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프로팀은 스포츠 마케팅으로 수익을 내기 보다는 후원 기업이나 구단에서 돈을 받아서 팀을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Freepik > |
[비즈니스포스트] 야구, 축구, 농구 등 프로팀을 운영하는 구단에게 우승은 지상 최대의 과제다. 힘겨운 페넌트레이스를 지나 우승의 헹가래만큼 달콤함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특히 수백, 수천억 원을 들여 프로팀을 후원하는 구단에게 우승은 절실하고, 짜릿하다.
그럼, 우승하지 못한 팀은? 시쳇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팬들의 환호와 우승 보너스를 챙기는 팀을 부러워하는 맘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다음을 기약하고, 이 악물고 맹연습에 들어간다. 물론 이듬해 우승한다는 보장은 없다.
프로팀 우승은 돈과 밀접한 상관이 있다.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우승 문턱을 넘을 수 없다.
그래서 프로팀 운영은 ‘돈 빨아먹는 하마’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우리나라 프로팀은 대부분 기업에게서 운영비를 받는다. 기업의 지원없이 순수하게 시민구단으로 운영하는 팀을 본 적이 없다.
그럼, 기업은 왜 프로팀에 어마어마한 돈을 지원할까? 물론 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스포츠 공헌, 마케팅을 위해서다. 하지만, 팀을 창단하고 인수하는 것은 오롯이 대주주 오너의 홀로 판단이다. 오너가 없는, 사모펀드가 주인인 회사는 프로팀을 운영하지 않는다.
기업이 돈을 잘 벌고, 수익이 많이 날 경우에는 프로팀을 운영하거나, 오너가 구단주 놀이를 해도 볼멘소리가 없다.
그렇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프로팀을 갖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비난의 대상이 된다. 지난해 게임업계의 업황이 좋지 않아 주가가 내리막을 치댔을 때에, 엔씨소프트의 주주들은 판교에서 트럭시위를 했다. 프로야구팀에 들어가는 돈을 게임 개발에 쓰라는 주장이었다.
그럼, 실제로 프로팀을 운영하면 얼마나 돈이 들어갈까?
예를 들어 정관장 남자농구단을 운영하는 KGC인삼공사의 경우에는 연간 운영비로 90∼100억 원가량 들어간다. 샐러리캡(연봉상한선)을 적용했다고 하지만 고액의 선수 연봉,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의 연봉에 사무국 직원들의 인건비, 여기에 홍보 마케팅비 등을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여기에 우승이라도 하면 선수와 코치진에게 우승 보너스를 따로 챙겨줘야 한다. 보통 5억 원을 상회한다. 물론 정규시즌에서의 게임당 우승 수당도 있다.
우승을 하면 기념 세레모니로 종합지와 스포츠지 지면에 우승 전면광고를 싣는다. 대략 7억 원 정도가 나간다.
또한 다음해에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KBL(한국농구연맹)에 대략 20억 원정도를 낸다. 관행으로 내려오는 것인데,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KB국민카드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때를 빼고는 불문율처럼 지켜지고 있다.
우승을 하고 타이틀 스폰서를 맡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면’ KBL로서도 어쩔 수 없다. 실제로 몇 년 전에 우승한 DB의 경우, 맡지 않겠다고 우겨 어쩔 수 없이 당시 총재사인 KCC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우승한 팀이 그 다음 해에 하위권으로 처지면 안 되므로 우승에 기여한 고액 선수를 잡거나, FA로 나온 타 팀의 A급 선수를 영입하는 비용은 별개다. 이처럼 비용이 눈덩어리처럼 불어나니 기업에서는 “차라리 우리 팀이 우승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러면 들어오는 수익은 얼마나 될까? 지난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 KCC는 정규리그 3위 해당하는 상금 3천 만원과 챔피언 결정전 우승상금 1억 원을 받았다. KBL는 타이틀 스폰서료, 중계료, 프로젝트 광고와 운영비를 제외하고 구단에 나눠주는데, 5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경기장 내의 광고는 어떻까?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기업에서 전 구단 경기장의 코드 4면과 A보드 광고를 갖고 간다. 전년도 우승하지 않는 팀이 홈경기를 치려도 시쳇말로 ‘팔’ 광고판이 없다. 코드 4면을 제외한 펜스에 사용된 광고는 현물광고다. 예를 들어 피자 회사 광고가 코트 뒷면에 있다고 하면 피자를 20여 판 정도 이벤트성으로 제공한다.
