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중국 수출용 AI칩 H20이 HBM3와 HBM3E 8단을 탑재했던 것과 달리, 차세대 중국용 블랙웰은 HBM3E 8단과 12단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HBM3E이 추가적으로 필요해지면 이미 대부분의 물량을 계약한 SK하이닉스와 생산능력이 제한적인 마이크론보다는 삼성전자에게 배정될 물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H20에 4세대 HBM3를 단독 공급하며 상당한 매출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에서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를 메모리반도체 실적 감소의 원인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중국용 블랙웰은 상당한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미국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엔비디아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30~50% 낮추더라도 현재 중국 기업들이 확보할 수 있는 GPU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며 “어떠한 중국산 AI 반도체도 이러한 성능을 따라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내년 HBM3E 12단에서 HBM4로 생산능력을 집중하려 할 것”이라며 “중국 수출을 위한 블랙웰이 어떤 HBM을 탑재할지 모르지만, HBM3를 공급한 H20처럼 삼성전자가 맡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수출 허가에도 정작 중국이 블랙웰 수입을 막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영국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관영매체 CCTV의 제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중국은 ‘백도어’가 있는 (엔비디아) 칩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엔비디아가 AI 칩 소프트웨어에 권한자 몰래 정보를 빼돌릴 수 있는 ‘백도어’를 설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보안 등의 문제를 이유로 대표적 중국 AI 기업 ‘딥시크’에 엔비디아의 칩 대신 화웨이의 칩을 사용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화웨이의 AI 반도체는 여전히 성능에서 엔비디아에 뒤처진다. 딥시크는 화웨이 칩을 사용해 새로운 AI 모델을 개발하고자 했지만, AI 학습에 실패하면서 출시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소식통은 “딥시크는 엔비디아 시스템 대신 화웨이의 ‘어센드’ 프로세서를 채택하도록 당국의 권고를 받았다고 한다”며 “하지만 어센드 칩을 사용하는 훈련 과정에서 지속적 기술 문제에 부딪혔고, 훈련에는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