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은 기자 parkde@businesspost.co.kr2025-04-16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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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근 K-방산 산업이 호황을 맞고 있지만, 대한항공 방산 사업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대형 방산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영업손실 늪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시장에선 기술력을 더 끌어올리고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방산 사업을 차기 신성장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2020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3월11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신규 기업이미지(CI) 설명회에서 조 회장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16일 항공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에 오른 2017년부터 회사 방산 사업을 맡고 있는 항공우주사업 부문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조 회장은 올해 3월11일에 열린 새 기업이미지(CI) 공개 행사에서도 “항공우주산업본부에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며 방산 사업 확대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내비쳤다.
조 회장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화물기와 부동산 등을 매각했을 때조차 수익성이 떨어진 항공우주산업 부문은 그대로 보존했다.
하지만 항공우주사업본부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128억 원, 2021년 369억 원, 2022년 6억 원, 2023년 113억 원, 2024년 157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5년 9135억 원에 달했던 연 매출은 2024년 5929억 원으로 약 35% 감소했다.
영업손실의 가장 큰 원인은 잇단 방산 프로젝트 수주 실패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2023년 12월 방위사업청의 중고도 무인기(KUS-FS) 사업 수주 이후 이렇다 할 수주 실적이 없다. 중고도 무인기 개발 사업은 대한항공이 LIG넥스원, 한화시스템과 함께 개발하는 것으로 총 계약비는 4717억 원이었다. 2024년부터 양산해 공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방사청과 납품 지연 문제로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2015년 12월 방사청과 군의 사단정찰용 무인기(UAV) 총 16세트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규격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납품이 지연되자 방사청은 대한항공에 책임이 있다며 지체상금 2077억 원을 요구했다.
올해 2월 재판부가 계약금액 2540억 원의 10%에 해당하는 254억 원이 대한항공의 지체상금으로 성립한다고 판단해 대한항공이 일부 승소했지만, 방사청 신뢰가 저하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대한항공은 2024년 5월 방사청의 차기 사단급 무인기 사업에서 LIG넥스원과 경합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LIG넥스원의 리프트·크루즈 기술력이 수주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산업본부는 낮은 수주 실적에도 연구·개발(R&D) 비용은 계속 늘리고 있다.
대한항공 연구·개발 비용은 2022년 452억3300만원, 2023년 523억2400만원, 2024년 801억7000만원으로 최근 3년 평균 21.02%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연구·개발 비용이 포함된 판매관리비도 2022년 약 1조200억 원에서 2023년 1조4714억 원, 2024년 1조6479억 원으로 늘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방산 사업에서 영업이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연구·개발비와 같은 고정비를 상쇄할 만큼의 매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며 “무인기, 헬기 등 방산 사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가 아닌 만큼 오랜 기간 연구·개발을 해왔던 경쟁사 대비 수주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보잉과 에어버스에 복합재 중심의 항공기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술력은 대한항공이 항공우주산업본부를 운영하며 방산과 항공기 유지·보수·정비(MRO)를 포기하지 않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대한항공 부산테크센터에서 직원들이 중고도 무인항공기(KUS-FT)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은 대형 방산 프로젝트 수주를 통한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3년 미국 방산업체 L3해리스, 이스라엘 방산업체 IA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방사청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E-7) 개발 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한 번 이륙하면 10시간 이상 비행하면서 약 400만㎢의 광범위한 지역을 탐지·추적·감시할 수 있는 차세대 정찰기다. 레이더가 공중 표적뿐 아니라 해상 표적 등 최대 180개 표적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으며, 360도 전방위 감시가 가능하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E-7) 개발 사업 규모는 약 3조 원이다. 아직 입찰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2024년 LIG넥스원과 함께 방사청의 블랙호크 헬기(UH-60) 성능개량 사업 수주전에도 뛰어들었다.
방산 업계에 따르면 약 1조 원 규모의 블랙호크 헬기 개량 사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원제작사인 시콜스키와 협력해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항공 방산 사업의 경우 실제 사용하게 될 공군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며 “대한항공은 기술력 보완과 가격 경쟁력 확보 없이 수주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