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2-13 16: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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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HK이노엔이 자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케이캡’ 성장에 힘입어 내년에는 매출 1조 클럽 가입을 바라보고 있다.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경쟁 심화에 따른 우려의 눈초리는 여전하지만 지난해 케이캡 매출 확대와 함께 공동판매사 변경에 따른 수익성까지 챙기면서 곽달원 HK이노엔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다.
▲ 곽달원 HK이노엔 대표이사 사장이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케이캡 처방 확대와 판매수수료 인하 효과로 올해 매출 1조 원을 정조준한다. < HK이노엔>
올해 미국 진출이라는 큰 산을 넘는다면 케이캡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HK이노엔이 발표한 잠정실적자료에 따르면 영업이익률이 2023년 7.9%에서 2024년 9.8%까지 올랐다. HK이노엔은 지난해 개별기준으로 매출 8971억 원, 영업이익이 882억 원을 냈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8.2%, 영업이익은 33.8% 늘어났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 처방 실적이 지난해와 비교해 많이 올랐고 케이캡 판매 구조 변경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실적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케이캡은 2019년 출시된 이후 빠르게 처방을 확대했지만 2023년까지 과도한 공동판매수수료를 지급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HK이노엔은 2024년부터 케이캡 공동판매사를 기존 종근당에서 보령으로 바꾸면서 판매수수료율을 낮췄다. 업계에서는 케이캡 판매 수수료가 기존 20%대 후반에서 9~10%로 변경됐다고 추정한다.
보령과의 계약은 단순 수수료율 인하가 아니라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맞교환’을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을, 순환기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보령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와 맞바꿔 판매하는 구조다.
두 회사가 케이캡과 카나브 영업은 같이 하지만 케이캡 국내 유통은 보령이, 카나브 국내 유통은 HK이노엔이 맡고 그에 대한 수수료를 각 회사가 수취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기존 종근당과의 계약처럼 하나의 제품을 2개 회사가 공동판매 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두 개의 회사가 각자의 제품을 맞교환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이로 인해 수익성 개선이 더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는 종근당에 프로모션 비용으로 판매수수료를 지불해야 했지만 이제 카나브 판매수수료는 HK이노엔이 수취하기에 상쇄효과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 설명
이 같은 수수료 절감 효과도 매출 확대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부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케이캡 이후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나 제일약품의 ‘자큐보’ 등 같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경쟁 심화 우려가 컸다.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자료 종합하면 후발주자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P-CAB제제들은 자체 점유율을 늘리면서 동반성장하고 있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P-CAB 계열 내 경쟁보다는 1세대 H2 수용체 길항제(H2RA), 2세대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 등 이전 세대 의약품들을 대체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P-CAB제제는 PPI제제보다 위산 분비 억제 효과가 빠르고, 타 약물과의 상호 작용이 적어 병용 투여가 용이하다. 또한,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으며, 약효 지속 시간이 길어 야간 위산 분비 조절에도 효과적인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P-CAB제제 성장은 구체적인 처방 실적으로 보면 더욱 더 잘 드러난다. 케이캡은 지난해 국내 처방의약품 가운데 한미약품의 이상지질혈증치료제 ‘로수젯’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지난해 주요 처방 실적은 케이캡이 1969억 원, 대웅제약의 펙수클루가 788억 원, 제일약품의 자큐보(지난해 10월 발매)가 87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대비 케이캡은 24.4%, 펙수클루는 47.3% 증가했다. 제일약품은 자큐보 올해와 내년 처방실적은 각각 308억 원, 556억 원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P-CAB제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3년에는 17.2%에서 지난해 20%대 초반에 안착했다. 아직 50%가 넘는 PPI 제제 점유율을 추가로 잠식할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케이캡 국내 처방실적은 △2019년 304억 원 △2020년 771억 원 △2021년 1107억 원 △2022년 1321억 원 △2023년 1582억 원 △2024년 1969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케이캡 매출 성장률은 2022년 19.3%, 2023년 19.7%, 2024년 24.4%으로 해마다 상승하며 경쟁 심화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제 케이캡의 다음 과제는 미국 시장이다. HK이노엔은 지난해 판매 수수료율 조정으로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데 이어, 올해는 미국 진출을 통해 한 단계 도약을 노린다. 증권가에서는 HK이노엔의 미국 진출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케이캡 임상 3상 데이터는 2025년 가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됨. 하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청 후 2026년부터 본격적인 상업화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국 소화기 학회(AGA)에서 2024년 말 가격과 장기 안전성 데이터 부재 등으로 P-CAB제제를 1차 치료로 권고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제시하면서 케이캡 미국 진출에 대한 걱정어린 시선이 나오기도 했지만 HK이노엔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과제로 보고 있다.
HK이노엔은 이에 “P-CAB제제는 일본과 한국에서도 초기에는 1차 치료제로 권고되지 않았고 PPI제제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와 안전성 데이터 확보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빠르고 오래가고 안전하다는 점을 인정받아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며 “미국에서도 임상결과 누적과 처방약 급여 관리회사(PBM) 등재 확대로 환자 실질부담 비용 감소시켜 빠르게 PPI 제제를 대체해 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