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올해 하반기 미국 관세 부담에 따라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가 2025년 하반기 관세 부담 가중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냉장고, 세탁기 등 LG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주력 가전 제품에 50%의 철강 관세가 본격적으로 부과되고, 8월부터는 25% 상호관세 부과까지 예고되면서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하반기 일부 생산지 조정으로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마케팅비용 등 비용을 축소하며 허리띠를 졸라맬 것으로 보인다.
9일 전자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LG전자가 올해 2분기 시장 컨센서스(8470억 원)보다 낮은 639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가운데,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파생 품목관세가 실적 부진의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형우·권민규 SK증권 연구원은 “보편관세 10%보다 6월 한 달 동안 반영된 철강·알루미늄 파생 품목관세가 더 큰 악재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황지현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특히 6월부터 부과된 철강 파생상품 관세가 LG전자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영향 규모는 아직 명확치 않다”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6월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품목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고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오븐 등 철강으로 만드는 파생 상품에도 5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세탁기과 냉장고 등 주요 생활가전 제품 원가에서 철강 비중은 30%가 넘는다. 게다가 미국은 LG전자 가전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이에 따라 철강 관세가 온전히 반영되는 하반기에는 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8월1일부터 모든 한국산 제품의 25% 상호관세도 부과한다.
▲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비용 감축을 통해 2025년 하반기 수익성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미 주요 증권사들은 LG전자의 올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KB증권은 LG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7420억 원에서 6868억 원으로 내려 잡았다. 하나증권도 관세 영향을 반영해 LG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를 2조7976억 원에서 2조5540억 원으로 낮춰 잡았다.
조현지 DB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관세 부담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은 LG전자 하반기 수익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철강 매입선 다변화나 제품 생산지 조정을 통해 관세 영향 최소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미국산 철강 활용 비중을 높인다면 관세 영향을 일부 줄일 수 있다. 최근 클락스빌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있으며, 공장 인근에 5만㎡ 규모의 창고시설도 건설하고 있다.
비용 지출도 최소화할 필요가 커졌다.
LG전자는 2분기 중국 업체들과 경쟁이 심화하고,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수출 지역의 소비심리가 악화함에 따라 생활가전, TV 제품의 광고선전비·판매촉진비를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은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수익성 부담은 커졌다.
하지만 하반기는 할인 프로모션 비중을 낮추고, 프리미엄 중심의 제품 판매로 비용을 감축할 것으로 보인다. 가전과 TV 판매에서 온라인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판촉비를 줄일 수 있는 요인이다.
하반기 물류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은 긍정적이다.
K-컨테이너운임종합지수(KCCI)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한 달 동안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미국 관세 정책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며 “올해 하반기 물류비 부담은 지난해 대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