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순혈'을 깨다] 화공과 출신 기술기업 전문가 박선배, 신한벤처투자 외형 확장 이끈다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5-02-19 14: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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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4대 금융의 차별적 경쟁력을 비은행 계열사가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지난해 4대 금융의 순이익 순위는 비은행 실적에서 갈렸다. 4대 금융의 오랜 '순혈주의'가 비은행 영역에서 무너지는 중이다. '순혈'들의 눈치를 보며 외부 출신 CEO 영입을 주저하던 시대는 갔다. 비은행 계열사에선 매년 외부 출신 스타 CEO가 탄생한다. 이들 '이적 CEO'들은 경영 역량을 인정받으며 '장기집권'의 길에 들어서기도 한다. 순혈주의를 깨고 4대 금융에 변화의 바람을 부르는 외부 출신 CEO는 누가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가 4대 금융지주 주요 계열사에 포진한 외부 출신 CEO를 조명해본다.
[비즈니스포스트] 신한벤처투자가 신한금융그룹 품에 안긴 지 4년이 지났다. 그동안 그룹 내 안정적 안착이 주요 과제였다면 이제는 그룹 내 존재감을 높여가야 할 때가 온 셈이다.
이런 시기에 신한금융은 외부에서, 그것도 4대 금융그룹인 우리금융그룹 계열사에서 새 대표를 영입했다.
▲ 박선배 신한벤처투자 대표가 외부 영입 인사로 외형 성장을 이끈다..
주인공은 바로 박선배 대표. 박 대표는 신한벤처투자의 두 번째 전문경영인(CEO)이자 2022년 이후 3년 만에 신한금융 주요 계열사 대표에 취임한 외부인사다.
박 대표는 벤처투자업계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외형 확장을 이끌 준비를 하고 있다.
19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벤처투자의 총운용자산(AUM)은 신한금융 인수 이후 빠르게 늘었지만 증가 속도 측면에서는 매년 조금씩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한벤처투자의 2024년 말 기준 AUM은 1조7천억 원으로 2023년보다 11.0% 늘었다.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2022년 23.3%, 2023년 13.2%과 비교하면 다소 증가 속도가 느려졌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AUM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운용자산이 커야 투자 성공사례가 많이 나오고 수익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벤처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AUM은 결국 남들이 맡긴 돈의 크기로 AUM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자금 운용을 잘 한다고 시장에서 인정한다는 뜻”이라며 “AUM이 커야 펀드에 출자하는 투자자도 늘고 큰손들도 잘 붙어 벤처투자사의 경쟁력 척도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신한벤처투자는 신한금융 편입 이후 수익성 측면에서도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신한벤처투자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38억 원을 올렸다. 2023년보다 13.6% 줄었다. 신한금융 인수 첫 해인 2021년 순이익 168억 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우리벤처파트너스에서 전무로 일하고 있던 박선배 대표를 영입했다.
박 대표는 1970년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화학공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공학도다.
쌍용정유(현재 에쓰오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2000년 KTB네트워크에 입사하며 벤처캐피탈업계에 발을 들였고 이후 소재, 부품, 장비, 바이오 등 기술기업에 주로 투자해 성과를 내며 업계에서 명성을 쌓았다.
지난해 말 신한벤처투자 대표에 ‘깜짝’ 내정된 뒤 올해 1월 취임했는데 신한금융 주요 계열사 CEO에 외부인사가 바로 오른 것은 2022년 7월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이후 약 3년 만이다.
더군다나 박 대표는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금융그룹에서 영입되면서 시장의 더 큰 관심을 받았다.
박 대표는 KTB네트워크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거쳐 2023년 우리금융에 인수돼 우리벤처파트너스로 새 출발한 뒤에도 20년 넘게 자리를 지켰는데 벤처캐피털업계에 들어온 뒤 이번에 처음으로 회사를 옮긴 것이다.
신한금융은 신한벤처투자의 본격적 외형 확장을 노리고 외부인사인 박 대표를 과감히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2020년 9월 두산그룹으로부터 네오플럭스를 인수한 뒤 신한벤처투자로 이름을 바꿨다. 인수 당시 내부인사인 네오플럭스 본부장 이동현 전무를 초대 대표로 앉힌 뒤 대표를 교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벤처투자가 신한금융에 편입된 지 5년이 다 돼 가는 만큼 실적 개선을 통해 그룹 전체 비은행사업 기여도를 높일 필요가 있는 셈이다.
박 대표는 벤처투자업계의 주요사업인 벤처캐피탈(VC)과 프라이빗에쿼티(PE)부문 어느 쪽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VC 투자부문은 혁신적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갖췄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벤처투자조합 결성을 통해 자본을 지원하고 기업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경영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PE 투자부문에서는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의 결성을 통해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지분을 획득해 경영에 참여하거나 적극적 기업구조 혁신을 지원해 피투자기업의 가치 증대와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퓨처스랩은 박 대표가 신한금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가운데)이 2024년 12월 서울 논형동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린 '신한 퓨처스랩 데모데이 2024'에서 신한 퓨처스 동문기업 및 신한금융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신한금융>
신한퓨처스랩은 신한금융이 2015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시작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10기까지 선발했다.
신한벤처투자는 시너지투자본부 아래 별도의 신한퓨처스랩 관련 조직을 두고 그룹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한 글로벌사업 확장은 박 대표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신한벤처투자는 글로벌시장 진출을 강화하기 위해 2022년 글로벌본부를 새로 만들고 해외 투자대상 발굴에 힘을 싣고 있다.
박 대표는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신한벤처투자는 한국 벤처생태계 육성과 펀드운용 수익이라는 2가지 목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있다”며 “기업에게는 투자 받고 싶은 회사, 출자자에게는 출자하고 싶은 회사, 임직원에게는 행복을 나누고 싶은 회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