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5-10-30 19: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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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석구 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 운영사) 대표이사 사장이 산더미 같은 적자를 내 온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일부 사업을 철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신세계면세점 수장에 오른 지 약 한 달 만이다.
신세계면세점 적자의 주요인은 도려냈다. 다만 이석구 사장은 안정적 매출원의 상당 부분을 함께 잃게 된 데다 또 한 번의 결단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 일부에서 철수하기로했다. 이석구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 사장 앞에는 재입찰을 둘러싼 또 한 번의 결단의 시간이 다고오고 있다. 사진은 이석구 사장.
30일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인천공항 면세점 DF2 권역(화장품·향수·주류·담배)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운영을 지속하기에는 경영상에 손실이 너무 큰 상황으로 부득이하게 인천공항 면세점 DF2권역에 대한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며 “시내면세점인 명동점과 인천공항 DF4(패션·잡화)권역에 역량을 집중해 면세점의 체질 개선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면세점은 2023년 최저수용금액보다 60% 이상 많은 금액을 써내는 과감한 베팅으로 인천국제공항 DF2권역 사업권을 따냈다. 하지만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매달 해당 구역에서 50억~1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왔다.
이 사장은 9월 말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세계디에프 수장에 올랐다. 그의 첫 결단으로 신세계면세점이 중장기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일치된 견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의 경우 시내 면세점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 초중반대로 흑자전환을 했는데도 여전히 신세계면세점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공항 면세점 적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여전히 그의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지난해 신세계면세점의 인천공항점 DF2권역 매출은 4039억 원으로 같은 기간 전체 매출(1조9558억 원)의 20.6%에 이른다. DF2권역 영업중단 시점부터 매출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되는 셈이다.
이 사장은 회사의 수익성 측면에서도 예고된 고난의 길을 걸어야 한다.
철수 결정을 했지만 신세계면세점은 계약에 따라 2026년 4월27일까지 영업을 유지해야하고, 약 1900억 원의 위약금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위약금은 올해 실적에 선 반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사장이 상당 기간 회사의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더욱이 이 사장 앞에는 또 한 번의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자사와 신라면세점이 철수한 인천공항 DF2, DF1(화장품·향수·주류·담배) 권역 재입찰에 관한 것이다. 신라면세점은 앞서 9월 “과도한 적자가 예상돼 지속 운영 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적다고 판단된다”며 DF1권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공고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재입찰 참여 여부에 관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 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점 ‘퍼퓸 아틀리에’ 전경. <신세계디에프>
다만 현재 인천공항 사업용 시설 임대 계약에 있어 철수한 사업자가 다시 들어오는 것을 막는 규정은 없다. DF1, DF2 구역 재입찰이 진행되면 임대료는 현재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크게는 현재 임대료보다 40% 낮은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더욱이 신세계면세점은 앞서 2021년과 올해 초 강남점과 부산점을 잇따라 폐점하면서 현재 시내면세점인 명동점과 인천공항점 제1터미널점과 제2터미널점 등 단 3곳의 면세점만 운영하고 있다.
인천공항 DF2권역 철수 결정을 내린 현재로서는 재입찰에 다시 참여하는 것이 최적 선택인 셈이다. 다만 사업권을 반납한 이력이 재입찰 시 정성평가에서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사업권을 따낼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된다. 중국 국영면세그룹(CDFG) 등 외국 업체는 보안상 문제 등으로 발을 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입찰 공고가 나와야 구체화되겠지만 일단 인천공항에 두 곳이 빈 만큼 일정 부분 패널티를 받더라도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이 있다”며 “두 곳 모두 인천공항으로부터 운영 능력을 높게 평가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949년생인 이 사장은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 최고령 최고경영자(CEO)이자 신세계그룹에서 계열사 대표로만 23년 가까이 근무했다. 경영 능력을 실적으로 증명한 검증된 최고경영자(CEO)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장의 11년 동안 이끈 스타벅스코리아는 해당 기간 매출이 11배 넘게 뛰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