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5-02-24 1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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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세계 최고 성능의 저전력 LPDDR5X(Low Power Double Data Rate 5X) D램을 공개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주목받는 ‘SOCAMM(System On Chip Advanced Memory Module)' 시장 선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OCAMM은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과 협력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표준으로, LPDDR5X D램이 탑재된다. 저젼력이 중요한 개인용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짓’ 등 엣지AI부터 미래 산업의 핵심인 로봇, 자율주행차 등에도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기조연설에서 공개한 개인용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짓'. 엔비디아는 프로젝트 디짓에 회사가 새롭게 개발한 메모리반도체 'SOCAMM'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삼성전자는 SOCAMM용 세계 최고 성능 LPDDR5X D램을 개발했다. <엔비디아>
24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고성능 저전력 LPDDR5X D램으로 새롭게 성장하는 SOCAMM 시장에서 엔비디아 등으로 공급처 확대를 노리고 있다.
미국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삼성전자가 지난 16~20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반도체 올림픽’ ISSCC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LPDDR5X 울트라프로 D램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LPDDR D램은 기존 DDR D램과 다르게 전력 효율은 높이고 크기를 소형화하는데 집중한 메모리반도체다. 주로 모바일 기기, PC, 서버, 자동차, 온디바이스 AI 등에 활용된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LPDDR5X 울트라프로 D램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1만2700MT/s(Mega Transfers per Second)에 달한다. 1MT/s는 초당 1메가 전송회수 처리를 의미한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공개한 LPDDR5X 제품의 최고 속도가 9600MT/s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32% 이상 빠른 것이다.
삼성전자의 LPDDR5X 울트라프로 D램은 5세대 10나노 기술인 1b 공정을 통해 개발됐다. 첨단 10나노급 D램 공정은 선폭이 미세해질 수록 1x, 1y, 1z, 1a, 1b, 1c로 표기된다. 1b 공정은 현재 업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최고수준의 공정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LPDDR5X에서 적용되지 않던 ‘4상 교정 루프’와 ‘AC 결합 트랜시버 이퀄라이제이션’을 활용했다.
4상 교정 루프는 4개의 위상(0°, 90°, 180°, 270°)이 메모리 인터페이스에서 적절하게 정렬되도록 하는 회로 기술이다. AC 결합 트랜시버 이퀄라이제이션은 고속 D램의 신호간섭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다.
톰스하드웨어는 “두 가지 기능은 기존 LPDDR5X엔 포함되지 않았으며, LPDDR5X 데이터 속도와 전력 요구 사항을 충족하거나 초과하는 데 사용되는 회로 설계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가 지난 2월 16~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공개한 LPDDR5X 울트라프로 D램의 성능 향상 그래프. <톰스하드웨어>
LPDDR5X D램 기술력에서 앞서가고 있는 삼성전자는 ‘넥스트 HBM’으로 불리는 SOCAMM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관련 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SOCAMM은 AI 서버에만 사용되는 HBM과 달리 높은 전력효율과 넓은 확장성이란 장점으로 개인용 PC부터 소형 슈퍼컴퓨터, 로봇, 자율주행차까지 수요처가 다양하다.
실제 엔비디아가 로봇과 엣지 컴퓨팅 시장을 노리고 개발한 ‘젯슨’ 제품군은 SOCAMM에 LPDDR D램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1월 CES 2025에서 공개한 자율주행차용 컴퓨팅 플랫폼 ‘토르’ 역시 LPDDR D램을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HBM은 정보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하나의 칩 세트로 연결돼 HBM만 따로 장착할 수 없지만, SOCAMM은 필요 용량에 따라 슬롯에 추가 장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격도 HBM에 비해 낮고, 크기도 작아 AI 대중화를 위한 차기 메모리 반도체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HBM에서 겪었던 기술적 문제를 SOCAMM에선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공개한 업계 최소 두께인 0.65mm 12나노급 LPDDR5X D램 칩. <삼성전자>
DDR5 D램 다이를 위로 쌓아올리는 HBM과 달리 SOCAMM은 압축부착메모리모듈(CAMM) 기판에 LPDDR5X D램을 병렬로 여러 개 붙여 대역폭을 늘리는 방식을 활용한다.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실기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HBM 적층 패키징 기술이 지목되는데, SOCAMM에선 이같은 문제가 없어진다.
또 삼성전자는 기존 HBM에 DDR5 D램 1a 공정을 사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뒤처졌지만, SOCAMM용 LPDDR5X D램에선 최신 1b D램 공정 기술을 적용해 기술적 한계도 극복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ISSCC에서 LPDDR5X 울트라프로 D램을 발표하면서, 엣지AI와 PC, 서버 시장을 겨냥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