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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사기구 탄소세 '트럼프 몽니'에 무산 가능성, 2050년 해운 탈탄소 목표 흔들려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6-04-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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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사기구 탄소세 '트럼프 몽니'에 무산 가능성, 2050년 해운 탈탄소 목표 흔들려
▲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에 위치한 국제해사기구 본부에서 해양환경보호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국제해사기구>
[비즈니스포스트] 해운산업의 탈탄소화를 추진하기 위한 국제기구의 탄소세 계획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방해로 무너질 가능성이 나온다.

2050년 해운 분야에서 탈탄소를 이룬다는 목표가 송두리째 흔들릴 위험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오는 27일(현지시각) 국제해사기구 제84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가 영국 런던 국제해사기구 본부에서 개최된다.

이번 회의에서 다뤄지는 핵심 안건은 지난해 10월 회의에서 최종 채택 여부가 미뤄진 국제해사기구 넷제로프레임워크(NZF) 세부조정안이다.

최종 투표는 올해 10월에 진행되지만 이번 회의를 통해 해양환경보호협약(MARPOL) 부속서를 조정해 탄소세를 비롯한 핵심 세부 내용을 조율한다.

문제는 넷제로프레임워크가 '속 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투표에서 넷제로프레임워크 채택에 반대한 미국,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일본, 그리스, 키프로스, 파나마, 싱가포르 등 국가들도 동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달에 넷제로프레임워크에서 탄소세를 빼는 조정안을 제출했다. 지난 1월 파나마도 비슷한 제안을 국제해사기구 회원국들에 제안했다.

해운전문매체 '쉽앤벙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국제해사기구 회원국들에 재차 서한을 보내 넷제로프레임워크 탄소세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마크로 루비오 국무장관은 서한을 통해 "회원국들과 국제기구는 중복되는 체계와 협정을 피하기 위해 이번 제도를 포기하기로 약속해야 할 것"이라며 "이미 공격적인 유럽연합의 제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탄소 거래 또는 가격 책정을 도입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파나마 등 외에도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인도 등 국가들이 탄소세 도입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나이지리아, 이집트 등이, 남미에서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국가들이 탄소세를 보류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 탄소세 '트럼프 몽니'에 무산 가능성, 2050년 해운 탈탄소 목표 흔들려
▲ 9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앤트워프항에 컨테이너선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지난해 10월 투표에서 기권하며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탄소세와 관련한 이해당사자인 해운업계 내부에서도 입장이 갈리고 있다.

해운전문매체 로이드 리스트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각) 그리스 선주들은 국제해사기구 회원국들에 탄소세를 제외할 것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탄소세가 채택되면 선박 운임료가 20% 오를 것으로 전망돼 가뜩이나 이란 전쟁 같은 지정학적 분쟁으로 치솟은 물류비 부담이 한층 심각해질 것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반대로 친환경 선박 도입을 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선사들은 탄소세 도입 강행을 촉구했다.

21일(현지시각) 세이프티시즈에 따르면 청정해운연합은 성명문을 통해 "회원국들이 향후 며칠 동안 핵심 지침을 마련하고 올해 하반기에 프레임워크를 채택해야 할 것"이라며 "탄소집약도 지표를 강화해 강제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넷제로프레임워크에 전과정평가를 도입해 탄소 배출량을 철저히 검증하고 탄소세를 매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델레인 맥컬로 청정해운연합 회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프레임워크의 핵심"이라며 "해운업계가 의존하는 화석연료와 무공해 에너지간 가격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해운부문의 탈탄소화가 중요한 이유는 해운이 전 세계 교역량의 약 80%를 담당하는 핵심 물류산업이기 때문이다. 

해운산업이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로 연간 11억 톤에 달한다. 이는 2024년 기준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약 80% 더 많은 양이다.

환경단체들은 넷제로프레임워크에 탄소세가 포함되지 않고 약화되면 국제해사기구가 약속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16일(현지시각) 공식성명을 통해 탄소세를 포함하는 넷제로 프레임워크 원안 채택을 촉구했다.

세계자연기금은 "'나중에'라는 핑계로 탄소 감축 조치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선박들의 배출량은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국제해사기구가 신중함보다는 용기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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