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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 이어 노동절도 법정 공휴일 지정 수순, 주요 선진국보다 쉬는 날은 많지만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6-03-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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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 이어 노동절도 법정 공휴일 지정 수순, 주요 선진국보다 쉬는 날은 많지만
▲ 한국은 공휴일 수만 따지면 주요 선진국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장시간 노동과 낮은 연차 사용률, 분절된 여가 정책 구조 등으로 인해 ‘실제로는 덜 쉬는 나라’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제헌절에 이어 5월1일 노동절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이르면 올해부터 노동절과 제헌절로 공휴일이 이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휴일 수로만 보면 한국은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 휴식 구조는 주요 국가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여 ‘많이 쉬는 나라’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노동절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공휴일에 관한 법률’(공휴일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아직 개정안의 시행까지 절차가 남았지만 여야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국회 본회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이르면 올해 5월1일 노동절부터 모든 노동자가 쉴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노동절은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유급휴일이지만 공무원·교원과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반쪽짜리 휴일’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안이 최종 통과돼 시행되면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공휴일로 자리잡게 된다.

현재 한국의 연간 공휴일은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제헌절 등 국경일과 함께 신정, 설 연휴(3일), 부처님 오신 날, 어린이날, 현충일, 추석 연휴(3일), 크리스마스 등 모두 16일이다. 여기에 노동절까지 더해지면 17일이 되고, 신정과 현충일을 제외한 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치면 대체공휴일이 더해질 수 있다.

공휴일 수만 놓고 보면 한국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적지 않은 수준이다. 일본(16일)과 비슷하고 미국(11일), 프랑스(11일), 독일(9~13일)보다는 많은 편이다.

다만 공휴일 수가 곧 실제 휴식 수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노동시간과 휴가 사용 현실을 보면 상황은 다르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87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약 130시간 길다. OECD 38개국 가운데 6위 수준으로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등 중남미 국가를 제외하면 최상위권이다.

유럽 주요국은 공휴일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연차휴가가 길고 사용률이 높다. 

프랑스는 법정 연차가 25일 이상, 독일도 20일 이상이 보장되고, 실제 사용률이 90%를 넘어서 공휴일을 포함한 총 휴식일은 한국보다 훨씬 많다.

미국은 법으로 정해진 최소 연차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한국이나 유럽과 궤를 달리한다. 공휴일과 법정 연차는 제한적이지만 기업별 유급휴가(PTO) 제도가 활성화됐고, 이를 사용하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제헌절 이어 노동절도 법정 공휴일 지정 수순, 주요 선진국보다 쉬는 날은 많지만
▲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한국은 법정 연차가 15일 수준에 그치고 실제 사용률도 낮아 체감 휴식일은 주요 선진국보다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1년 동안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보장한다. 특히 기업 문화와 업무 부담, 상사 눈치 등으로 연차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쓸 수 있는 휴가’와 ‘실제 사용하는 휴가’ 사이의 괴리가 크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지난해 5월 ‘한국의 노동시간 실태와 단축 방안’ 보고서에서 “연차유급휴가일수를 현행 15일에서 20일로 확대함과 동시에 연차유급휴가일수를 모두 사용하는 관행을 형성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수당으로 대체하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유럽연합처럼 휴가를 수당으로 대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단순히 공휴일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가 자체가 삶의 질과 행복에 직결되는 정책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한국의 여가 정책은 문화·체육·관광 등으로 나뉘어 분절적으로 운영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 전체 350개 사업 가운데 여가 관련 사업은 14개(4%)에 그치는 등 정책 비중도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에서는 공휴일 확대가 곧바로 체감 휴식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연차 사용 활성화와 장시간 노동 관행 개선, 여가 정책의 체계적 정비가 병행돼야 실질적인 휴식 수준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동절의 법정 공휴일 지정은 플랫폼·특수고용 종사자까지 포괄하는 휴식권 확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한국은 공휴일 수만 보면 주요 국가와 비교해 결코 적게 쉬는 나라가 아니다. 다만 장시간 노동과 낮은 연차 사용률, 분절된 여가 정책 구조까지 겹치면서 ‘실제로는 덜 쉬는 나라’라는 평가가 나온다. ‘빨간 날’을 늘리는 정책만큼이나 일터에서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문화와 제도를 만드는 일이 시급한 이유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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