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은 이동통신3사와 중소 알뜰폰사업자 사이에서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금융사인 우리은행까지 시장에 가세하면서 고객 유입을 위한 서비스 차별화 과제가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 KB국민은행이 올해 우리은행의 알뜰폰시장 진출 등으로 점유율 확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2월 말 기준 국내 알뜰폰 회선 수는 949만972개로 1년 전보다 8.8% 늘어났다.
다만 2022년(19.5%) 2023년(19.9%)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알뜰폰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알뜰폰시장은 이통사 보조금, 장려금 등이 줄고 올해 8월까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의무 구축 등 규제 강화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영업이익이 5천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영세사업자들은 이미 사업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만큼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KB리브모바일’도 최근 가입자 수가 40만 명대 수준에서 머물면서 점유율 5%대 현상 유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히려 2023년부터 시장 점유율이 5%대 아래로 소폭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나는데 올해도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다.
이동통신3사의 자회사가 알뜰폰시장 절반, 약 47%를 차지하며 부동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가운데 같은 금융사업 기반을 보유한 우리은행이 새롭게 경쟁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알뜰폰사업 준비를 본격화했고 올해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알뜰폰사업을 위한 기간통신사업자 신청서를 제출했다.
내부에서는 디지털전략그룹 산하에 모바일사업플랫폼부서를 두는 등 사업 준비를 마친 상태다. 과기부 최종 인가만 떨어지면 이르면 3월부터 은행 모바일 앱 ‘우리WON뱅킹’을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알뜰폰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우리은행 알뜰폰 등장에 긴장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앞서 2019년 금융사 1호로 알뜰폰사업에 진출한 뒤 자본력과 서비스 경쟁력 등을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시장에 침투했다.
알뜰폰 최초의 자체 멤버십 서비스와 24시간 고객센터 운영, 알뜰폰 전용카드 등 금융상품과 결합한 혜택에 자본력을 앞세운 저가 요금제로 시장점유율을 2020년 1.5%, 2021년 3.7%, 2022년 5.3%로 가파르게 높여갔다.
▲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KB리브모바일은 아이돌그룹 에스파를 모델로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 KB국민은행 >
이용자 10만 명의 토스모바일을 제외하면 전통 은행권에서는 유일한 알뜰폰 사업자로 이동통신3사 알뜰폰 이용자 수요를 겨냥하면서 점유율을 확대해온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2023년에는 점유율이 4.8%로 하락했다. 여기에 우리은행이 알뜰폰시장에 새롭게 진출하게 되면 KB리브모바일의 강점이었던 금융상품 연계 혜택과 서비스부분에서 새로운 경쟁자까지 맞이하게 된다.
KB국민은행은 알뜰폰시장 진출 초기처럼 가격 경쟁을 통한 사업 확장도 쉽지 않다.
안 그래도 금융사의 알뜰폰사업을 두고 영세한 중소사업자 ‘밥그릇’을 뺏는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인수합병 등 방안도 고려대상 밖이다.
상생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사업 확장에 있어서는 보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KB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의 가세 등 금융사가 알뜰폰시장에 진출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동통신3사 중심으로 고착화된 시장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KB국민은행도 기존 점유율 경쟁을 통한 사업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시장 활성화가 중장기적으로 더욱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특히 KB국민은행과 같은 금융사는 애초 수익성보다 통신 데이터와 고객 유입 등을 위해 알뜰폰사업을 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알뜰폰사업에서 영업손실을 보면서도 리브모바일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결국 알뜰폰시장에 ‘알짜’ 이동통신 고객이 많이 유입돼야 고품질의 데이터 등 영업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알뜰폰사업에서 금융은 물론 다양한 분야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보이스피싱 예방 서비스, 멤버십 서비스 등을 더욱 발전시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이밖에 금융사가 알뜰폰시장에 진출하는 목적으로 꼽히는 금융데이터와 통신데이터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개발, 고객 데이터 강화 등에도 더욱 힘을 싣는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B리브모바일 알뜰폰 가입자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 시장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며 “KB국민은행은 더불어 기존 알뜰폰사업자들과 상생을 위한 다양한 업무를 추진해 시장 활성화와 이미지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