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ournal
Cjournal
인사이트  외부칼럼

[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트럼프의 관세 전쟁, 패권국가 미국 저물고 있나

정의길 egil@hani.co.kr 2025-04-07 15:54:04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트럼프의 관세 전쟁, 패권국가 미국 저물고 있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매긴 상호관세 부과를 두고 경제적 부작용을 일으킬 뿐 아니라 패권국가로서 미국의 지위와 역할마저 포기하는 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발표 후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전 세계 각국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그는 “미국 역사에 있어 오늘은 미국이 경제적 독립을 선언한 날”이라며 “해방의 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는 핵폭풍의 낙진이 몰고오는 핵겨울이 닥치는 듯하다. 

미국 증시는 그날 이후 매일 5%씩 떨어지며, 증시 사상 4번째 대폭락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 팬더믹 때 인플레이션을 놓고 논쟁을 벌였던, 미국의 대표적인 두 경제 이론가인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이번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의 관세가 역사적에 기록될 한심한 조처이자 재앙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팟캐스트 프로그램에서 “트럼프가 지금까지 한 것으로 보면 완전히 미친 짓”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균 23%의 관세가 부과됐는데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당시보다 무역이 경제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는) 역사상 가장 큰 무역 충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3일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에 ‘악의적인 어리석음이 세계 경제를 파괴할 것인가?’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서도 트럼프의 관세율 책정을 두고 “트럼프의 계산식은 챗GPT 같은 AI 모델에 관세 정책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면 얻을 수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정상적인 의미의 정책이라기보단 사람들에게 충격에 빠뜨리고 굴복시키려는 ‘지배력 과시’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선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생물학에서의 창조론이나 의학에서의 백신 반대와 같은 수준의 정책”이라고 어이없어 했다. 

서머스 교수는 최근의 주식시장 급락을 두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네 번째로 큰 이틀간의 하락”이라며 과거 1987년 증시 폭락, 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 등과 비교했다. 

그는 이어 “시장에서는 관세로 인해 기업 가치가 약 5조 달러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소비자 손실까지 합산하면 피해액이 최대 30조 달러(약 4경400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서머스는 이런 규모의 경제적 손실에 대해 “기름값이 2배로 오르는 상황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우리는 이런 일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관세가 빚어내는 후폭풍이 예상 이상으로 실물 경제에 충격을 가하고 비난이 고조되나 트럼프는 중국을 거론하면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해소되지 않으면 협상이 없다고 '직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도 관세가 곧 자리잡힐 것이라고 옹호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번 관세는 모두가 예측하는대로 일단 협상을 위한 위협용이다.

백악관은 상호관세 발표 때 내놓은 팩트시트(Fact Sheet)를 통해 “만일 교역상대국이 보복조치를 할 경우 관세를 인상하고, 아니면 그 교역상대국이 불균형 무역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중대한 조치를 취하거나 경제 및 국가안보 사안과 관련해서 미국과 나란히 하면 관세를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미국은 이번 관세 전쟁으로 단순히 미국의 무역적자뿐 아니라 안보방위 부담 등도 동맹과 상대국에게 떠넘기려 할 것이 분명하다. 한국에게는 주한미군 경비의 천문학적 인상뿐 아니라 대중국 견제에 역할을 강요할 수도 있다.

또한 단순히 협상용이 아니라 관세 그 자체가 목적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관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해왔다.

트럼프 관세 집착의 이론적 토대로는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트럼프 당선 직후인 지난 11월에 발간한 ‘세계 무역 시스템 재편을 위한 사용자 안내서’가 꼽힌다. 

미란 위원장은 미국이 관세 정책으로 ‘무역 적자 악순환의 고리’를 깨야 한다면서, 고율 관세를 부과해도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효과가 적다고 주장한다. 

그는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산 제품 값이 비싸질 것으로 생각하나, 관세에 따라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떨어져 실제 가격은 큰 차이가 없다는 논리를 편다. 반면, 관세 수입은 늘어나 국가적으로는 이득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미국를 상대로 보복 관세 등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워, 결국 대미국 관세를 낮추고 미국 제품을 더 수입하는 쪽으로 간다고 그는 예측했다. 2018년 중국과 벌인 관세·무역전쟁 때도 물가가 오르지 않았고, 중국이 결국 미국 제품을 더 수입하는 쪽으로 합의했다는 것을 사례로 들었다.

이번 관세 전쟁은 트럼프와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이 갖고 있는 현 국제질서와 체체에 대한 혐오에 바탕을 두고 있다. 트럼프와 그 추종자들은 현 국제체제나 질서에서 미국은 동맹국들로부터 착취당하고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여과없이 드러내 왔다. 

그들은 현 국제질서 자체를 바꾸고 싶어한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기반한 현 국제질서와 체제를 깨버리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크루그먼이나 서머스의 진단은 옳다.

