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카드가 카드업계에서 유일하게 0%대 연체율을 지켜냈다. 부실 채권을 적극적으로 매각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선제적으로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대출채권 매각은 이익 측면에서 '양날의 검'이다. 대출채권의 보유 규모, 연체율 변동폭에 따라 현대카드와는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들도 있다.
▲ 현대카드가 2024년 말 0%대 연체율을 유지했다. <현대카드> |
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2024년 말 기준 연체율(1개월 이상)은 0.78%다.
전업카드사 8곳(신한·삼성·KB·현대·롯데·우리·하나·BC)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은 물론 유일한 0%대 연체율이다.
뿐만아니라 현대카드는 2021년 말부터 줄곧 연말 연체율을 0%대로 유지하고 있다.
선제적 건전성 관리 기조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부실채권 관리 전략의 변화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현대카드는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대출채권매매이익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2021년부터는 457억 원으로 시작해 2022년 397억 원, 2023년 834억 원, 2024년 1628억 원의 대출채권매매이익을 거뒀다.
현대카드의 부실채권 관리 전략이 2021년을 기준점으로 달라진 셈이다.
대출채권매매이익은 장기카드대출(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대출성상품의 채권을 매각해 얻은 이익을 말한다.
채권 매각은 대체로 연체가 발생한 채권을 부실채권(NPL) 전문회사 등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런 점에서 대출채권매각은 금융회사가 건전성을 관리하는 대표적 방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현대카드가 건전성 관리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해서 부실채권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2023년부터 카드업계 연체율 악화가 심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카드가 한 발 빠르게 움직인 점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카드업계 전반으로 넓혀보면 최근 5년 사이 건전성 관리 중요성이 커지면서 대출채권매매이익도 늘어나는 추세다.
2024년 말 기준 전업카드사 8곳의 대출채권매매이익은 6320억1700만 원이다. 2020년 말 1346억5500만 원보다 369.4% 늘었다.
대출채권매각이 이익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대출채권매매이익이 증가한 배경으로 여겨진다.
대출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긴 시간에 걸쳐 이익을 얻게 되지만 이를 매각하면 매매 시점 이익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다만 미래에 얻을 이익을 당겨오는 셈인만큼 해당 채권으로 얻을 수 있는 총이익이 줄어든다는 단점도 있다.
▲ 전업카드사 8곳의 대출채권매매이익이 최근 5년 동안 3배 이상 늘었다. <연합뉴스> |
이런 점에서 카드사들의 전략도 다르게 나타난다.
신한카드는 대출채권 매각을 1억 원 이내 소규모로 실시하다가 2023년부터 1천억 원 단위로 규모를 키웠다.
우리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등은 수백억 원대 규모의 채권 매각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반면 삼성카드와 BC카드는 지난해까지 줄곧 대출채권매각이익이 0원이다.
삼성카드는 연체율 변동폭이 크지 않은 만큼 건전성 제고를 위해 부실채권을 매각해야 할 이유가 적은 곳으로 여겨진다. 할인을 적용해 채권을 매각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제값을 받아내도록 관리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BC카드는 카드결제프로세싱에 주력하는 카드사라는 점에서 보유한 대출채권 규모가 작아 매각 필요성이 낮다고 평가된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