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2-13 14:53:57
확대축소
공유하기
▲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 등을 운영하는 롯데GRS가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차우철 롯데GRS 대표이사(사진)가 2023월 3월31일 롯데리아 유튜브 채널 '버거가게'에 출연해 구독자 10만 기념 실버버튼 언박싱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더 이상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로만 설명할 수 없다. 롯데GRS 얘기다.
롯데그룹 식품 계열사의 큰 형님이라고 할 수 있는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덩치로 막내뻘에 해당하는 롯데GRS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차우철 롯데GRS 대표이사가 추진한 체질 개선이 드디어 성과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차우철 대표는 회사의 실적을 지탱하고 있는 기존 브랜드뿐만 아니라 디저트와 함박스테이크, 일본라멘, 샌드위치 등으로 롯데GRS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13일 롯데그룹 주요 식품 계열사를 살펴보면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부진한 수익성을 보인 가운데 롯데GRS의 선전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23년과 비교해 각각 11.3%, 12.8% 줄어들었다. 롯데웰푸드의 영업이익 감소 폭은 매출 감소 폭보다 컸으며 롯데칠성음료는 외형 성장에도 영업이익이 줄었다.
두 회사 모두 연매출 ‘4조 클럽’ 회사라는 점에서 수익성 방어에 실패한 것은 뼈아픈 지점이다. 원재료 가격 급등과 소비 심리 악화라는 이중고가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롯데GRS는 사정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롯데GRS의 2024년 연간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3분기 흐름을 살펴보면 고무적인 성과를 냈을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GRS는 2024년 1~3분기에 누적 영업이익 360억 원을 기록했다. 분기마다 평균 영업이익 120억 원을 기록한 셈인데 지난해 4분기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졌다고 가정하면 영업이익 400억 원대 안착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롯데GRS가 영업이익 400억 원대를 달성하게 되면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1999년 이후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달성한 셈이다.
차 대표 입장에서 롯데GRS의 성과는 매우 반가운 일일 수밖에 없다. 그는 롯데GRS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던 2020년 말 회사 수장에 올랐다. 취임 당시만 해도 롯데GRS는 연결기준 영업손실 150억 원을 기록했고 이듬해인 2021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해 영업손실 258억 원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상황이 반전하기 시작했다. 2022년 영업이익 17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한 뒤 2023년에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영업이익 200억 원대를 회복했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가 부진한 가운데 롯데그룹 주요 식품 계열사의 막내나 다름없는 롯데GRS가 그나마 전체 수익성 방어에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평가이다.
차 대표가 두 차례나 롯데GRS 대표 임기를 연장했을뿐만 아니라 직급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높아진 것은 이런 성과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뢰가 크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차 대표가 롯데GRS의 실적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브랜드 강화가 가장 먼저 꼽힌다. 그는 회사를 이끌면서 노후화한 기존 매장을 재단장해 현대화하는데 유독 많이 공을 들였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매장 재단장을 했다는 소식이 자주 올라왔다.
▲ 롯데GRS는 최근 수 년 사이 새 브랜드를 여럿 출시하고 있다. 사진은 1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에 문을 연 함박스테이크 브랜드 ‘두투머스함박’ 매장 외관. <롯데GRS>
롯데GRS 관계자는 “회사는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 등 주요 브랜드를 놓고 점포별 매출 확대와 브랜드 강화에 집중했다”며 “컨세션 사업도 지속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세션 사업이란 공항이나 병원, 지하철역사 등 다중이용시설에 여러 식음료 매장을 내고 운영 및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차 대표는 롯데GRS의 외식 프랜차이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GRS의 매출 70~80%는 롯데리아에서 나온다. 나머지 매출은 엔제리너스와 크리스피크림도넛, 컨세션 사업 등에서 나오는데 이들의 매출 비중은 비슷하다.
롯데리아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목표로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차 대표는 실제로 새 브랜드를 선보이는데 진심을 보이고 있다. 1월에는 함박스테이크 전문 브랜드인 ‘두투머스함박’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에 선보였고, 지난해 2월에는 샌드위치 브랜드 ‘파머스박스’와 초콜릿 전문 카페 ‘쇼콜라팔레트’를 연달아 열었다.
2023년에는 인천국제공항에 일본식 라멘 브랜드인 ‘무쿄쿠’를 내놓기도 했는데 최근 2년 사이에 문을 연 새 브랜드만 해도 최소 5개가 넘는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운영하는 컨세션 매장 ‘플레이팅’에는 효자곰탕 등 롯데GRS의 새 브랜드가 여럿 들어가 있다.
차 대표는 사업 확대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롯데GRS는 현재 두투머스함박과 무쿄쿠, 컨세션사업 브랜드인 플레이팅에 등에서 일할 직원을 두 자릿수 규모로 채용하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