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회장은 은행장과 관료 출신인 다른 금융지주 회장과 다르게 회장 취임 전 그룹 전체의 디지털·IT부문을 이끈 경험도 있다.
당시 양 회장은 다수의 핀테크업체와 협력을 확대했다. KB금융이 싱가포르에 ‘KB글로벌핀테크랩’을 열고 KB국민은해의 ‘KB테크포럼’을 전 계열사 임직원 참여 행사로 확대한 것도 양 회장이 디지털·IT부문을 이끌 때 일이다.
금융권의 비대면 영업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플랫폼 등 디지털 경쟁력은 금융지주의 핵심 경쟁력으로 여겨진다.
4대 금융뿐 아니라 모든 금융사가 디지털 역량 강화에 힘을 주는 만큼 금융사의 디지털 경쟁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4대 금융만 봐도 신한금융이 2023년 말 계열사 기능을 통합한 슈퍼앱 ‘신한SOL’을 출시해 이용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고 우리금융도 지난해 말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등 계열사 핵심 서비스를 통합한 새로운 우리WON뱅킹 앱을 출시했다.
양 회장은 올해 조직개편과 외부인사 영입 등을 통해 디지털 분야에서 앞선 경쟁력을 유지할 계획을 세웠다.
▲ KB금융은 매년 KB테크 포럼을 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제6회 KB테크포럼’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양 회장 모습. < KB금융 >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디지털플랫폼, AI, 데이터 전 영역의 콘트롤타워인 ‘디지털혁신부’를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디지털혁신부는 그룹 전체의 디지털의 전략을 수립하고 계열사 간 유기적 협업을 지원한다.
차별화한 AI 역량을 확보하고 생성형AI를 사업에 본격적으로 접목하기 위해 금융AI센터를 1센터와 2센터로 나누기도 했다. 1센터장에 LG AI선임연구원 출신인 김병집 상무, 2센터장에 NC소프트 출신인 이경종 상무 등 실무경험과 개발역량을 갖춘 외부인사도 영입해 힘을 실었다.
양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양 회장은 “지난 12월 조직의 효율을 위해 DT(디지털전환)조직과 AI조직을 통합했다”며 “변화된 환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을 효율화한 만큼 업계 표준으로서 ‘혁신’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플랫폼업체와 협업 확대도 당부했다.
양 회장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은 더 이상 우리의 경쟁자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라며 “우리만의 상품, 서비스로 경쟁하기보다 다른 기업의 플랫폼, 서비스와 결합할 때 파급력과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고 성과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