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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3.6조 유상증자에 주주 폭발, 방산 투자자금 마련 꼬이나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 2025-03-21 14: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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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3.6조 유상증자에 주주 폭발, 방산 투자자금 마련 꼬이나
▲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6천억 원에 이르는 한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밝히자, 굳이 유상증자 방식을 택해야 했냐며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글로벌 방산 수주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어 빠르게 해외 공장 인수와 설비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회사가 3조 원이 넘는 잉여금을 가지고 있고, 올해도 3조 원에 가까운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주가 하락 등 피해를 주는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일반 주주들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회사의 유상증자 발표 후 21일 회사 주가가 13% 이상 급락한 가운데 주주들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유상증자로 투자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일반주주와 증권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회사의 유상증자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회사는 유상증자로 조달할 3조6천억 원을 △추진장약(MCS) 스마트팩토리 구축 6천억 원 △무인기 엔진개발·양산시설 구축 3천억 원 △해외현지 방산 생산설비 구축 1조 원  △동유럽 ‘천무’ 생산 합작법인 2500억 원 △사우디 현지 합작법인 3500억 원 △해외 조선소 지분투자 8천억 원 등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35년 매출 7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이는 2024년보다 매출은 330%, 영업이익은 210% 가량 늘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증권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연결회사(한화오션, 한화시스템) 등이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충당할 수 있는데도 유상증자 카드를 꺼낸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조4천억 원에 달한다”며 “3~4년에 걸쳐 집행할 투자자금을 굳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점에서 아쉬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변용진 iM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가 제시한 투자 계획은 2030년까지이며, 기간이 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유입될 현금에 더해 적정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병행했다면, 유상증자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월13일 한화오션 지분 매입에 1조3천억 원, 호주 오스탈 인수를 위한 자회사 HAA 유상증자에 642억 원, 기존 계획한 자본적 지출(설비투자) 4000억 원, 스마트팩토리 투자 3000억 원 등을 더하면 이미 계획된 지출에만 상당한 현금이 소진되기 때문에 향후 투자금 마련이 필요하다”며 "다만 유상증자를 통한 인수합병(M&A)으로 장기 성장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투자자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말 별도기준으로 현금보유량(현금및현금성자산, 기타유동금융자산)이 1조4310억 원에 이른다. 또 작년 말 잉여금(연결기준)은 2조6천억 원이 넘는다. 1년 전에 비해 162.8% 증가한 액수다.

회사 측은 지난 20일 유상증자 발표후 열린 설명회에서 “지금 투자 기회를 놓쳐 독일 라인메탈 등 글로벌 방산 기업과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현재 자리를 유지하기는커녕 시장 특성 상 경쟁에서 밀려난다고 경영진이 판단했다”며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방안도 있지만, 현재 업계 상황은 녹록지 않으며, 이런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주주의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회사의 유상증자 발표에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회사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당일인 20일 시간외거래에서 10% 하락한 65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21일 장중에는 60만8천 원까지 하락했다가 정오께 63만원 안팎을 형성하고 있다.

주가가 추가로 하락한다면 오는 5월29일 확정될 최종 발행가액은 예정 발행가액인 주당 60만5천 원보다 낮아진다. 이 경우 최초 계획했던 3조6천억 원보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회사가 굳이 유상증자라는 방식을 동원한 것은 회사의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회사의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2022년 227.4%, 2023년 350.4%, 2024년 393.1%로 상승 추세다. 순차입금(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것) 규모는 2021 1조5276억 원, 2022년 9942억 원, 2023년 2조1567억 원, 2024년 2조9327억 원 등으로 역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6조 유상증자에 주주 폭발, 방산 투자자금 마련 꼬이나
▲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대주주인 한화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에 참여할 규모를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은 한화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한화빌딩 모습. <한화> 

회사 유상증자에서 향후 최대주주(지분율 33.95%)인 지주사 한화가 얼마나 참여할지도 관심사다.

한화가 ‘책임경영’이라는 명목으로 지분율만큼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면 1조2222억 원을 출자해야 한다. 하지만 한화의 2024년 별도기준 현금보유량은 3506억 원에 그친다.

한화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유상증자 참여 여부는 한화 이사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며, 아직 확정된 게 없다”며 “이사회 등 내부절차에 따라 구체적 내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종목 토론방의 한 이용자는 “회사가 부담을 지고 자금을 구할 수 있음에도, 자신들은 1원 하나 손해안 보면서 일반주주를 상대로 투자금을 뜯고 주식가치는 희석시키는 게 말이 되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이건 그냥 회사의 도덕성이 썩었다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이번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에서 “기존 주주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면서도 목표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할인율을 15%로 결정했다”며 “반면 연구개발(R&D), 생산시설 확충 등 기업 성장을 위한 유상증자는 시장 관심이 높아 상대적으로 낮은 할인율로도 청약이 흥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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