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화석연료 장려 정책이 본격화되며 빅테크 기업들의 탄소중립 목표 유지와 실천 여부도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화석연료 발전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빅테크 기업도 적극 호응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그동안 탄소중립 목표 수립 및 달성에 앞장서며 관련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돌연 태도를 바꾼다면 기후변화 대응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 “빅테크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화석연료를 향한 ‘열정’을 공유하고 있다”며 “기후대응 목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형 IT기업들은 최근 천연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 기반 발전소에서 전력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를 늘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33억 달러(약 4조7천억 원) 규모 천연가스 기반 전력 계약을 추진하는 것과 메타가 천연가스로 전력을 공급하는 새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내놓은 사례가 대표적으로 꼽혔다.
빅테크 기업들은 미국 바이든 정부 아래 앞다퉈 탄소중립 달성 계획을 내놓으며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또는 원자력과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 활용을 늘려 왔다.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기후변화 대응이 바이든 정부 정책에 중요한 목표로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서버용 반도체의 전력 사용량도 늘어나며 충분한 에너지원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신재생에너지는 발전 용량과 안정성에 한계가 있고 원자력에너지는 설비 구축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화석연료를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빅테크 기업들이 화석연료에 다시금 의존을 높이게 된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해 화석연료 채굴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전력 생산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힌 점은 대형 IT기업들에 호재로 떠올랐다.
정부의 규제나 정치적 압박으로 화석연료 사용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졌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도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리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악의적’이라 비판하며 전력 공급망 불안정성을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 아래에서 기업들의 화석연료 기반 전력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기후대응 목표에 태도 변화 여부를 묻는 워싱턴포스트 측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기후대응 목표 달성보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급을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다면 여론 악화와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에너지 전환은 예상보다 복잡하고 불균형하다는 점을 파악했다”며 “탈탄소화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수요 역시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기후대응 목표와 관련해 분위기가 다소 변화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 역시 본격적으로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를 확대하며 천연가스 기반 전력 활용을 계획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미국이 인공지능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일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기후대응 노력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들이 선제적으로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가 다른 산업에도 점차 확산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업을 포함한 빅테크의 주요 협력사에도 탄소중립 목표 수립과 실천이 점차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었다.
만약 빅테크 기업들의 태도가 탄소중립 달성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놓는 쪽으로 일제히 선회한다면 자연히 이런 협력사들과 관련 업계에도 비슷한 흐름이 퍼질 공산이 크다.
이는 전 세계 기업과 국가의 기후대응 노력이 점차 힘을 잃으며 결과적으로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수도 있다.
비영리기구 클라이밋보이스의 빌 와일 창립자는 워싱턴포스트에 “미국에 새로 건설되는 천연가스 발전소는 앞으로 30~50년에 걸쳐 운영될 것”이라며 “이는 탄소감축을 위한 노력에 폭탄을 던진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