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레이 오킹클로스 BP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3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에너지 콘퍼런스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영국 화석연료 대기업이 지난해 실적 부진을 이유로 친환경 전환 사업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6일(현지시각) 가디언은 BP가 일부 주주들이 상정한 '녹색 전환 전략' 안건을 주주총회 투표에 부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부진했던 지난해 실적으로 인해 수익성이 저조한 친환경 사업 관련 지출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지난달 발표된 실적 보고서를 보면 BP는 2024년 연결기준 수익은 약 89억 달러(약 12조8686억 원)을 거뒀다. 2023년 약 140억 달러(약 20조2426억 원)와 비교해 약 36% 감소했다.
이에 BP는 자사의 저탄소 전환 사업 관련 지출을 약 50억 달러(약 7조2320억 원) 줄였다. 저탄소 관련 투자를 사실상 전액 삭감한 것이다.
친환경 사업이 축소되면서 지난해 경영진들이 받은 임금도 감소했다.
BP는 임원들이 받는 상여금 일부를 친환경 전환 사업에서 나온 수익에 비례해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율로 따지면 전체 급여의 약 10%를 차지한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머레이 오킹클로스 BP 최고경영자(CEO)의 급여는 약 30% 삭감된 540만 파운드(약 100억 원)로 파악됐다. 친환경 사업 수익 감소와 함께 실적 기반 상여금이 340만 파운드에서 100만 파운드로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오킹클로스 최고경영자는 실적발표를 통해 "우리는 BP의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설정해야 한다"며 "세계의 녹색 전환 속도를 향한 낙관론은 과장돼 있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환경단체들이 친환경 사업을 사실상 폐기하기로 한 BP의 결정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앨리스 해리슨 글로벌위트니스 화석연료 캠페인 책임자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BP 사장의 급여는 삭감에도 불구하고 540만 파운드(약 100억 원)에 달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돼 있다"며 "그는 서민들이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가계 지출을 걱정하는 사이에도 엄청난 급여로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한 석유 회사들이 수십억 달러 이익을 내기 위해 채굴을 계속하면서 수백만 달러를 임원들에게 주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시민들에게는 이에 분노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