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자산운용과 우리종합금융에 이어 우리투자증권까지.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우리금융그룹에서 거친 회사다.
남 사장은 우리금융에서 벌써 3번째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외부인사로 평가된다.
우리금융에 영입된 지 2년도 채 안 되기 때문이다. 2년은 4대 금융 주요 계열사 전문경영인(CEO)이 보통 첫 임기 때 받는 기간이다.
다른 CEO가 첫 임기를 보내는 동안 계열사를 바꿔가며 대표를 지낸 것인데 그 과정에서 남 사장의 역할은 계속 확대됐다. 또한 철저히 자산운용과 증권 등 금융투자업을 향했다.
남 사장이 우리금융에서 비은행사업 확대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유다.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중소형 증권사다. 하지만 남 사장의 꿈은 크다.
5년 안에 우리투자증권을 자기자본 3조 원이 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이끌고 10년 안에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초대형투자은행(IB)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남 사장이 5년 뒤, 10년 뒤에도 우리투자증권을 이끌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지금 남 사장이 놓는 주춧돌이 향후 우리투자증권의 성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24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26억 원을 올렸다. 2023년 540억 원 순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8월 한국포스증권과 합병 효과와 상장지수펀드(ETF)시장 확대 등에 힘입어 리테일 고객도 2024년 말 기준 68만5천 명으로 2023년 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흑자 전환에 고객이 크게 늘어난 만큼 출범 이후 성과가 났다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금융과 남 사장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4대 금융지주 아래 있는 다른 증권사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KB금융과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은 모두 자기자본 3조 원이 넘는 종투사로 매년 수천억 원 규모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비은행사업 강화의 핵심 과제로 증권업 재진출을 꼽고 지난해 포스증권을 인수했다. 이후 우리종합금융과 합쳐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킨 뒤 초대 대표로 남 사장을 앉혔다.
남 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으로 석사 학위 받았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런던법인장과 고유자산운용본부장, 대체투자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이후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 등을 거쳐 2023년 3월 우리자산운용 대표로 영입됐다.
2024년 1월 우리자산운용이 우리글로벌자산운용과 합병한 뒤에도 대표직을 이어가다 그해 3월 우리종합금융 대표로 자리 옮겼다. 이후 우리종합금융이 포스증권과 합쳐져 출범한 우리투자증권 대표에 올랐다.
임종룡 회장은 2023년 우리자산운용 대표로 남 사장을 영입할 때 직접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이 이후 포스증권 인수와 우리투자증권 출범 등을 통해 증권업 강화의 큰 그림을 그린 뒤 구체적 실행을 남 사장에게 맡긴 셈인데 그만큼 남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남 사장은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출범 이후 새 조직 구축과 외부인사 영입, 구체적 영업 전략 등을 세우고 올해 본격적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내부통제 이슈와 관련해 우리금융 전반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매서운 눈초리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탄핵정국 속에서 신사업 진출이 예상보다 다소 늦어진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행히 최근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투자증권이 핵심사업으로 내세운 디지털, 기업금융(IB)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허락’이 필요한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우리투자증권의 사업 확대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이복현 원장은 10일 2025년 금감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금융의 증권사 본인가 건은 좀 더 원활히 진행시킬 계획”이라며 “당국에서 발목을 잡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1월 금융당국에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우리투자증권이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받으면 기업공개(IPO), 파생상품 거래 등 기업금융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3월 금융당국의 우리투자증권 투자매매업 본인가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상반기 안에 주식중개업무를 위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도 선보인다. 이를 위한 시스템은 이미 개발됐다. 주식거래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한 한국거래소의 문턱을 최근 넘은 뒤 현재 거래소와 전산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해 출범 이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를 채웠던 우리투자증권 광고판. 우리투자증권은 상반기 MTS 출시에 맞춰 다시 대대적 광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 사장은 우리투자증권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안착하면 사세를 키우기 위한 인수합병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 사장은 지난해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포스증권에 이은 2차 인수합병을 꾸준히 모색할 예정”이라며 “시너지가 날 수 있는 회사를 빠르면 2~3년 안에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사장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는 향후 우리금융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과제 이행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우리금융은 최근 실적발표를 통해 시장과 공유한 ‘기업가치 제고계획 이행현황’에서 ‘비재무지표 이행현황’ 제일 앞에 ‘인수합병 전략’을 두고 우리투자증권 출범을 핵심 성과로 자랑했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금융은 지난해 우리종합금융과 포스증권을 합병해 10년 만에 증권업에 재진출했다”며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준비과정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 영업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 사장은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한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남 사장은 “우리투자증권은 고객 신뢰를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생각하며 앞으로도 신뢰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혁신적 상품과 다양한 자산관리 서비스, 우리금융그룹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차별화한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