결국 수익은 입장수익뿐인 셈이다. 한 시즌을 치르면 입장수익은 대략 7∼8억 원 정도. 플레이오프라도 가야 입장수익이 뛰지, 6강에도 못 들어가면 오롯이 기업에서 부담을 안아야 한다.
100억 원 비용 지출에 수익은 대략 12억 원 정도이니, 12% 정도가 수익으로 잡힌다. 프로농구단을 운영하는 한 기업체 임원은 “스포츠단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지만, 오너의 결정이라 어쩔 수 없다”며 “몇 년 전 농구 코드를 떠난 오리온을 보고 정말 운이 좋았고, 잘 빠져나갔다”고 부러워했다.
프로팀은 운영하는 기업이 팀을 해산이라고 하려면 난리가 난다. 팬들의 분노와 협회(협회장은 거의 정치권 낙하산이거나 기업 오너가 많다)의 압력에 꼼짝달싹 못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종의 기부라고 생각하고 끌고 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투자자나 주주들의 목소리는 없다.
▲ 2022년 8월 25일 데이원스포츠가 고양 오리온스를 인수해 프로농구단 ‘고양 캐롯 점퍼스’를 창단했지만, 한 해를 넘기지 못해 불명예를 남겼다. < KBL > |
◆ 스포츠 마케팅을 제대로 하는 구조가 선행되어야
스포츠 마케팅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기업의 호주머니만 천수답처럼 보고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 실적이 괜찮으면 ‘빚좋은 개살구’라도 생색이 난다. 실적이 안 좋고, 부채에 허덕이는데도 프로팀을 운영하라고 기업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자생력으로 생존하는 프로스포츠가 자리 잡으려면 스포츠에도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일본의 프로야구 센트럴리그에는 ‘히로시마 도요 카프’라는 팀이 있다. 히로시마라는 곳이 꽤 큰 기업이 없는 지역이라 기업 후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대도시가 아니라, 관중 동원에도 불리함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카프는 현재까지도 유일무이한 일본프로야구 시민 구단이다. 예나 지금이나 자금력도 부족해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잡지 못해, 요미우리나 한신 등 다른 구단으로 이적했다. 팀 성적이 안 좋으니, 우승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한신과 요미우리, 소프트뱅크, 요코하마에 이어 전국 관중동원에서 5위를 기록한다. 이들은 어떻게 마케팅을 했기에 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아도 재생력을 갖게 될 것일까.
카프는 성공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후원금과 ‘카프죠시’(カープ女子)로 불리는 팬의 지지가 있었다. 당초 카프를 지지하는 사람은 다른 구단들처럼 50∼60대 아저씨들이었다. 당시 구단 관계자들은 젊은 층을 끌어들어야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야구에 별 관심이 없던 여성층을 집중공략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벌었다. 열차를 전세내고, 야구 관람 투어를 기획하고, 여성들이 좋아하는 붉은색으로 팀 컬러를 바꿨다.
그리고 이는 일본의 사회적 이슈가 됐다. 카프죠시는 카프 팀의 성적과 상관없이 자신이 사는 곳에 카프 경기가 열리면 만사를 제쳐두고 경기장을 찾는다. 선수들의 이름이 적힌 티를 구입하고, 구단 응원봉을 사는데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카프 상품 수입의 연간 매상은 공표되고 있지 않지만, 200억 원이나 3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 모든 프로팀은 기업의 지원 없이는 생존하기 힘들다. 실제로 2023년 ‘데이원 사태’라는 프로농구 역사상 최악의 오점이 있었다.
데이원자산운용은 2022년 고양 오리온 구단을 인수해 캐롯 점퍼스를 재창단했지만, 돈이 없어 선수단과 구단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이 체불됐다. 후에 대명그룹이 팀을 인수됐을 때에 가장 먼저 내세운 공약이 13만 원짜리 호텔 뷔페였다.
국내 프로팀이 스포츠 마케팅이 있는가 묻고 싶다. 팬의 사랑(心)을 어떻게 팀 수익으로 환치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 선수 등번호 티나 기념품으로 파는 것으로 운영비를 상쇄할 수 없다. 기업이 스포츠를 후원하는 것이 당연한 명제처럼 여길 것이 아니다.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치는데 팀 운영비를 쏟아 붓고 있으면 그 기업의 주주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받아야 할 배당금이 저쪽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갖는다. 자생력을 고민하고, 지금 스포츠 마케팅을 잘 하고 있는 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장원수 유통&4차산업부 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