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트리온이 24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수를 15인에서 9명으로 줄이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사진은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이사 사장.
[비즈니스포스트] 셀트리온이 이사회 구조를 전면 개편해 경영권 방어 기반을 마련하는데 나서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장남 서진석 대표이사 사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 출범을 위한 정비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세대교체에도 속도를 내며 서 사장 중심의 지배구조에 안정성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15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정원을 기존 15인 이내에서 9인 이내로 축소하는 정관 변경안을 상정한다.
현재 셀트리온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8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안건이 승인될 경우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5명 등 총 9명 체제로 재편된다.
표면적으로는 의사결정 구조를 효율화하려는 조치지만, 시장에서는 상법 개정에 따라 오는 9월 시행 예정인 집중투표제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복수 선임할 때 1주당 1표가 아닌 선임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사회 규모가 줄어들면 소액주주 측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이 이뤄지면 셀트리온 이사회는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적용되는 ‘사외이사 과반수’ 요건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최소 수준의 사외이사 구조를 갖추게 된다. 이 때문에 이사회 정원 축소가 경영권 방어 목적이 깔린 조치라는 시각도 나온다.
셀트리온은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기업이라는 점에서도 집중투표제 도입 시 이사회 구성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큰 곳으로 꼽힌다.
2025년 9월 말 기준 셀트리온 최대주주는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로 지분 23.56%를 보유하고 있다. 서정진 회장과 서진석 대표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해도 30.34% 수준이다.
반면 2025년 6월 말 기준 소액주주 지분은 약 60%에 이른다. 소액주주가 결집할 경우 이사회 구성에서 대주주의 영향력이 줄어들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사회 구조 개편과 맞물려 경영진 구성에서도 상징적 세대교체가 이뤄진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대우그룹 시절부터 함께해온 ‘창업 공신’ 김형기 대표이사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신민철 관리부문장 사장이 채운다.
▲ 셀트리온(사진) 이사회에서 김형기 대표이사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사진은 인천 연수구에 있는 셀트리온 본사.
신 사장은 2002년 셀트리온에 입사해 재무관리와 IR(투자자 대상 홍보)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2021년 서정진 회장의 은퇴 선언 당시 이사회에 합류하며 서진석 사장과 함께 경영을 보좌해 왔다.
김 부회장의 용퇴가 셀트리온 1세대 경영진의 퇴장을 의미한다면 신 사장의 이사회 합류는 오너 2세 서진석 사장를 중심으로 한 ‘실무형 경영 체제’ 구축으로 해석된다.
서 사장 역시 주요 행사에 직접 나서며 독자적인 경영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서 사장은 2026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투자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했다.
그동안 서 사장은 아버지인 서정진 회장과 함께 행사에 참석해 발표를 맡았지만 이번에는 이혁재 수석부사장과 동행했다. 이를 놓고 바이오업계에서는 서 사장이 그룹 내외부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사회 정원 축소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점은 서 사장 체제 정비를 위한 주주총회 안건 통과에 부담 요소로 꼽힌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 단체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사 수 상한을 설정해 이사회 진입 장벽을 높이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선출 대상 이사 수가 줄어들면 대주주의 의결권이 덜 분산돼 일반주주가 후보 1인을 선출하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의결권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