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순혈'을 깨다] 대체투자 품은 '통합' 우리자산운용 첫 대표 최승재, ETF사업 확장이 핵심 과제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2025-02-2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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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4대 금융의 차별적 경쟁력을 비은행 계열사가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지난해 4대 금융의 순이익 순위는 비은행 실적에서 갈렸다. 4대 금융의 오랜 '순혈주의'가 비은행 영역에서 무너지는 중이다. '순혈'들의 눈치를 보며 외부 출신 CEO 영입을 주저하던 시대는 갔다. 비은행 계열사에선 매년 외부 출신 스타 CEO가 탄생한다. 이들 '이적 CEO'들은 경영 역량을 인정받으며 '장기집권'의 길에 들어서기도 한다. 순혈주의를 깨고 4대 금융에 변화의 바람을 부르는 외부 출신 CEO는 누가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가 4대 금융지주 주요 계열사에 포진한 외부 출신 CEO를 조명해본다.
우리자산운용은 옛 동양자산운용 시절을 포함하면 설립 25주년을 맞은 회사지만 우리금융그룹에 인수돼 ‘우리’ 이름을 단 것은 이제 7년이다.
▲ 최승재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가 통합법인 출범 2년차에 들어서면서 사업 시너지 본격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체투자분야를 담당하던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이 우리자산운용에 합병되면서 다시 한 번 변화를 겪었다.
주식, 채권 등 전통투자 중심이었던 조직의 체질개선을 본격화하면서 사업영역 확장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본격적 성장에 시동을 걸겠다는 청사진을 내걸었다.
최승재 대표이사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우리자산운용 통합법인의 초대 대표로 영입됐다.
우리자산운용은 2019년 출범 뒤 최 대표까지 3명의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외부인사다. 하지만 통합법인 첫 수장이라는 자리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앞서 최영권 대표, 남기천 대표가 우리자산운용이 우리금융그룹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자리 잡도록 밑그림을 그렸다면 최 대표는 시장에서 본격적 성과를 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25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20일 기준 우리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53조1198억 원으로 집계된다.
1년 전 합병 당시 43조 원 규모에서 약 10조 원 늘어났다. 비율로 보면 몸집을 20% 넘게 키운 셈이다.
우리자산운용은 순자산 규모로 운용업계 10위 자리도 지키고 있다.
자산운용사에 운용자산 규모는 사업 경쟁력을 위한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규모의 경제에 따른 경영효율화뿐 아니라 고객자금 유치부터 다양한 운용활동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취임 첫 해 자산규모 확대와 조직 통합 효과를 바탕으로 우리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확장에 힘을 실었다.
특히 전문분야인 대체투자 영역 순자산을 늘리고 성장금융 등 새로운 영역 진출에도 성과를 내면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통합법인 출범과 함께 대체투자 조직을 신설하고 멀티에셋자산운용 재직 시절 함께 일했던 대체투자부문 인력들을 영입해오면서 조직 경쟁력을 보강했다.
그 결과 20일 기준 우리자산운용의 부동산 등 대체투자 상품 운용자산은 5조21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조 원 가까이 늘어났다. 전체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4%에 이른다.
우리글로벌자산운용과 사업 통합 작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자산운용은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시장에서 한국 우량리츠에 투자하는 ‘WON 한국부동산TOP3플러스’ 등 대체상품분야 ETF를 새롭게 출시하고 신성장펀드 등 영역으로 진출에도 성공했다.
우리자산운용은 최근 한국산업은행의 혁신성장펀드 재정 모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통합법인 출범으로 대체투자사업을 한 줄기에 품으면서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실어온 점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 대표가 통합법인을 맡은 뒤 시장 존재감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내세웠던 대체투자분야 ETF, 신성장펀드 등 상품 다각화를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 우리자산운용의 WON 미국빌리어네어 ETF 상품 소개 이미지. <우리자산운용 블로그 갈무리>
최 대표는 통합법인 출범 2년차인 올해 어깨가 한층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그룹 계열사 우리투자증권과 시너지를 비롯해 시장 경쟁력 확대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야 한다.
특히 자산운용사의 핵심 먹거리로 꼽히는 ETF 사업 확대는 핵심 과제로 꼽힌다.
우리자산운용은 국내 ETF 시장에 업계 상위권 경쟁사들보다 한참 늦은 2022년에야 발을 들였다. 시작부터 후발주자였던 셈이다.
우리자산운용은 지난해 ETF 브랜드를 WOORI에서 WON으로 변경하고 국내 최초로 미국 억만장자 투자전략을 추종하는 WON미국빌리어네어 ETF 상품을 내놨다. 앞서 언급했듯 대체투자 전문가 최 대표의 강점을 살려 부동산 등 대체투자분야로도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우리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은 21일 기준 4526억 원, 시장 점유율은 0.24%에 그친다. 1년 전(2628억 원)과 비교하면 순자산이 72.48% 늘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KB자산운용(7.80%) 신한자산운용(3.36%) 하나자산운용(0.71%) 등 4대 금융지주의 자산운용사로만 비교해도 가장 입지가 약하다.
최 대표는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체투자 전문 자회사 멀티에셋자산운용에서 13년가량 일하면서 대표까지 올라갔던 인물이다.
멀티에셋자산운용에서 함께 일했던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의 추천으로 우리자산운용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기천 대표는 2023년부터 우리자산운용을 1년 동안 맡았다가 지난해 8월 출범한 우리투자증권 대표로 자리를 옮겨 우리금융그룹이 자본시장 사업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 대표는 1976년생으로 미국 웨스트타운고등학교,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경영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에서 금융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법무법인 재무분석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2006년 미래에셋증권에 합류하면서 금융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 뒤 미래에셋증권과 공무원연금공단 등에서 대체투자분야를 담당하며 경력을 쌓았고 2016년 멀티에셋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뒤 멀티에셋자산운용에서 대안투자팀장과 글로벌대체투자본부 상무 등을 역임한 뒤 2021년 11월부터 대표를 맡았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