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학과' 선후배 한채양·강성현 유통 경쟁, 올해는 '고래잇' 외친 이마트가 첫 스타트 호조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5-13 12: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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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후배인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 겸 슈퍼사업부장(롯데마트·슈퍼 대표)보다 올해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올해는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 겸 슈퍼사업부장(롯데마트·슈퍼 대표)보다 먼저 웃었다.
두 사람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으로 일곱 학번 차이가 나는 선후배 사이. 한 사장이 83학번이고 강 대표가 90학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사장이 강 대표보다 기를 활짝 펴기 힘든 형편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13일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1분기 실적을 비교해 보면 두 회사의 명함이 크게 갈렸다.
이마트는 1분기 별도기준으로 매출 4조2592억 원, 영업이익 1333억 원을 냈다. 2024년 1분기보다 매출은 10.7%, 영업이익은 43.1% 늘어난 것으로 1분기 역사상 2018년 이후 7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특히 본진이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이 한 사장에게 다행인 지점이다. 주력사업인 할인점사업부(이마트)에서 총매출 3조422억 원, 영업이익 778억 원 냈는데 이는 2024년 1분기보다 총매출은 0.3%, 영업이익은 53.7% 증가한 것이다.
창고형 할인매장도 한 사장의 기를 살렸다.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은 총매출 9667억 원에 영업이익 423억 원을 냈다. 2024년 1분기보다 각각 5.6%, 36.9% 성장했다.
노브랜드와 일렉트로마트 등을 운영하는 전문점사업부에서 영업이익이 36.7% 뒷걸음질했으나 이마트와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이 성장한 덕분에 오랜 만에 한 해를 기분 좋게 시작한 모습이다.
이마트는 “상품 경쟁력 강화와 원가 절감에 힘써 확보한 가격 경쟁력을 고객 혜택으로 재투자해 고객 수 증가와 실적 상승의 선순환 구조 구축했다”며 “‘가격파격 선언’과 ‘고래잇 페스타’가 독보적 가격 경쟁력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고래잇페스타는 이마트가 2025년 새롭게 선보인 대규모 할인 행사다. 고객이 응할 때까지 세상을 고래잇(Great, 그레이트)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비자가 만족할 때까지 가격을 내리겠다는 것이 이 행사의 핵심이다.
실제로 올해 파격적으로 평가받는 할인 행사가 여럿 나왔다. 1월에는 5일 동안 삼겹살과 목심을 50% 할인했으며 2월에는 3일 동안 4㎏ 이상 황제광어와 킹사이즈 닭꼬치 등을 선보였다. 3월에는 700원대 삼겹살과 3천 원대 딸기 등도 내놨다.
한 사장이 꾸준히 강조해온 이마트의 경쟁력 강화의 효과가 취임 1년여가 지난 이제야 본격화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할인점 기존점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보여준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며 “이마트가 추진하고 있는 통합매입 및 비용절감 효과로 수익성 지표 개선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인데 하반기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에 따른 고객 유입 효과로 매출 반등이 기대되는 만큼 실적 회복 동력이 강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 이마트는 1월부터 ‘고래잇페스타’라는 이름으로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
한 사장이 첫 장사를 기분 좋게 시작한 것과 달리 강성현 대표는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롯데마트는 1분기 국내에서 매출 1조1518억 원, 영업이익 67억 원을 냈다. 2024년 1분기보다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73.6% 빠졌다.
강 대표가 롯데마트를 이끌면서 매 분기마다 평균 500억 원가량 차이가 나던 이마트와 영업이익 격차를 한 때 150억 원 수준까지 좁혔다는 점을 감안하면 1분기 성적표는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마트는 매출 감소와 e그로서리사업 이관, 통상임금 영향 등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에게 더욱 부정적인 신호는 e그로서리사업이 앞으로도 당분간 롯데마트의 실적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e그로서리사업은 롯데쇼핑이 영국의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협력해 자체 물류센터를 짓고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업은 원래 롯데쇼핑의 이커머스사업부(롯데온)가 담당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롯데마트에 이관됐다.
지난해 4분기 비용 70억 원이 반영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관련 비용 109억 원이 추가로 들어갔다. 오카도와 협력한 첫 센터인 부산 풀필먼트센터가 올해 말 가동을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분기별로 최소 수십억 원에서 100억 원대의 돈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슈퍼 합산 기준으로 지난해 분기별로 평균 17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강 대표가 적잖은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증권가는 롯데마트의 해외사업이 실적을 지탱할 핵심 열쇠라고 보고 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사업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중심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K푸드 확산과 점포 확장을 통해 해외 마트 매출과 이익률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