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 lilie@businesspost.co.kr2025-04-03 14: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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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풋옵션 분쟁이 해결 국면에 접어들며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이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이 숙원사업으로 꼽아온 지주사 전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컨소시엄과 7년을 이어온 풋옵션 분쟁이 해결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다만 컨소시엄을 이루는 FI 4곳 가운데 아직 엑시트(투자금 회수)하지 않은 2곳과 협상을 최종 마무리해야 한다. 또 협상 마무리를 통한 수익성 확보도 지주사 전환에 앞서 풀어내야 할 과제로 꼽힌다.
3일 교보생명 안팎 말을 종합하면 신 회장과 교보생명이 지금까지 이어온 풋옵션 분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가 풋옵션 적정가격 산정과 관련해 신 회장과 교보생명 측에 내린 이행강제금 부과 결정이 국내 민사집행법상 강제집행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사진)이 올해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보생명>
이 이행강제금은 교보생명이 2018년부터 어피니티컨소시엄과 이어온 풋옵션 적정가격 관련 분쟁에 따라 ICC가 내린 판정 가운데 하나다.
교보생명은 2018년부터 FI 4곳으로 구성된 어피니티컨소시엄과 풋옵션 행사 가격을 놓고 분쟁을 이어왔다.
어피니티는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1주당 24만5천 원에 인수하며, 계약에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기업공개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하지만 기업공개가 불발되며 어피니티는 2018년 1주당 41만 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신 회장과 교보생명 측은 컨소시엄이 제시한 풋옵션 행사가격이 너무 높다며 불복했다. 어피니티 측 투자 원금인 주당 24만 원대보다 훨씬 커서다.
이는 국제 분쟁으로 이어져 교보생명과 어피니티컨소시엄은 ICC 판정을 기다려 왔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ICC는 교보생명에 일정 기간 안에 풋옵션 적정가격을 산정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루 20만 달러(약 2억9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서울중앙지법 판결로 신 회장 측은 이 금액을 지불할 의무를 덜어낸 셈이다.
특히 지금 교보생명이 다시 감정평가기관을 물색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교보생명에게 희소식이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 모두를 챙길 수 있어서다.
교보생명은 ICC 판정에 따라 올해 1월 EY한영을 감정평가기관으로 선정했지만 EY한영이 감정평가기관에서 사퇴하며 새 회계법인을 물색하고 있다.
금감원이 2월 EY한영을 교보생명 지정감사인으로 지정하며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EY한영은 단발성인 감정평가보다 몇 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지정감사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교보생명은 올해 분쟁 상대방인 FI들과의 합의에서도 큰 진척을 보였다.
3월7일 어피니티컨소시엄을 구성하던 4곳 가운데 2곳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은 각각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매각했다.
이 매각으로 컨소시엄이 보유하던 지분 24% 가운데 13.55%가 팔리며 사실상 컨소시엄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당시 주당 매매가는 23만4천 원으로 FI들의 투자 원금인 24만5천 원보다 낮았다.
그 뒤 3월18일 민병철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한국 총괄대표가 교보생명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나며 시장에서는 어피니티와 교보생명 사이 갈등이 원활히 해소됐다고 봤다.
신 회장이 지주사 전환에 탄력을 붙일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이같은 상황 변화 때문이다. 풋옵션 분쟁은 지주사 전환 발목을 잡아 온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 교보생명은 2018년부터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컨소시엄과 풋옵션 분쟁을 이어왔다.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려면 교보생명은 먼저 다른 FI들과도 원활하게 협상을 완료해야 한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에 포함됐던 사모펀드 IMM PE와 EQT는 3일 기준으로 각각 교보생명 지분 5.23%를 아직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매각가보다 더 높은 금액을 요구하며 2일 서울중앙지법이 내린 이행강제금 부담 의무 관련 판결에도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MM PE는 이날 반박입장을 내며 “서울중앙지법의 판결 취지는 신 회장에게 풋옵션 분쟁해결과 관련된 의무를 이행하라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즉시 항고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IMM PE는 서울중앙지법이 이행강제금 강제 부분만 승인하지 않고 감정평가기관 선정과 가치평가 보고서 제출 자체는 그대로 승인했다며 궁극적으로 풋옵션 관련 변화한 사항은 없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같은 물건(주식)을 놓고 다른 가격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을 목표로 보장성보험 중심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수익성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
이에 교보생명은 지난해 3월 조대규 대표이사 사장 취임 뒤 보장성상품 출시를 늘리고 매출 비중을 높이는 등으로 보험 본업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신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할 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혁신을 통해 생명보험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가족보장과 건강보장 중심으로 차별화한 고객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고 보장성보험에 무게를 실은 본업 경쟁력 강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