 69.6%, 51.7%였다.
또 파운드리 특성상 숙련된 인력이 필수인 점도 파업으로 인한 인력 공백 영향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고객사별 맞춤형 제품을 다품종 소량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파업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가동률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현재 상황은 후발 주자에게는 추격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3위 업체는 중국 SMIC로 약 5.3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위인 삼성전자와 1.88%포인트 차이에 그친다.
게다가 최근 인텔 파운드리의 부활이 삼성전자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인텔은 1.8나노(18A) 공정을 상용화해 외부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추진하는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테라팹' 구축에도 참여한다.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 22일(현지시각) "인텔은 테라팹 핵심 제조 기술 가운데 일부에 파트너로 참여한다"며 "인텔 1.4나노(14A) 공정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주요 고객의 신뢰를 잃어 시장 지위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 테슬라 등 주요 고객사와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엔비디아의 추론용 AI칩 그록3를 생산하고 있으며, 내년 테슬라의 AI4.1(AI4 개량형), AI5 칩도 생산을 시작한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3일 열린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가 리스크 분산을 위해 TSMC 등 대체 공급선 검토에 나설 수 있다"며 "공정 검증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반도체 사업 특성상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를 포함한 비메모리 부문은 올해 1분기 기준 약 1조6천억 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김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