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올해 미국 빅테크 자체 AI칩용 HBM 싹쓸이하나, 전체 HBM의 20% 이상 수요 전망
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5-02-10 12:27:22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는 가운데, 구글과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제작하는 인공지능(AI) 주문형반도체(ASIC)가 삼성전자의 새로운 HBM 공급처로 떠오르고 있다.
ASIC 형태의 AI 반도체는 엔비디아의 AI칩인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뛰어나 차세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 삼성전자가 올해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주문형반도체(ASIC)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구글의 주문형반도체(ASIC) AI 칩 소개 이미지. <구글 유튜브 갈무리>
SK하이닉스가 올해 생산하는 HBM 물량은 이미 지난해 엔비디아 등에 공급하기로 해, ASIC AI 반도체용 HBM을 공급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가 올해 전체 HBM의 20% 이상을 차지할 ASIC용 HBM의 상당 부분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자제 제작 ASIC AI반도체용 HBM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총 HBM 수요는 24억2600만 기가바이트(GB)로 예상되며, 이 가운데 ASIC AI반도체용 HBM 수요는 4억9500만 GB로 전체의 20.41%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엔비디아 AI 반도체용 HBM 수요는 11억 GB로 전체의 45.4%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됐다.
ASIC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미국 브로드컴은 최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ASIC AI칩 시장이 2027년 최대 900억 달러(약 12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200억 달러(약 29조 원) 수준에서 3년 만에 4.5배 더 커지는 것이다.
ASIC AI 반도체는 AI 학습과 추론 등 특정 기능에 집중한 설계에 따라 엔비디아의 AI GPU보다 가격과 전력소모, 투자비용이 낮다. 모건스탠리 조사에 따르면 구글의 ASIC AI 가속기 ‘TPUv6’는 AI 학습과 추론에서 엔비디아의 ‘B200’보다 가성비가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비싼 엔비디아 AI GPU를 대체하기 위해 브로드컴 등과 손잡고 ASIC AI 반도체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같은 ASIC AI 반도체는 오는 2027년까지 100만 개가 넘는 양이 AI 데이터센터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 주문형반도체(ASIC) 형태의 AI 반도체와 HBM 수요 전망. <모건스탠리>
ASIC AI 반도체용 HBM은 상당 부분은 삼성전자가 공급할 것이란 관측이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구글의 ‘TPUv6’을 비롯해 AWS의 ‘트레이니움2’, ‘트레이니움2.5’, ‘트레이니움3’, 테슬라의 ‘도조’, MS의 ‘마이아200’와 ‘마이아200 인핸스먼트’ 등 자체 제작 ASIC AI 반도체용으로 HBM을 공급한다.
구글의 TPUv6와 AWS의 트레이니움3에 탑재되는 HBM3E 8단과 12단 제품은 SK하이닉스도 일부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머지 제품에는 삼성전자의 HBM이 탑재될 것으로 모건스탠리는 관측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삼성전자 HBM을 가장 많이 찾는 가장 이유는 SK하이닉스가 이미 올해 HBM 물량의 대부분을 선주문 형태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5월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4년 HBM 제품은 이미 솔드아웃(완판)이고, 내년(2025년) 물량까지 대부분 솔드아웃 상태”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HBM 공급량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린 삼성전자가 ASIC HBM 공급량을 늘리며,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을 일정 부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의 HBM3 '아이스볼트' 제품 소개 이미지. <삼성전자>
또 삼성전자는 올해 엔비디아 HBM 공급 물량을 크게 늘릴 수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엔비디아로부터 HBM3E 8단 제품 인증을 받고 오는 1분기 말부터 공급에 들어간다. 회사는 또 올해 엔비디아의 HBM3E 12단과 HBM4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AMD, 빅테크 기업의 ASIC AI칩을 중심으로 올해 2분기부터 HBM3E 12단 제품 공급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1월31일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HBM3E 개선 제품은 올 1분기 말부터 양산해 공급하고, 2분기부터 공급 증가가 이뤄질 것”이라며 “2분기 이후에는 HBM3E 8단에서 12단으로 빠르게 (양산이)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