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순혈'을 깨다] 신한EZ손보 디지털 명가 구축 특명, '구원투수' 강병관 올해는 흑자전환
김지영 기자 lilie@businesspost.co.kr2025-02-18 14: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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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4대 금융의 차별적 경쟁력을 비은행 계열사가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지난해 4대 금융의 순이익 순위는 비은행 실적에서 갈렸다. 4대 금융의 오랜 '순혈주의'가 비은행 영역에서 무너지는 중이다. '순혈'들의 눈치를 보며 외부 출신 CEO 영입을 주저하던 시대는 갔다. 비은행 계열사에선 매년 외부 출신 스타 CEO가 탄생한다. 이들 '이적 CEO'들은 경영 역량을 인정받으며 '장기집권'의 길에 들어서기도 한다. 순혈주의를 깨고 4대 금융에 변화의 바람을 부르는 외부 출신 CEO는 누가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가 4대 금융지주 주요 계열사에 포진한 외부 출신 CEO를 조명해본다.
- 글 싣는 순서 ① 금융계 '수처작주'의 신화 조재민, 신한운용서도 '오로지 실적'으로 4년차 돌입 ② 신한EZ손보 ‘디지털 명가 구축’ 특명, '구원투수' 강병관 올해는 흑자전환
③ 3년 만에 신한금융이 영입한 외부인사, 박선배 신한벤처투자 외형 확장 이끈다
④ 하나금융의 외부 출신 CEO, 하나손해보험 배성완 그룹 시너지 확대로 활로 찾는다
⑤ 우리금융 비은행 맏형 우리카드 첫 외부출신 CEO, 진성원 기존과 다른 혁신 보여준다
⑥ 우리금융 핵심 계열사 도약 향하는 우리투자증권, 남기천 주춧돌 놓기에 달렸다
⑦ 우리자산운용 최승재, 우리글로벌자산운용과 합병 시너지 효과 성과로 입증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이사가 ‘임기 2막’을 맞아 흑자전환 발판 마련에 온 힘을 쏟는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EZ손해보험의 지속된 적자에도 지난해 말 강 대표의 1년 연임을 결정했다.
▲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이사(사진)는 신한금융그룹으로부터 신뢰를 받으며 연임에 성공한 만큼 실적 반등을 목표로 힘쓰고 있다.
강 대표는 디지털 이해도가 높은 외부 출신 전문가로 2022년 신한EZ손해보험 대표로 전격 영입됐다.
신한EZ손해보험 대표에 오른 지 4년차, 강 대표는 올해는 반드시 그룹이 보여준 신뢰에 실적으로 보답해야 한다.
18일 신한금융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신한EZ손해보험은 2024년 연결기준으로 순손실 174억 원을 냈다. 2023년 순손실 78억 원보다 오히려 손실 규모가 더 커졌다.
신한금융 안에서 비은행 실적이 지니는 의미가 큰 만큼 순손실을 낸 강 대표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신한은행이 6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음에도 비은행 계열사 실적 부진에 리딩금융 자리를 KB금융에 내줬다.
특히 강 대표는 신한EZ손해보험이 출범할 때부터 그룹 안에서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외부에서 전격 영입된 인사라는 점에서 실적 부진의 부담감이 더 클 수 있다.
강 대표는 1977년생으로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삼성화재에 입사한 뒤 2022년 5월 신한금융으로 영입돼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인수추진단장을 맡았고 그해 7월 신한EZ손해보험 초대 대표에 올랐다.
삼성화재에서 글로벌, 대외제휴, 투자전략, 전사경영, 리스크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는데 그 중 국내외 플랫폼기업과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하고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통합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는 실무를 담당한 점을 높게 평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상대적으로 약한 보험 포트폴리오를 보강하기 위해 2021년 11월 프랑스 BNPP그룹과 BNPP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맺었다.
신한금융은 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며 2022년 5월 BNPP카디프손해보험 인수추진단을 구성하고 회사를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탈바꿈시켰는데 강 대표는 이때 인수추진 단장으로 영입됐다.
신한금융은 2022년 5월 강 대표를 영입하며 “기존 손해보험사와 차별화한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키우고자 전통적 손해보험시장 관련 이해도가 높고 디지털 사업을 추진해 본 경험까지 갖춘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찾았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후 2022년 7월 신한EZ손해보험 출범과 함께 초대 대표에 올랐다.
비은행 강화를 위해 인수한 회사가 적자를 내며 그룹 수익성에 오히려 부담을 주는 상황 속에서도 연임이 결정된 것인데 업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디지털 손해보험사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 구조상 안정적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 주요 디지털 손해보험사 가운데 아직 흑자 전환에 성공한 곳이 없기도 하다.
신한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강 대표 연임을 결정하며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연임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 신한금융그룹은 디지털 손해보험사로서 신한EZ손해보험을 출범하고자 강병관 대표이사를 외부에서 적극 영입했다.
강 대표는 연임으로 받은 1년 동안 장기보험 상품군을 확대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전념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목표로 신한EZ손해보험은 지난해 7월 디지털 보험사 최초로 실손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9월에는 출범 이래 최초로 배타적 사용권 획득에 성공하며 상품 경쟁력을 높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신한EZ손해보험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원수보험료가 2023년보다 약 15% 증가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 기존 오래된 IT시스템을 클라우드 형태로 전환하는 등 디지털 보험사 운영 밑바탕인 시스템 고도화 작업도 마쳤다.
올해 신한EZ손해보험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는 강 대표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강 대표는 신한금융에서 가장 젊은 CEO다. 신한금융 주요 계열사 14곳 가운데 두 번째로 젊은 민복기 신한DS 대표와 박선배 신한벤처투자 대표(1970년생)과도 7살이나 차이 난다.
아직 앞길이 많이 남은 상황에서 올해 차별화한 성과를 보여준다면 신한금융뿐 아니라 업계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신한EZ손해보험 관계자는 “작지만 내실 있는 디지털 손해보험사로서 신한금융과 시너지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보험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힘쓰겠다”며 “고객 입장에서 더 쉽고 편안한 보험상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