그런데 현 국제질서와 체제는 미국이 만들고 주도했다. 미국이 패권국가로서 이끌어 왔다. 트럼프 진영은 이제 미국의 그런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패권국가로서 응당 치러야 할 비용과 의무를 짊어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란 보고서는 미국이 2차대전 이후 주도한 브렌터우즈 체제 등 국제경제 체체는 미국 산업을 붕괴시키는 구조적 함정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후 국제경제 체제는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데, 세계 각국이 달러를 필요로 해서 달러는 비싸지고, 달러가 자국 통화인 미국산 제품은 경쟁력이 약해져 수출이 줄고, 제조업이 쇠퇴하고, 그 결과 일자리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 엄청난 이득도 누려왔다. 그런데 미국은 이제 기축통화국으로서 응당해야 할 의무와 비용을 거부하는것이다. 그래서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환율전쟁으로, 더 나아가 미국채 강제교환으로까지 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트럼프 진영이 바라는 미국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을 위해 현재의 높은 달러 가치를 하락시켜야 한다. 

사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무역적자 등에 시달릴 때마다 달러 가치를 강제로 조정해오곤 했다. 1970년대 초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 수렁에 빠지고, 유럽과 일본의 약진으로 국력이 상대적으로 저하돼 심각한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렸다. 

이에 닉슨 대통령은 1971년에 35달러를 금 1온스로 바꿔준다는 기존의 달러-금 태환제도를 정지시키는 선언을 했다.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고정환율제체는 붕괴되고, 변동환율체제가 자리 잡았다.

미국은 1985년에도 일본 등 G7 국가들을 강제하는 플라자 합의를 체결해, 달러 가치를 극적으로 하락시켰다. 플라자 합의 직전에 달러 당 250엔이던 엔화는 그후 가치가 급등해 120엔까지 올랐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10년’을 지내고, 아직까지도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진영 안팍에서는 ‘마라러고 협약’에 대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미란 보고서에서도 언급하는 마라러고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경상수지 개선 및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약달러를 유도하는 한편 외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100년 만기 등 장기채로 강제전환하고, 단기채권에는 오히려 사용료를 지불하게 한다는 것이다.

플라자합의 같은 극적인 미 달러화 가치 하락을 강제하고, 각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도 사실상 이자를 못받는 채권으로 전환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두고 미란 위원장은 미국이 달러를 기축통화로 유지하는 비용을 동맹과 분담해야한다고 정당화했다.

닉슨 대통령은 당시 국제경제 체제를 바꾸고, 미중 화해를 통해서 결국 냉전 승리라는 미국의 새 전략을 닦았다. 트럼프도 닉슨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트럼프의 미국 역시 닉슨의 미국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닉슨의 미국이 팽창하는 소련에 직면한 것처럼, 트럼프의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과 대결하고 있다. 닉슨이 소련을 막으려고 중국과 전격적으로 화해한 것처럼, 트럼프도 중국을 막으려고 우크라이나 종전을 고리로 러시아와 관계 재정립에 나서고 있다. 닉슨이 금-달러 태환제도를 붕괴시키며 달러 가치 하락을 동맹 등에게 전가한 것처럼, 트럼프도 관세와 방위비 압박으로 동맹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차이점이 있다. 닉슨의 미국은 미국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을 급변침시켰고 성공했다. 그런데 트럼프의 미국은 패권국가로서의 미국의 지위와 역할을 방기하려는 급변침을 하려는 것이다.
 
트럼프는 자유무역 체제를 파기하고, 그린란드·파나마운하·캐나다를 미국령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미국이 그동안 이끌고 왔던 국제질서와 원칙을 흔들고 있다. 

이제 트럼프의 미국은 책임과 의무가 있는 ‘패권국가 미국’이 아니라 ‘여러 열강 중의 제1의 열강’으로서 자신의 국익만을 챙기겠다는건 아닐까? 그렇다면 관세는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의길/언론인

최신기사

'검은 월요일' 코스피 5%대 급락 2320선까지 밀려, 외국인 2조 순매도
리튬메탈 배터리 글로벌 시장 2035년 470억 달러 전망, 작년 235배 수준
코스피에 관세 안전지대 없었다, 연속 급락에 증권가 '하단' 전망 '일단 보류'
LG디스플레이 대표 정철동 자사주 1만 주 더 매수, "책임경영 위해"
[서울아파트거래] 브라이튼여의도 40.5억, 여의도 시범 30억에 거래
위메이드 MMORPG '레전드 오브 이미르' 흥행, 박관호 글로벌 매직 통하나
LS그룹 우크라이나에 트랙터 공장 설립 추진, "전쟁으로 잃은 트렉터 회복"
SK증권 "한미약품 1분기 실적 아쉽지만 정상화되는 중, 개선 가능성 높다"
TSMC 주가 대만 증시에서 '트럼프 관세 충격'으로 하한가, 12년 만에 처음
현대카드 선제적 건전성 관리로 또 0%대 연체율, 차별화하는 '부실채권 전략'
Cjournal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