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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해 12월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소재 유엔본부에 마지막으로 출근해 한 직원과 셀카를 찍고 있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국이 임박하면서 정치권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반 전 총장이 대선레이스에서 어느 '레인'으로 뛸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여야를 막론하고 갑론을박도 뜨겁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이 12일 오후 아시아나항공편을 통해 귀국한다. 반 전 총장은 입국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뒤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 전 총장은 13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고향인 충북 음성 등 방문, 광주 5.18 민주 묘지와 진도 팽목항 방문 등의 순으로 정치적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대선시계가 빨라진 만큼 반 총장은 숨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대선가도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 측은 서울 마포에 사무실을 열고 대선캠프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운 전 서울신문 부국장이 최근 대변인으로 내정됐고 김숙 전 유엔대사, 김봉현 전 호주대사가 합류했다.
반 전 총장의 팬클럽인 반딧불이는 10일 오후 서울 용산 백범김구 기념관에서 500여 명의 회원들이 참여해 글로벌시민포럼 창립대회를 열었다. 전국단위 싱크탱크 조직으로 키우기 위한 작업이다.
반 전 총장을 둘러싼 정치권의 견제와 설전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새누리당 분당으로 각 정당 사이 셈법도 더욱 복잡해졌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반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는 건 0%"라며 이른바 ‘뉴 DJP연합’에 반 전 총장의 합류를 기대했다.
뉴 DJP연합은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개헌을 매개로 당대당 연대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로 꼽혀온 반 전 총장이 합류한다면 대선에서 경쟁력을 기대해볼만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 모두 당내에서 이런 구상에 이견도 적지 않아 실현도 쉽지 않아 보인다.
두 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모두 반 전 총장고 개헌을 매개로한 정계개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도 반 전 총장의 합류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꺾지 않고 있다. ‘친박’에 대한 인적 청산으로 환골탈태하고 경쟁력있는 후보인 반 전 총장까지 합류한다면 보수 재집결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새누리당 쇄신을 이끌 비대위원으로 선임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10일 라디오방송에서 반 전 총장의 귀국 등과 관련해 “우리당에서도 반 총장 쪽과 관계있는 분들도 많이 있다”며 “여러 가지 대화가 많이 되고 있다”고 합류 가능성에 여지를 남겼다.
반 전 총장의 귀국일이 다가오면서 야권도 견제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도 1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정권교체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충청권의 야권 잠룡으로 일컬어져온 안희정 충남지사도 반 전 총장을 향한 견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충청 대망론'에 대해 "우리가 앞으로 뽑을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영남이나 호남, 충청의 지역 대표성으로 뽑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5천만 명의 대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한 간담회에서 반 전 총장을 놓고 ‘이기기 쉬운 후보’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