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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도 '초고령사회' 맞춤형 주거 러시, 고급화 해도 수익성 아직 장담 못해

김환 기자 claro@businesspost.co.kr 2025-03-3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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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건설업계도 너도나도 뛰어드는 시니어 주거(실버타운) 사업 열풍에 합류했지만 장밋빛 미래에 대한 우려가 배어나오고 있다.

한국이 지난해 전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만큼 시니어 주거 시장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아직까지 정부 규제와 수익성 측면에서 건설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자리잡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시각이 많다.
 
건설사도 '초고령사회' 맞춤형 주거 러시, 고급화 해도 수익성 아직 장담 못해
▲ 건설업계도 시니어 주거 열풍에 합류하고 있다. 사진은 실버타운 가상 이미지. <챗지피티>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1인가구 비중은 전체 노인가구(65세 이상 가구주) 565만 가구 가운데 37.8%를 차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혼자 사는 고령층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인데 한국 고령화 속도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빨라 시니어 주거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이상) 진입 7년 만인 지난해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진입했다.

건설 및 부동산 업계의 실버타운 사업을 겨냥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SK디앤디는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와 손잡고 2028년 준공 목표 서울 방배동 고급 레지던스 사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실버타운 시장에 뛰어들었다. 포스코이앤씨도 주거·케어·의료 전문기업과 협약을 맺고 실버타운 사업 본격화를 선언했다.

건설사 가운데서는 이미 발을 들여놓고 수요자를 모집하는 곳도 있다.

대우건설의 경기도 의왕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은 오피스텔과 임대형 노인복지주택이 함께 있는 세대공존형 주거시설로 11월 입주가 계획돼 있다.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 서울 강서구 ‘VL르웨스트’는 오는 10월 입주가 예정돼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니어 주거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지난해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향후 높은 성장률이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정부도 지난해 7월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노인 주거 지원에 힘을 실었다.

핵심 방안으로는 민간 사업자가 토지와 건물 사용권만을 갖고도 실버타운을 세우고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 꼽힌다. 그동안 실버타운 설립과 운영에는 소유권이 반드시 필요했다. 

또한 그동안 금지된 분양형 실버타운도 인구감소지역 89곳에 한해 되살아났다. 

실버타운은 크게 소유권에 따라 분양형과 임대형으로 나뉜다. 다만 분양형에서는 거주 의향이 없는 투자자도 몰려 실수요자인 고령층 부담을 키우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2015년부터 분양형을 금지했다.

정부는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65세 이상 고령인구 대비 시니어 레지던스 공급비중은 0.12%로 일본(2%)이나 미국(4.8%) 등 주요국보다 매우 낮다”며 “75세 이상의 후기고령층 급증 등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원활한 공급을 위해 전반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설업계에선 이번 정부 활성화 방안에서 분양형을 인구감소지역에만 허용한 것을 두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니어 주거는 특성상 의료와 헬스케어 등 편의 서비스 전반과 이를 맡는 임직원이 필수적인만큼 주요 인프라를 잘 갖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및 대도시에 위치하는 게 유리하다.
 
시니어 주거 시장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건설업계의 고민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건설사에 앞서 생명보험업계는 일찌감치 요양사업을 미래먹거리로 점찍었고 KB라이프생명은 2023년 12월 서울 종로 평창동에 ‘KB골든라이프케어 평창 카운티’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여러 산업 분야에서 시니어 주거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데 호텔업계가 대표적이다. 롯데건설이 지은 VL르웨스트는 롯데호텔이 운영하며 호텔신라는 최근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에 노인주거‧여가복지 설치 및 운영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건설사도 '초고령사회' 맞춤형 주거 러시, 고급화 해도 수익성 아직 장담 못해
▲ VL르웨스트의 커뮤니티 시설 가운데 하나인 AV룸 예상도. < VL르웨스트 >
시장에서는 시니어 주거 시장이 대중화되지 않아 바로 수익원이 되기도 어렵다고 평가한다.

임대형 실버타운으로 수익을 키우려면 기반시설 운영비와 임직원 급여가 크게 소요되는 만큼 ‘고급화’로 기울게 돼 사용료가 고령층 대부분이 치르기 힘든 수준까지 오른다. 사용료로는 통상 보증금 수억 원에 달마다 월세 수백만 원이 나온다.
 
고급 시니어 주거 대표격인 건국대학교의 서울 광진구 ‘더클래식500’은 3년 계약 보증금 10억 원에 월 이용료 175만 원과 공동관리비 259만8천 원, 세대별 관리비 30만 원(평균), 식대 1식 1만6천 원(한 달 의무 20식) 등의 조건을 내걸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경기도 용인 ‘삼성노블카운티’는 가장 작은 전용면적 50㎡(15평) 기준 보증금은 4억3천만~4억8천만 원 수준으로 월세 41만 원에 매달 생활비 205만 원(독신 기준)이 필요하다. 식비 90만 원(1인 90식)은 별도로 부과된다.

국내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40%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니어 주거 시장에 발을 들이는 업체들이 무조건적으로 고급화 전략을 펼치기에는 부담이 있는 셈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현재 수준도 운영비용을 고려하면 크게 이득이 남지 않는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내놓는다.
 
건설사도 '초고령사회' 맞춤형 주거 러시, 고급화 해도 수익성 아직 장담 못해
▲ 서울 광진구 '더클래식500'의 내부. <더클래식500>
결국 국가가 추진하는 시니어 주거도 사업성을 고려해 사실상 무산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은평구에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서울시 1호 세대공존형 실버주택 ‘골든빌리지’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었다. 사업성을 고려해 공공 주도 사업 추진이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에서도 시니어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기반을 다지고는 있지만 긴 호흡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니어 사업이 새 성장동력으로 꼽히지만 기업으로서는 적정한 추진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수익을 내려면 어느 정도 부를 갖춘 고령층을 겨냥해 서울 중심지에 건설하고 시설과 서비스도 고급화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수요에 물음표가 찍힐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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