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헌재 마비'를 막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이 4월18일 임기 만료로 물러나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사실상 마비될 수 있다. 민주당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압박, 헌법재판소법 개정, 국무위원 '줄탄핵' 등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할 준비에 들어갔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더불어민주당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가 늦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헌재 마비'를 막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연합뉴스>
31일 민주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민주당 지도부는 마은혁 후보자 임명이 지연될 경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재탄핵을 비롯해 다각도로 헌재 마비를 저지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마 후보자를 30일까지 임명하지 않을 경우 한덕수 권한대행 재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덕수 권한대행이 탄핵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승계하는 다른 국무위원들이 마 후보자 임명을 지체하면 그들 또한 연쇄적으로 탄핵소추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초선 모임인 '더민초'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월30일까지 마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바로 한 권한대행에 대한 재탄핵 절차에 들어가겠다"며 "재탄핵 이후 다른 권한대행으로 승계될 경우 마 후보자를 즉시 임명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즉시 탄핵하겠다"고 밝혔다.
강경파 민주당 초선들이 앞장서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재판관 인원 부족으로 헌재가 사실상 마비돼 윤 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이 끝도 없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은 오는 4월18일 퇴임한다. 이런 와중에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염없이' 미루고 있다.
만약 두 헌법재판관이 퇴임하기 전에 결정이 선고되지 않으면 헌재가 '재판관 6인 체제'가 된다. 자칫 헌재의 탄핵사건 선고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공산이 커진다. 남은 6인의 재판관 안에는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 등 윤 대통령 쪽 사람이 많다.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4일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헌재는 이날 한덕수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반 동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지속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31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4월18일 이후 헌법재판관 6인 체제가 되면 헌법재판소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민주당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헌재의 선고가 지연되며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또 출처를 알 수 없는 '지라시'가 대거 유통되면서 혼란도 싶어지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헌재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를 촉구하는 데 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정부에는 마 후보자 임명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마 후보자 임명을 통해 재판관 수를 채움과 동시에 탄핵 인용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마 후보자는 진보 성향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자신의 무기인 '과반 의석'도 적극 활용하려 한다. 법률안 입법권과 국무위원 탄핵소추를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1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안과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헌법재판소법 등 2건을 상정해 소위에서 심사·의결을 마쳤다.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 또는 직무정지 등으로 권한을 대행하는 자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사람 3명,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 3명에 대해서만 임명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대통령 몫 재판관 3명은 권한대행이 아닌 대통령만 임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성윤 의원이 1월2일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재판관 임기 만료 후에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으면 기존 재판관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도록 한다'는 것을 뼈대로 한다.
김 의원은 개정안 제안을 두고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자는 국정 연속성을 위한 임시적 지위에 불과하다"며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거나 중대한 정책 결정을 내리는 등 현상을 변경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 "특히 대통령이 선출·임명할 수 있는 헌법재판관 3인 임명권은 대통령의 고유 인사권한"이라며 "대통령 직무대행이 이를 행사할 경우 명백한 위헌 행위"라고 지적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