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프 베이조스(맨 오른쪽) 블루오리진 설립자가 2017년 12월 미국 텍사스 반 호른에서 궤도 시험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뉴 셰퍼드(NS-7) 캡슐을 살펴보고 있다. <블루오리진> |
[비즈니스포스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설립자가 프라임비디오와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자신의 미디어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우호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베이조스가 자신의 미디어를 활용해 트럼프 당선인의 환심을 사 아마존 데이터센터와 블루오리진의 우주사업에서 미국 정부 수주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일각에서는 베이조스가 일론 머스크의 행보를 벤치마킹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자신이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아마존을 통해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다큐멘터리를 올해 연말 방영할 것으로 보인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아마존의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인 프라임비디오에서 선보인다. 아마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스트리밍 하고 극장에도 출시하기 위해 독점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제프 베이조스가 인수한 진보성향의 유력신문 워싱턴포스트 또한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과 대선에서 맞붙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사설을 준비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베이조스가 도널드 트럼프 후보 승리 가능성에 대비해 몸을 사렸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최근에는 워싱턴포스트 소속 만평가가 제프 베이조스와 도널드 트럼프를 비판하는 성격의 콘텐츠 게재가 거부당하자 퇴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프 베이조스가 자신이 소유한 미디어에 트럼프 당선인에 우호적 성향을 입히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일론 머스크가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서 트럼프를 지지하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 비판에 열을 올렸던 행보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일론 머스크는 이러한 정치적 도박에 성공해 테슬라 주가 부양 및 차기 정부 요직에 발탁되는 등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는데 제프 베이조스도 이를 벤치마킹하는 모양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와 우호적 관계에 힘입어 제프 베이조스와 자산 차이를 2370억 달러(약 344조 원)로 벌렸다“고 분석했다.
제프 베이조스와 일론 머스크는 세계 최고 부호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물론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 사이 우주산업에서 경쟁 구도도 형성하고 있다.
우주 사업이 국가 안보와 연결되는 측면이 있어 정부 수주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베이조스도 트럼프 당선인과 관계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오른쪽)가 2024년 12월31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새해 전야제 행사에 언론과 인터뷰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블루오리진은 조만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재사용 발사체 ‘뉴글렌’ 첫 발사를 앞두고 있다.
뉴글렌의 첫 비행이 우주사업 시장에 주목을 끄는 이유는 스페이스X의 독주를 깰 가능성을 열 수도 있어서다.
스페이스X는 아직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갖추지 못한 경쟁자들과 비교해 발사 비용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차지하며 전 세계 민간 발사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및 항공우주국(NASA) 또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업 수주를 스페이스X에 다수 몰아주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제프 베이조스가 미국 차기 정부에서 우주산업 수주를 노리고 미디어를 활용해 트럼프에 우호적 메시지를 보낸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에서도 미국 정부 수주는 중요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마존은 미국 국방부와 맺었던 100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을 트럼프 1기 정부에서 해지당했다.
당시 트럼프가 자신에게 비판 논조를 보이는 언론 워싱턴포스트를 베이조스가 인수해 이를 문제 삼아 계약을 해지했다는 후문이 돌았다.
그 뒤 제프 베이조스와 아마존이 후원한 선거 자금도 트럼프와 공화당으로 쏠렸다.
비영리단체 유나이티드포리스펙트에 따르면 2024년 11월 대선에 아마존과 제프 베이조스가 지원한 선거 자금 1700만 달러 가운데 3분의 2가 공화당 몫이었다.
아마존과 베이조스는 그동안 민주당 후원 비율이 더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선거에서 지지 정당을 갈아탄 것이다.
이로 인해 제프 베이조스가 아마존과 블루오리진 사업 수혜를 위해 트럼프에 사실상 머리를 숙이고 예비 영부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거나 비판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제프 베이조스는 최근 들어 트럼프에 더욱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