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류진 풍산 대표이사 회장이 구리 관련 사업(신동)과 방산 사업 분야에서 2022년부터 시작한 총 3120억 원 규모의 설비 증설 투자를 올해 말까지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빅스텝'을 노린다.
회사는 지난해 방산 사업 호조로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세계적 구리 수요 부족과 방산 수출 감소 등으로 실적 성장세가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 류진 풍산 대표이사 회장이 올해 구리 관련 사업(신동) 부문 대규모 증설 투자를 마치고, 내년 본격적 실적 성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
13일 풍산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는 압연 박판 설비와 새 도금라인 증설 등 2022년부터 시작한 총 1441억 원 규모의 신동 사업 부문 설비 증설 투자를 올해 마무리할 예정이다.
먼저 상반기 내 새로운 구리 도금 생산라인 증설을 마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회사의 구리 도금 제품 생산능력은 월 1천 톤 더 늘어난다. 또 연말까지는 압연 박판설비 증설을 마무리해 마찬가지로 생산능력을 월 1천 톤 확대한다.
회사 측은 증설을 마치면 연간 1900억 원의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는 앞서 2022년 방산과 구리 사업 분야에 2025년까지 총 3127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기차 구리 소재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해 구리 압연박판 등 신동 사업 부문 설비 증설에 1441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또 공격 드론과 K9 자주포 포탄 개발 등 방산 설비에도 1686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회사의 그동안 설비투자 규모는 2021년 912억 원→2022년 1172억 원→2023년 1377억 원→2024년 3분기 누적 1297억 원 등으로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권혁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풍산은 운전자본 변동에 따라 차입규모를 재차 확대할 수 있으나, 현금창출력이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진행 중인 생산능력 확대 투자가 2025년 마무리될 것임을 고려하면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마지막 해인 2025년 실적 전망은 다소 보수적으로 잡았다.
회사는 올해 실적 목표치로 별도기준 매출 3조8천억, 영업이익 2594억 원으로 제시했다. 증권가 평가를 종합하면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목표치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신동 사업 목표 매출은 2조5414억 원으로, 2024년보다 9.4% 높혀 잡았다. 하지만 2024년 매출 성장률 10.1%보다는 낮은 수치다. 판매량 목표도 18만5천 톤으로 2024년보다 6천 톤 증가하는 보수적 목표를 잡았다.
▲ 풍산은 2024년 방산 부문의 탄약 수출 성과에 힘입어 2023년 대비 영업이익이 41.6%가 늘었지만, 올해는 수출 비중 감소와 수주 감소 등으로 이익 성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풍산> |
김윤상 iM증권 연구원은 “회사의 신동(민수) 부문 사업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거시경제 불확실성, 중국 경기 침체 등 실물 경기 부진은 물론 공급 차질이 촉발한 ‘높은’ 전기동 가격이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IT, 건설 등 주요 전방 사업 수요 회복 지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유럽, 인도, 터키 등 중국 이외 지역으로 수출 다변화와 고정 거래선 판매 가격인상 등을 통해 위기에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풍산의 신동 사업 실적은 경기변동에 따른 구리제품 수요와 원재료인 전기동 가격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판매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전기동 가격에 가공마진을 더해 결정되기 때문에 제품 수주부터 납품까지 시차가 큰 구조로 인해 전기동 가격 변화에 따른 수익성 변동 폭이 큰 편이다.
풍산은 지난해 방산 부문에서 가파른 탄약 수출 성과에 힘입어 매출과 이익 성장세가 가팔랐으나, 올해는 수출 비중 감소, 수주 감소 등으로 이익성장률이 다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풍산은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5444억 원, 영업이익 3238억 원을 거뒀다. 2023년보다 10.4%, 41.6% 각각 증가한 수치다.
류 회장은 풍산그룹 창업주 류찬우 회장의 아들로 1958년생이다.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96년 풍산 대표이사 사장에, 2000년 회장에 올랐다.
그는 2023년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국경제인연합회) 출범 후 초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미국 정재계 인사와 네트워크가 두터워 재계의 대표적 ‘미국 전문가’로 꼽힌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