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경 기자 hkcho@businesspost.co.kr2025-07-09 17:03:59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추진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에 동참하는 카드사들이 역마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미 수익성을 따지기 어려운 사업인데다 소비쿠폰 결제에 대한 수수료율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서다.
▲ 카드사들이 '민생회복 소비쿠폰' 수수료율 인하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소비쿠폰과 관련해 카드사들에 가맹점 수수료율 추가 인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앞서 12조 원 규모 소비쿠폰 지급으로 결제 과정에 참여하는 카드사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로 지원금을 소비하면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를 얻기 때문이다.
특히 극한의 비용효율화로 수익성 악화를 대응하고 있는 카드업계 상황을 고려하면 ‘조 단위’ 이용금액 유입이 가뭄의 단비가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남길 수 있는 이익이 많지는 않더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행정안전부 측도 이런 부분을 반영해 수수료율 추가 인하 검토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수료율 추가 인하 요구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익에 초점이 맞춰져 비용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회원들에게 사업을 안내하는 운영비, 시스템 구축비 등 생각보다 여러 부문에서 비용이 들어간다”며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한 뒤 정부로부터 정산을 받기까지 이자 비용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사들도 금융회사로서 공익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번에도 공익적 역할과 정책 지원, 상생 차원에서 참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드업계는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시스템 구축비용 등이 발생해 약 80억 원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황은 더욱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가맹점 수수료율 자체가 이전보다 낮아진 것은 물론 재난지원금과 달리 소비쿠폰의 사용처가 30억 원 이하 가맹점으로 한정돼 있어서다.
현재 30억 원 이하 가맹점에는 신용카드 기준 수수료율 0.40~1.45%, 체크카드 기준 수수료율 0.15~1.15%가 적용된다. 12조 원 전액에 대해 신용카드 최고 수수료율 1.45%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최대 1740억 원이다. 최저 0.15%로 계산하면 180억 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쿠폰 결제에 대한 수수료율 추가 인하가 추진되면 역마진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수수료율 수준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알려졌으나 일각에서는 신용카드에도 체크카드 수수료율(0.15~1.15%) 수준이 적용될 수 있다고 점치고 있다.
다만 카드사들이 소비쿠폰 정책에 참여하면서 얻을 수 있는 간접적 수혜에 대한 기대는 유효하다고 여겨졌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쿠폰 지원에 따라 카드결제액이 단기적으로 늘어나겠으나 수익성 제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신규 가입자 유치 등 마케팅 측면에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정부가 정책에 참여했던 금융사에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등 부가 혜택을 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 카드사들이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 참여로 간접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전망됐다. <여신금융협회>
소비쿠폰뿐만 아니라 역시 정부 차원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배드뱅크)’도 카드업계에 간접적 수혜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드뱅크는 7년 이상 연체된 5천만 원 이하의 빚을 탕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배드뱅크에 연체채권을 매각하면 연체율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며 “충당금 환입에 따른 수익 영향은 분담금 수준이 정해져야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카드업계의 배드뱅크 매입대상 채권규모는 약1조7천억 원이다. 이에 따른 예상 매각이익은 850억 원이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