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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그룹 회장. |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반도체 계열사의 수장을 교체하고 인텔과 LG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계약을 맺는 등 내년부터 반도체사업 진출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그룹은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확보해 스마트폰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전장부품과 사물인터넷 관련사업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데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이 정부 주도의 압력으로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긴 뒤 18년 만에 재도전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반도체사업에 힘 실어
18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이 내년부터 반도체사업에 본격적으로 재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LG그룹은 올해 연말인사에서 반도체 관련사업을 담당하는 실리콘웍스와 LG실트론 등 계열사의 수장을 교체하거나 승진해 조직을 쇄신했다.
실리콘웍스는 주로 LG디스플레이에 패널구동칩을 공급하는 반도체 설계기업인데 연말인사에서 LG전자 CTO부문 시스템반도체센터장을 맡던 손보익 부사장 승진자가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손 부사장은 LG전자에서 TV와 스마트폰용 시스템반도체 개발을 총괄해왔고 최근까지 인텔과 LG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 부사장은 내년 3월 실리콘웍스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대표이사에 오른다. 실리콘웍스 창업자이자 LG그룹 최장수 전문경영인이던 한대근 대표가 17년 만에 물러나며 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다.
실리콘웍스가 기존 주력사업이던 LCD구동칩에 이어 올레드패널 구동칩과 차량용 반도체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데 따라 반도체 전문가인 손 부사장의 총괄 아래 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변영삼 LG실트론 대표는 연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변 상무는 LG반도체 출신으로 하이닉스반도체와 동부하이텍 등 반도체기업을 두루 거친 반도체 생산기술 전문가로 꼽힌다.
LG실트론은 반도체의 원재료인 실리콘웨이퍼를 생산해 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한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사업이 호황기를 맞으며 본격적으로 성장세에 올랐다.
LG그룹이 반도체사업에 재도전하겠다는 목표는 최근 인텔이 내년부터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 진입한다고 밝히며 LG전자를 주요 고객사로 언급해 구체화됐다.
LG전자는 자체 모바일프로세서 ‘뉴클런’ 시리즈의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일부 중저가 스마트폰에 탑재해왔는데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자체 반도체사업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10나노 기반의 앞선 공정기술력을 앞세우고 있는 인텔과 협력한 것을 볼 때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출시를 위해 그동안 꾸준한 연구개발을 진행해온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실리콘웍스와 LG전자를 통해 반도체 설계능력을 갖추고 LG실트론의 원판을 활용하며 인텔의 위탁생산시설도 확보하는 등 반도체사업에서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춰냈다.
LG전자는 올해 하반기 반도체 패키징기술과 관련한 전문인력의 채용공고를 잇따라 냈다. 내년 인텔이 생산하는 LG전자의 시스템반도체에서 이런 노력의 성과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 신사업에서 반도체 재도전 성과 낼까
LG그룹이 시스템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향후 전장부품과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과제로 꼽힌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를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공급하고 있는데 업체 사이의 치열한 기술경쟁으로 성능이 빠르게 상향평준화되고 있어 구동용 반도체의 기술력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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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의 자체개발 프로세서 '뉴클런'. |
LG그룹이 전장부품사업에서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춰내 완성차업체에 솔루션 형태로 공급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 기술확보는 여러 계열사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실적에서 프리미엄 가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며 가전시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사물인터넷 기능을 적용하기 위한 반도체의 성능도 중요해지고 있다.
스마트폰사업 역시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해 탑재할 경우 생산원가를 절감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고 반도체와 기기의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외부업체에 판매를 노릴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기술력 확보에 일찍이 성과를 내 이런 신사업분야에서 크게 앞서나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테슬라는 향후 자율주행반도체를 공동개발해 탑재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보다 후발주자로 전장부품에 뛰어든 삼성전자가 반도체 경쟁력을 앞세워 역전할 가능성이 유력해진 것이다.
삼성전자의 자체 모바일프로세서와 사물인터넷 반도체 역시 스마트폰과 가전 등 기존사업에 강력한 시너지가 예상되는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
LG그룹은 이런 시장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반도체 개발을 본격화하며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의 반도체 재도전은 1999년 정부가 주도한 반도체산업 구조조정에서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긴 뒤 18년만에 본격화되는 계획이란 데 의미가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LG반도체가 아쉽게 넘어간 것을 계기로 전경련 모임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 등 정경유착과 거리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반도체사업 재도전의 성공은 구 회장의 숙원이라고 볼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 IT산업에서 시스템반도체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며 LG전자도 기술확보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계열사와 시너지를 위한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