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CEO 교체가 잇따랐던 증권 업계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존 대표이사를 대부분 연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경영 안정을 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증권가 주주총회 풍경은 1년 전과 확연히 달랐다. 증권사 수장 대부분이 '연임'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호실적을 낸 데 이어 올해는 유례 없는 불확실성을 앞두고 있어 체제 유지를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8일까지 개최된 증권사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연임이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7일 주주총회에서
김미섭,
허선호 각자 대표이사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를 1년씩 연장했다.
SK증권도 27일 주주총회를 열고 전우종·정준호 각자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연임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임기가 2년씩 연장됐다.
유진투자증권도 26일 주주총회에서
유창수 대표이사 부회장과 고경모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를 3년씩 연장했다.
이 밖에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이사 사장,
박현철 부국증권 대표이사 사장,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김원규 LS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도 자리를 지켰다.
예상 외로 수장 교체가 많았던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이다.
2023년 말~2024년 초에 걸쳐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사는 물론 현대차증권, SK증권, BNK투자증권 등 중소형사들도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증권사들이 현 수장들 연임 또는 유임을 택한 첫 번째 이유는 물론 탄탄한 실적이다.
국내 60개 증권사의 지난해 합산 순이익은 6조9870억 원으로 2023년과 비교해 2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분쟁으로 글로벌 경기가 위협받고 있다. |
2023년의 증가폭(30.1%)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증권업계 업황이 비우호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는 글로벌 제조업 부진에 국내 경기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증시도 하락하면서 증권사들에게는 우호적이지 못한 영업환경이 조성됐다.
그런데 올해 증권업계 수장들의 유임에 있어 과거의 성과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국내외에 닥친 불확실성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는 국내증시가 부진하고 미국증시가 호조를 보였다. 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 증권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사업의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펴왔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올해는 정반대의 흐름으로 뒤집어졌다.
관세분쟁 등 예상보다 심각한 트럼프발 정책 불확실성이 엄습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게 된 것이다.
또 국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지연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주요 기관들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으며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타격을 경고하고 있다.
결국 한 치 앞을 모르는 현재 국내외 상황에서 체제의 안정성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역대급 불확실성이 예상되는 ‘전시’인 만큼 장수를 바꾸지 않는 것”이라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