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3고 쇼크⑤] 한전 이란 전쟁에 원가 압박 커져, 정부 전기요금 체계 개편으로 위기 돌파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6-04-07 15: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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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중동의 석유와 가스 수입에 의존이 높은 한국에 에너지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환율 상승과 물가 상승, 금리 인상 압력이 높아지며 ‘3고 쇼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응해 비상대책을 가동하고 있지만 효과는 일시적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결국 주요 기업들이 저마다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중동발 3고 쇼크에 원가 상승과 소비 위축 등 리스크를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경영진의 과제와 향후 대응 방향을 점검한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가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고공행진으로 원가 부담 확대에 따른 수익성 하락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전기요금 인상을 최대한 피하고 전기요금 체계 개편 등 방식으로 대응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97조4345억 원, 영업이익 13조5248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7일 국제유가 흐름을 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12.41달러, 영국 런던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109.77달러로 직전거래일 장을 마쳤다.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으로 올해 초 배럴당 57달러 수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미국이 2월28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등에 폭격을 시작하면서 전쟁이 발발한 뒤로 지속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이며 3월30일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2일부터는 배럴당 110달러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국 동부시각 기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8일 오후 8시까지 이란이 합의하지 않으면 이란의 모든 다리가 완전히 파괴되고, 이란의 모든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고, 불타고, 폭발해 다시는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완전한 파괴가 8일 밤 12시까지 4시간 동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 대변인을 통해 “망상에 사로잡힌 미국 대통령의 무례하고 오만한 수사”라며 “근거 없는 위협은 이슬람 전사들이 미국과 시온주의 적에 맞서 벌이는 공세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혹은 종전 논의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한동안 국제유가가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전망을 놓고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공급 차질을 동반했던 때를 보면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더라도 국제유가 약세는 제한되면서 위험 발생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짚었다.
심 연구원은 “현재 주요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에너지 시설 정상화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중동 정세가 진정되더라도 국제유가는 전쟁 전보다 높은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 상승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다른 화석연료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한전의 전력도매가격(SMP, 계통한계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다.
전력도매가격은 한전은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으로 사업적 측면에서는 원가 비용이 된다.
전력도매가격은 매시간 예측된 전력수요에 맞춰 투입된 발전원 가운데 가장 가격이 높은 발전원의 가격이 반영되며 주로 LNG 시세에 좌우된다. 통상적으로 전력도매가격 흐름은 국제유가 흐름에 4~6개월 후행하게 된다.
전력도매가격은 월평균으로 지난해 12월 90.43원/kWh에서 올해 2월에는 108.52원/kWh까지 올랐다. 3월에는 110원/kWh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3분기부터 국제유가 급등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상승폭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으로서는 기존의 수익성 수준을 유지하려면 전력도매가격의 상승에 맞춰 전기요금이 인상돼야 한다. 한전의 지난해 연평균 전력 판매단가는 170.4원/kWh이다.
하지만 전기요금 결정에는 한전이 아닌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 이재명 대통령이 3월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로서는 전기요금의 조정이 물가 관리와도 연결되는 만큼 한전의 경영 상황만 놓고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게다가 한전이 지난해 매출 97조4345억 원, 영업이익 13조5248억 원으로 각각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정도로 호실적을 냈다. 당장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할 만큼 급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현재 전기요금 수준이 한전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 결정된 것인 만큼 에너지 원가 상승에 따른 추가 대응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 비중 변화와 맞물려 지역별, 시간대별 차등 요금제도를 마련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시간대별 전기요금제는 당장 오는 16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낮 시간대에는 kWh당 최대 16.9원이 인하되고 밤 시간대에는 5.1원 인상된다.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는 지난 6일 국무회의를 통해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보고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3월26일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전기요금은 웬만하면 지금 변경하지 않고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대로 전기요금을 유지하면 한전의 적자 폭이 늘어날 수 있고, 한편으로는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고 묶어두니 전기 사용량은 계속 늘어난다”며 “우리 국민이 전기 절약에 각별히 협조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