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에코플랜트가 사업포트폴리오의 선택과 집중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낸다.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부회장은 2조 원 가량을 들여 인수한 환경 부문 자회사 매각을 추진하며 반도체 가치사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 기업공개(IPO) 채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부회장이 선택과 집중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붙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리뉴어스와 리뉴원 등 자회사 두 곳의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리뉴어스는 국내 최대 수처리기업으로 2020년 11월 SK에코플랜트가 1조500억 원에 인수했다. 리뉴원은 2021년부터 2022년 사이 SK에코플랜트가 폐기물 소각 및 매립 자회사 8곳을 8256억 원을 들여 인수해 합병한 곳이다.
이와 관련해 SK에코플랜트는 사모펀드 등에서 제안이 들어왔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SK에코플랜트가 그동안 환경사업으로 시야를 넓히며 재무적 부담을 안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SK건설은 2021년 이름을 SK에코플랜트로 바꾸며 2023년까지 3조 원을 들여 친환경 신사업 개발과 기술혁신기업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SK에코플랜트는 외형성장을 거듭했고 총자산은 지난해 9월말 기준 15조5346억 원으로 2021년 말(7조7555억 원)의 두 배 수준까지 늘어났다.
다만 차입금은 늘고 현금흐름은 나빠졌다. 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순차입금은 2020년 1조1271억 원에서 지난해 9월말 5조1473억 원까지 뛰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2020년만 해도 3.6배였지만 2021년 이후 9배를 넘어섰고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는 10.9배를 기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주력사업인 건설 부문의 현금창출력이 축소되고 있다”며 “현재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자본확충 및 자산 매각 등을 통한 현금 유입으로 실제 차입금 감축이 뒤따라야 한다”고 바라봤다.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부회장으로서는 기업공개(IPO)를 위해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구조 개편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SK에코플랜트는 그룹성장 전략에 따라 IPO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2022년 투자자들에 2026년 7월까지 IPO를 마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는 밑그림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장 부회장은 이같은 상황에서 SK에코플랜트가 2023년말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각자대표에 올랐다. SK에코플랜트는 당시 성공적 IPO 추진을 목표로 사업성장과 재무 안정성을 동시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PO에서는 시장분위기뿐 아니라 기업의 성장성 등도 높아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SK에코플랜트 관점에서는 안정성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맞춘 사업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
장 부회장은 폐배터리 재활용과 함께 반도체 가치사슬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SK그룹 핵심계열사인 SK온과 SK하이닉스와 연계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해 SK에코플랜트의 장기적 성장 기반을 다진다는 것이다.
▲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순환경제를 목표로 자회사 SK테스와 에센코어, SK에어플러스 사이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 SK에코플랜트 > |
최근에는 SK에코플랜트의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자회사 SK테스가 BMW와 폐배터리 재활용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해 성장성을 둔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모듈기업 에센코어와 산업용가스 기업 SK에어플러스가 SK에코플랜트 계열사로 편입됐다.
시장에서는 특히 SK에코플랜트의 반도체 사업과 관련해 긍정적 평가가 많다.
나이스신용평가는 6일 보고서에서 “추가 반도체 사업을 통해 수익성 보완이 예상된다”며 “에센코어는 업황 등락에도 해마다 8천억 원을 넘기는 매출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SK에어플러스는 외형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탄탄한 이익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사업뿐 아니라 SK에코플랜트 전반을 향한 기대감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0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500억 원 모집에 9880억 원을 모집하며 흥행몰이를 거뒀다.
통상 새해 초에 채권시장이 훈풍을 받는다는 ‘연초효과’가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건설채 투자심리가 악화됐고 탄핵 정국 상황에서 주택정책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장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재무 안정성 확보와 변동성 최소화, 위험 관리 등을 통해 대외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건전한 재무구조를 완성해 안정적 사업구조를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닦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