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5-01-13 1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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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증시가 연초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정책 부진 등으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연말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증권가에선 국내증시의 상대적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지만 미국증시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증시가 힘을 잃으며 거품이 빠지면 연초 국내증시 회복을 이끌었던 외국인 자금이 다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 국내증시의 상대적 우위가 당분간 지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금융투자협회 앞 황소상.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3.02% 오르며 전세계 주요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2위인 프랑스(2.04%)도 여유롭게 따돌렸다. 그 뒤를 독일(1.55%), 멕시코(1.31%), 스페인(0.59%), 호주(0.53%), 대만(0.45%), 일본(0.30%) , 영국(0.30%), 브라질(0.27%) 등이 이었다.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종합(-1.34%), 미국 S&P500(-1.94%), 인도 NIFTY50(-2.39%), 홍콩항셍(-3.52%) 등은 지수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를 크게 앞섰던 미국, 인도, 일본, 중국 증시보다 연초 크게 오르며 코스피가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은 부진한 국내증시에 대한 반감으로 대거 미국증시로 이탈해갔다. 또한 지난주 발표된 삼성전자의 4분기 잠정실적도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밑돌면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국내증시는 예상 외의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저가 매력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업황과 강한 상관성을 보이는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강세를 보였으며 2025 소비자가전박람회(CES)를 거치면서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국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저점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주가에 악재가 대부분 반영되면서 더 내려갈 구석이 없다는 기대감에 반등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다른 국가들의 증시가 더 치고 나갈 명분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증시는 저렴한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중이다”고 바라봤다.
증권가에선 글로벌 자금의 분산투자 수요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증시는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자국 우선주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강세를 보였다.
그런데 물가, 고용 등 최근 발표된 미국 경기지표들이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을 가리키면서 지난 주 미국국채 금리는 크게 뛰었다.
높아진 국채금리는 증시에 부담이 되는 만큼 지금과 같은 미국증시 강세 흐름이 지속될 수는 없다는 이른바 ‘버블’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글로벌 자금이 투자처 다변화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마침 반도체업황 반등 신호 등에 따라 국내증시가 주목을 받았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국내증시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증시 버블에 대한 우려와 국내증시의 저가 매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쏠림 현상에 따른 과열로 미국증시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외국인이 재차 코스피를 순매도해 지수가 하락할 우려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투자 관점에서는 쏠림을 피할 필요가 있다”며 “연초 국내증시 강세는 글로벌 자금의 자산 재분배 과정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이날 종가 기준 국내증시의 외국인 지분율은 32.43%로 최근 1년 내 최고치인 지난해 7월 초의 36%대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 수급이 들어올 빈 자리가 여전히 남았다는 것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연초 이후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7월 초까지 29조 원을 순매수했으나 연말까지 29조 원을 순매도해 한국 주식시장 비중이 낮아진 상황이다”며 “외국인들이 비워놨던 업종을 올해 연초 이후 조금씩 채우는 모습이 관찰되므로 최근 지분율이 높아지는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외국인 비중이 회복되는 업종으로 에너지, 반도체, 철강, 미디어/엔터, 은행, 증권 등을 꼽고 있으며 저가매력이 강한 업종으론 반도체, 2차전지, 소프트웨어, 건강관리 등을 주목하고 있다.
▲ 미국증시의 주가가 적정 수준으로 하락하면 국내증시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미국증시 버블이 터져 주가가 크게 내리기 시작하면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다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역설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증시의 고평가 부담이 국내증시 강세의 원인 중 하나인 만큼 미국증시가 가격 부담을 덜면 국내증시의 상대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다운 연구원은 “미국의 이익 기대치가 상승하거나 주가가 일부 하락하면서 가치 수준이 낮아지면 재차 미국증시의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의 상대적인 경기모멘텀 우위는 여전히 지속될 수 있다”며 “기업이익의 성장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증시의 회복탄력성은 여전히 높다”고 덧붙였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