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2.0 재계 희비] KT 트럼프 AI 패권 강화 유탄 맞나, 김영섭 MS와 AI 협력 '조마조마'
조승리 기자 csr@businesspost.co.kr2025-02-13 16: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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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전면에 내건 직후부터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 탈세계화가 임기 초반부터 핵심 정책으로 자리잡으며 글로벌 경제와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가 우려했던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충격파'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한국 주요 기업과 경영자들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 질서에 신속히 적응하기 위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에게 미국의 강화된 무역 장벽은 가장 큰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각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들이 어떤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이를 성장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조명한다.
▲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와 2024년 9월27일 미국 워싱턴주 MS 본사에서 AI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 KT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 등장으로 AI 분야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패권 경쟁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AI 기술에 대한 더 강력한 통제에 나설 경우,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기술 협력을 통해 추진하는 대형 AI 사업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통신업계 안팎에 따르면 김 사장은 오는 3월2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는 ‘MS AI 투어 인 서울’ 행사에 참석하는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AI 협력 사업에 대한 구체적 협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행사는 MS가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자사 AI 신기술과 관련 시장 동향을 소개하는 자리다.
업계는 KT가 지난해부터 MS와 2조4천억 원 규모의 AI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어, 이번 회동에서 향후 사업 협력 상황을 점검하고 협력 확대를 위한 추가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KT는 챗GPT 개발사인 미국 오픈AI 대화형 AI 모델과 MS가 개발한 생성형 AI 언어모델(LLM)을 활용해 한국 문화와 산업에 최적화한 AI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MS의 애저 클라우드를 활용해 공공 클라우드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고, MS 리서치센터와 함께 AI 신기술 공동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이날 열린 지난해 4분기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기업 30곳을 선정해 AI 서비스를 시범 제공하는 방안을 MS에 제안하고 있다"며 MS와 협업 확대를 시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AI 분야에서도 자국 우선주의를 관철하기 위해 AI 기술 안보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정책 변수에 따라 KT와 MS의 AI 혈맹에 일정 부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전 바이든 정부 때부터 미국은 AI 기술을 국가전략자산으로 지정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전인 올해 1월13일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첨단 AI 칩과 AI 모델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 개정안을 발표했는데, AI 칩을 활용해 훈련된 첨단 AI 모델을 수출통제 대상 기술에 추가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AI 분야에서 미국이 선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전략자산화하는 국가안보각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같은 기조는 최근 중국 딥시크 등장으로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달 저비용 고성능 딥시크 AI 모델이 등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AI 칩 수출통제 방안을 논의하며 경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AI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는 지난 10~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차 인공지능(AI) 행동 정상회의에서도 나타났다.
미국 대표로 회의에 참석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1일 폐막 연설에서 “미국 AI와 칩 기술 도난과 오용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 행정부의 인공지능(AI) 기술 통제가 현실화된다면 KT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 협력 사업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업계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AI 기술의 미국 패권을 위해 해외 AI 기술의 이전에 대한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지난 1월 발간한 ‘미국의 AI 안전·신뢰성 정책 추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2.0 시대에는 수출 통제, 국가 안보 관련된 기술관리 강화를 통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는 정책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산하 인공지능안전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고 있는 김명주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부 교수도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와 자국 산업 육성 차원에서 AI를 전략 자산화하기 위해 강력한 규제 정책을 도입해 AI 기술의 해외 반출을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직 미국이 AI와 관련한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단계”라며 “새로운 정책이 나온다면 그것에 맞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