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헬로비전이 서울 상암에서 경기 고양으로 본사 이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노사 갈등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 침체 속에서 비용 절감이 시급하다는 사측과 고용 안정성 훼손을 우려하는 노동조합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 LG헬로비전 사측이 비용 절감을 위해 본사를 서울 상암에서 경기 고양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절차적 정당성과 고용 불안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며,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본사 이전 문제에 올해 임금 협상까지 얽히면서 노사 간 긴장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으나, 막판 임금협상 타결로 양측 갈등이 해결될지 주목된다.
23일 정보통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LG헬로비전은 28일까지 서울 상암 본사 사옥 퇴거를 마친 뒤 한시적으로 재택근무를 거쳐 12월 경기 고양 삼송지구 MBN미디어센터에 마련한 새 사옥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이번 본사 이전은 흑자 전환을 위한 고정비 절감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헬로비전은 유료방송 시장의 부진으로 인해 2022년 27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3년에는 손실 규모가 473억 원으로 확대됐고, 2024년에는 1062억 원까지 적자 폭이 커졌다.
이에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는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수익성 높은 신사업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통해 올해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이러한 흑자 전환 작업의 일환으로 송 대표는 높은 임대료 부담이 있는 서울을 떠나 경기 지역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방식으로 고정비 절감 폭을 키우려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노조는 본사 이전이 회사 측의 일방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구체적 설명이나 노조와 협의 없이 회사 이전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근무 환경 변화와 고용 안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7일 상암 본사 앞에서 LG헬로비전 창사 이래 첫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본사 이전의 절차적 정당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회사 정관에 ‘본사는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돼 있어,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본사를 고양으로 옮기는 것은 상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을 통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며, 이달 28일경 우리사주 조합원들과 함께 ‘본사 이전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채비를 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회사가 급박하게 사옥 이전을 추진하면서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이를 수집하고 있다”며 “본사 이전으로 출퇴근 시간이 왕복 2시간 가량 늘어나 고민하는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을 피하기 위해 사측이 ‘우회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노조 내부에서 제기된다.
일부 인력은 상암에 잔류시키고, 주요 부서와 인력을 송탄으로 우선 이전하는 방식으로 정관 변경 절차 부담을 줄이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대부분 인력은 12월에 새 사옥으로 이동하고, 일부 기능은 상암 사옥에 유지할 계획”이라며 “본사 이전에 따른 정관 변경과 등기는 정기 주주총회 일정에 맞춰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LG헬로비전 올해 임금협상 타결이 본사 이전으로 인한 직원 불만을 완화할 수 있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으나, 노사는 여전히 큰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 17일 LG헬로비전 노조원들이 서울 상암 본사 앞에서 총파업에 나선 모습. < LG헬로비전 노조 >
올해 임금 인상률 합의 여부가 본사 이전 문제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임금 인상 문제가 해결되면 본사 이전으로 인한 직원 불만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노조는 4.4%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0.9%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는 현재 매주 한 차례식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임금 인상과 관련해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 임금도 타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에서 여러 가지 일방적 조치를 하고 있어 직원들의 분위기가 굉장히 좋지 않다”며 “임금이 유리하게 타결된다면 직원들 불만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케이블 TV 산업이 어려워진 가운데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노사 간 합리적 타협점을 찾도록 대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