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운용부문 총괄 대표이사 부회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엠-로보(M-ROBO)'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운용은 기본적으로 수익률이다.”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부회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엠-로보(M-ROBO)'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공지능(AI) 바탕의 알고리즘이 개인의 투자성향과 시장의 변화를 적극 반영해 운용하는 퇴직연금 투자 서비스로 연금시장 1위 운용사의 입지를 더욱 다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퇴직연금은 적립금 규모로 경쟁하는 시장이었는데 이제는 실질적 수익률 관리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미래에셋은 ‘엠-로보’ 서비스로 인공지능 시대 고객에 차별화된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퇴직연금 자산배분과 관리 등 운용을 인공지능에 모두 맡기는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는 허용되지 않았다. 인공지능을 적용한 투자자문서비스만 가능했다.
2024년 말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규제를 풀어주면서 개인형퇴직연금(IRP) 인공지능 일임 운용을 할 수 있게 됐다.
그 뒤 올해 3월28일 하나은행이 ‘1호’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를 출시했고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증권 등 퇴직연금사업자들이 줄이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은 그 가운데서도 간담회까지 열면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이 그룹 차원에서 인공지능을 미래 전략사업으로 삼고 있는 데다 국내 퇴직연금시장은 10년 뒤 1천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자산운용사의 핵심 먹거리 시장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환영사 첫 마디에서 “미래에셋은 고객의 노후에 기여한다는 명백한 문구를 회사 비전에 담고 있을 정도로 퇴직연금시장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제가 간담회 자리에 잘 안 나오는데 그만큼 로보어드바이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써온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나와 준비한 내용을 꼼꼼히 전달했다.
그러면서 미래에셋은 쏟아지는 서비스들 사이에서 수익률 성과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2000년 초부터 쌓아온 금융공학을 펀드에 접목한 퀀트기법에 그룹의 인공지능 역량, 회사의 펀드매니저 등 운용인력 전문성을 결합해 차별화된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은 2023년 호주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운용사 ‘스탁스팟’을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미국에 인공지능 투자법인 ‘웰스스팟’을 세웠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인공지능이 금융시장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며 관련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 이창헌 미래에셋자산운용 로보어드바이저운용본부장 이사가 '엠-로보' 서비스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미래에셋 엠-로보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12개에 바탕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투자자의 나이와 은퇴시기뿐 아니라 투자성향, 목표수익, 초기투자금, 연간 납입금, 예상수명 등 정보로 개인화된 자산배분 전략을 구성해 수익률을 높인다. 기존 상장지수펀드(ETF),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상품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인공지능을 통해 금융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미래에셋에 따르면 엠-로보 서비스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12개는 테스트베드에서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 마이골드자원배분 알고리즘은 금 실물 ETF, 원유생산기업 ETF, 기타 자원생산기업 ETF 등 원자재 투자로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데 141개 알고리즘 가운데 최고 성과를 보였다.
금융시장 변화에 인공지능이 동적으로 대응해 자산배분을 하는 마이글로벌모멘텀 알고리즘도 상위 1% 성과를 냈다.
이창헌 미래에셋자산운용 로보어드바이저운용본부장은 “미래에셋은 로보어드바이저의 핵심인 알고리즘에 바탕한 자산운용을 굉장히 잘 해왔다”며 “엠-로보 알고리즘 12개도 코스콤 테스트베드 141개 알고리즘 속에서 모두 상위 5%에 드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로 궁극적으로는 일부 고액 자산가들만 누릴 수 있던 고도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모든 연금투자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퇴직연금에서 세금 문제 등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인출 단계 관리에도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로보어드바이저로 투자에 관심이 있지만 직접 운용을 어려워했던 ‘중관여 투자자’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나아가 특정 산업군 등의 기금형 상품시장 진출도 바라본다.
실제 퇴직연금 강국으로 꼽히는 미국은 로보어드바이저시장 규모가 2012년 약 80조 원에서 2024년 약 2100조 원으로 빠르게 증대하고 있다. 2016년 미국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계좌 ‘401K’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허용하면서 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손수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연금마케팅부문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엠-로보(M-ROBO)'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손수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연금마케팅부문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도입되는 한국 개인형퇴직연금(IRP)시장은 10년 뒤 750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라며 “미국처럼 5% 정도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약 38조 원 규모의 시장”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미래에셋은 38조 원이라는 숫자가 무시해도 되는 시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도입으로 모든 투자자가 금융시장에 연동돼 연금자산을 관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엠-로보 서비스는 18일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국민은행, 농협은행, 미래에셋증권,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 퇴직연금 사업자 플랫폼에서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5년 3월 말 기준 퇴직연금 대표상품인 TDF 시장 점유율 36.2%(설정액 기준)를 차지한 1위 사업자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더한 연금자산 수탁고는 12조8818억 원으로 전체 운용사 수탁고(약 51조 원)의 25%를 확보하고 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